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 독일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탈핵(脫核) 바람이 거세다. 국경을 초월하는 방사능 공포. 일본의 원전 사고는 한반도 대기와 빗방울에 방사능을 가져왔고 42개에 이르는 중국 원전은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 시대였던 MB정권 끝자락,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핵 없는 세상’을 주요 의제로 설정했고 시민단체들은 올해 주요 사업으로 탈핵을 꼽았다. 대전 CBS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에 즈음해 방사능 안전 대책의 현주소와 시민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탈핵 바람을 3차례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 |
1. 집 앞에 원자력연구원…시민 안전할까? 2. 중국 동해안 원전 집중…한반도 안전할까? 3. 시민들 탈핵 바람 심상치 않다 |
탈핵 바람이 심상치 않다. 정치권부터 종교계, 기관, 시민단체 구분이 없다.
◈ 시민, 탈핵을 말하다 지난 6일 대전 서구 관저동 해뜰마을 어린이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은 지난해 11월 새 건물로 이사하면서 옥상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다. 서구청과 한국가스공사, 대전충남 녹색연합 그리고 주민들의 ‘합작품’이다.
이른바 ‘태양빛으로 책을 보다’
최순예 관장은 “에너지 절약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 효과도 좋다”고 말했다. 최 관장을 비롯한 주부들은 이달 말부터 서구청에서 진행하는 ‘그린리더(Green Leader) 양성 과정’을 수강한다.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다.
서구청과 유성구청 등이 추가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1
태양광2
한살림 대전생협은 지난주 총회에서 올해 주요 사업을 탈핵으로 정했다. 전국적인 흐름에 맞춰서다. 한살림과 민들레의료생협 등 대전 5개 생협으로 구성된 대전생협연대는 오는 13일 둔산동 사학연금회관에서 ‘핵 없는 사회’를 주제로 강좌를 개최한다.
한살림 대전생협 정철주 대표는 “에너지 절약은 물론 생활 속에서 핵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실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충남 녹색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도 올해 탈핵을 주요 사업으로 정하고 관련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 기관, 탈핵을 선언하다 지난달 13일 전국 45개 자치단체장들이 모여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도시선언’ 기념식을 선언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각자 지역에 맞는 정책과 실천을 통해 우리 사회가 원자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로의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히고 에너지 조례 제정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반대와 신규원전 건설 반대 등의 공동실천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에서는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과 나소열 충남 서천군수, 황명선 논산시장 등이 참여했다.
대전충남 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단체장들의 의미있는 선언”이라며 “실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에너지 절약과 생산으로 원전 1기 줄이기 정책을 추진하기로 해 시민단체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 밖에도 노원구청은 “에너지 정책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탈핵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 정치권, 탈핵을 실천하다 민주통합당은 ‘원전 전면 재검토’를 강조한다.
민주통합당 전.현직 국회의원 33명은 지난달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하고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 전면 재검토를 19대 총선 공약으로 당에 제안했다.
통합진보당은 올해를 ‘탈핵 원년’으로 정하고 2040년까지 모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4일 김제남 녹색연합 녹색에너지 디자인 위원장을 개방형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양흥모 처장은 김 위원장이 대표적인 탈핵 운동가라고 소개했다.
탈핵 김윤기
같은 날 녹색당이 공식 출범했다. ‘화석 연료를 넘어선 태양과 바람의 정당’이 강령 중 하나로 이번 4.11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탈핵’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앞서 밝혔던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시선언’에 참여한 45명 단체장들의 소속 정당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양 처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 후 독일에서 역사상 최초로 녹색당 출신 주지사가 배출되는가 하면 70년대 이 후 독일 원자력 사업의 중추 역할을 해왔던 지멘스가 원전 사업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며 “시민들의 선택도 눈여겨 볼 만 하지만, 무엇보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원전 사업 포기는 탈핵과 관련된 세계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