직무경험 성격이 강했던 인턴제도가 취업 관문이나 또 하나의 스펙쌓기로 변모하면서 기업은 '갑', 지원자는 '을'이 됐다. 이러다보니 인턴들은 채용상의 불이익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반면 기업들은 우수한 인재를 선점할 수 있는 제도로 보고 더욱 확대하는 추세다. CBS는 채용패턴 변화까지 불러 오고 있는 인턴제의 겉과 속을 4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
1. 대학생과 기업, 그들이 말하는 '인턴' 2. "참아야 하느니라"...'슈퍼 갑' 기업에 우는 구직자들 3. "인턴이라면 감수해야"...법적 보호막 없나? 4. 채용패턴의 변화...인턴이 대세, 그 양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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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2009년을 기점으로 직장체험 경험이 있는 청년층의 비율은 대폭 늘었다.
기업인턴 경험이 있는 취업준비생 수는 2009년 5월 약 13만명에서 2010년 들어 약 23만명으로 1년 사이에 10만명이나 늘어났다.
2009년부터 청년실업 해소 대책으로 인턴제를 확대하라는 정부시책에 따라 기업들은 너도나도 인턴사원 수를 늘렸다.
여기에 극심한 취업난으로 시간제 아르바이트나 기업 인턴으로 눈을 돌린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당장 취업이 어렵다면 기업 인턴이라도 해서 자기소개서 '스펙' 한 줄이라도 만들고 싶은 것이 취업준비생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취재진이 만난 수십명의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들 대부분은 인턴을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정규직으로 취업하는데 유리할 것 같아서"라며 취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취업준비생 이 모(28)씨는 "주변 친구들을 보니 가산점이나 전환율이 생각보다 높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취업준비생으로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고 어쨌든 자소서에 쓸 것이 생기지 않나"고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의 바람과는 달리 통계로 나타난 수치는 인턴 경험과 취업 사이에 그다지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통계청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나 인턴 등 직장체험을 해 본 경우 현재 일자리가 정규직인 사람은 45.6%였다.
직장체험 경험이 있는데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은 54.4%로 오히려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턴으로 일해 본 사람이 정규직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반드시 높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실상이 이러한데도 취업이 절실한 구직자들은 인턴 채용과정 혹은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약자로 남을 수 밖에 없다.
행여 '찍히지는 않을까'하는 마음에 정보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거나 부당한 처우를 받더라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김향아 연구원은 "2009년 정부가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인턴채용을 강조하면서 2010년 들어 기업의 인턴채용이 늘어났고 손쉽게 인턴을 써본 기업들이 2011년 들어 채용의 한 과정으로 인턴제를 확장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인턴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법적 보호장치 마련 등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416개 기업을 상대로 올해 인턴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58.9% 기업이 채용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인턴을 채용했다고 밝힌 기업 수보다 20.4%p 늘어난 수치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경우 2010년 약 3만 1천명 가량이 중소기업 인턴사원으로 일했고, 이 중 2만 1천명 가량이 인턴십을 수료했다. 수료인원의 87.6%인 1만 8천명 가량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는 기본적인 자료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취재진이 만난 대기업 관계자들은 저마다 최대 50~80%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막상 정확한 정규직 전환율이나 인턴 채용 규모를 알려달라고 하면 "회사 내규상 밝힐 수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결국 구직자들만 정보조차 부족한 상태에서 취업준비의 일환이 되어 버린 인턴십 제도를 따라가며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을 치는 모양새가 됐다.
윤애림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청년실업을 낮추기 위한 정부 정책으로 인턴제 확장을 조장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겉으로 보이는 고용지표에 급급하다 보니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어들고 양질의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활용하는 사회 분위기만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