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양화대교 공사를 마무리 하기 위해 시의회에 수십억 원의 공사비를 추가로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총 공사비로 415억 원만 투입하면 된다던 서울시의 설명과 배치되는 것으로, 서울시가 오세훈 전임 시장 시절 서해뱃길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고 '졸속 행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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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양화대교 공사를 담당하는 토목부는 지난해 말 시 예산과와 시의회에 추가공사비 75억 원을 새해 예산에 편성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해당 부서가 추가공사비의 필요성으로 내세운 첫 번째 이유는 공사 중단에 따른 추가 비용.
지난 2010년 시의회 요구로 공사가 84일 중단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시의회가 예산 182억 원을 전액 삭감하는 바람에 공사가 46일 지연돼 그만큼 가설교량 등의 사용기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해당 부서는 강재 사용기간 연장에 따른 손실요금을 물고, 가설교량을 전면 재포장하며,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데 16억 원의 공사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물가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고, 감리비를 추가로 지불하는 데에도 15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서울시가 시공 전 설계단계에서부터 누락된 항목들에 대한 예산을 이제와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사기간 중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해야 할 임시난간과 차량방호책 예산 1억 원을 비롯해 중앙분리대와 보도 조명 추가 설치비용 2억 원 등 19억 원은 애초에 설계에 반영되지 않았다가 이번에야 책정됐다.
막상 공사를 해보니 한강 지반은 토사가 아니라 전석층이라는 이유로 공법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현장 여건이 설계와 다르다며 요구한 예산도 25억 원이나 된다.
토목부 관계자는 "시의회에서 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지난해 말 진작에 공사를 끝내 추가공사비도 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임시난간 등 설계에서 누락된 부분들은 설계사의 잘못인 만큼 제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환진 서울시의원(민주통합당·동작2)은 "서울시가 서해뱃길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산을 주먹구구식으로 편성한 결과"라며 "지난해 예비비를 불법으로 사용한 것도 모자라 추가공사비까지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중단된 양화대교 공사를 예비비 182억 원을 써서 마무리 짓겠다며 공사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다.
양화대교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후보 시절 양화대교 공사를 중단해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삼겠다고 했다가 취임 후 이미 공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다며 완공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시 정무라인 관계자는 "지난해 편법 전용한 예비비만으로 공사가 끝날 줄 알았는데 갑자기 공사비를 또 요구하는 것은 애초에 예산 산정을 잘못했다는 의미"라며 "해당 부서에 대한 징벌 차원에서 올해 예산에 추가공사비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추가공사비 내역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필요성이 인정되면 추경 등을 통해 예산을 내려보내서 공사를 완료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상류측 교량이 철거된 양화대교에서는 차량들이 'ㄷ'자 모양의 가설교량을 통해 우회통행을 하고 있다.
공사가 끝나려면 오는 9월 말이나 돼야 하지만, 예산 확보가 늦어지면 완공 시기는 더 늦춰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