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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이 조직폭력배 검거 실적을 사실상 부풀린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인천 조직폭력배 난투극에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는 강수를 빼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조폭과의 전쟁에서 경찰은 일주일만에 기선을 잡는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연말까지 진행하기로 한 조직폭력 특별단속에서 지난달 24일부터 일주일 동안에만 모두 127명을 검거해 24명을 구속했다는 보도자료를 지난달 31일 낸 것이다.
이어 하루만에 55명을 더 붙잡아 1일에는 182명을 검거해 29명을 구속했다고 실적을 추가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의 발표는 '조직성 폭력배'를 포함한 실적인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전국 220개 조직에 5,451명인 관리대상 조직폭력배가 아닌 피의자들도 집계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직폭력배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단체등의 구성 및 활동)에 의율해 처벌된다.
범죄를 목적으로한 단체 또는 집단을 구성하거나 그러한 단체 또는 집단에 가입하거나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경찰은 그러나 이번에는 폭처법 3조에 의거해 집단적 폭행을 휘두른 경우 등도 대거 조직폭력배 단속실적에 포함시켰다.
그동안 4명 이상이 구속된 경우를 실적으로 집계해 왔던 자체 방침에서 한발짝 후퇴해 조폭의 범위를 넓힌 셈이다.
실제 특별단속기간 동안 붙잡은 관리대상 조직폭력배는 인천청과 경북청의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는 게 한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특별단속의 시발점이 된 인천 조폭 난투극 가담자와 경주 보문관광 단지 내 업소 보호비 요구를 거절한 업소의 업무를 방해한 '통합파' 조직원 32명을 검거한 사안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조직성 폭력배들은 조폭 추종세력으로 볼 수 있다"면서 "경찰에서는 해마다 연초에 이들에 대한 심사위원회를 열어 관리대상으로 포함시킬 지 결정하고 있다"고 조직성 폭력배를 조폭 검거 집계에 포함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검거실적 집계를 경찰청에 보고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 것도 논란거리다.
지방경찰청에서 지난 8월이나 9월에 몇 명을 붙잡았다고 하더라도 경찰청에는 조폭에 대한 계보를 확인하는 등 사건을 다 처리한 뒤에 보고하고, 경찰청은 이를 그대로 발표하고 있다.
결국 최근 발표된 조폭 검거 실적은 상당수가 조폭과의 전쟁 선언 이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실적으로 '세탁'된 셈이다.
조 청장의 '불호령'으로 특별단속이 시작되자 지방청은 부풀려진 실적을 보고하고, 경찰청은 이를 그대로 합해 발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뻥튀기'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CBS는 검거한 182명 가운데 관리대상 조직폭력배와 조직성 폭력배를 구분한 수치를 요청했지만 경찰청은 각 지방청에서 사건개요와 검거인원만 보고를 받기 때문에 이날 안으로는 정리가 어렵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