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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야구에서 '좌투수가 좌타자에게 강하다'라고 한다. 하지만 SK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명제다.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3차전. SK는 1-0으로 앞선 7회초 수비 때 우완 선발 송은범을 내리고 좌완 박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상대의 주축 좌타자를 견제하려고 등판시킨 카드가 아니었다. 롯데의 7회초 타순은 조성환을 시작으로 문규현, 김주찬 등 우타자들로 이어졌다.
3일만에 등판한 박희수는 첫 타자 조성환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문규현이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타격감이 좋은 김주찬과의 승부가 관건이었으나 가볍게 투수 땅볼로 처리했다. 후속타자 손아섭 역시 투수 땅볼로 잡아내고 불을 껐다.
상대 타자의 좌우 배치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언제든지 좌투수를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 SK 불펜이 가진 강점 중 하나다. 박희수는 물론이고 SK 불펜의 핵 정우람 역시 '우타자 킬러'로 명성이 높다.
정우람은 우타자 바깥쪽을 찌르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일품이다. 칼날 제구에 우타자들은 속수무책이다. 박희수에게도 무기가 있다. 바로 투심패스트볼이다. 오른손 타자들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끝 변화에 수많은 타자들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
또 하나의 강점은 오른손 타자의 몸쪽 공 공략에도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박희수의 올해 정규리그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1할3푼5리에 불과하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2할3푼2리)보다 훨씬 좋다.
그리고 박희수는 올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고 있지만 알고 보니 큰 무대 체질이다. 가을야구 첫 등판이었던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나고 "긴장돼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신났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의 하일라이트는 8회초 이대호와의 대결.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좌전안타를 얻어맞은 후 모든 투수가 피하고만 싶은 이대호와 마주쳤다. 결과는 루킹 삼진. 초구 바깥쪽 투심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해낸 박희수는 풀카운트에서 같은 공을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으로 제대로 찔러넣었다.
다음 타자인 홍성흔도 헛스윙 삼진. 이대호와 홍성흔이 지어보인 허탈한 표정과 함께 3차전의 승부는 사실상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