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부추겨 폐쇄한다고?…미혼모 시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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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폐쇄 법안 통과에 일선 현장 "현실 모르는 탁상…대책 마련이 우선"

 

입양기관에서 미혼모자시설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현실을 모르는 행정"이라는 불만이 일선 현장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입양기관에서 운영되는 미혼모자시설은 미혼모들에게 입양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정작 해당 시설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4월 한부모가족지원법이 개정되면서 입양기관에서는 더 이상 미혼모자시설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이들 시설은 2015년까지 폐쇄하거나 시설 종을 변경해야 되는데, 전국 33개 미혼모자시설 가운데 입양기관 부설은 절반이 넘는 17곳에 달한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최영희 의원(민주당) 측은 "입양기관에서 운영하는 미혼모자시설의 경우 2009년 기준 60% 이상의 아이가 입양된 반면, 입양기관이 운영하지 않는 시설의 경우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양육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시설들은 이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열악한 미혼모복지를 더욱 위협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미혼모자시설 관계자는 "입양기관에서 운영하지 않는 일부 시설에서도 입양이 양육을 앞서고 있으며 오히려 입양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의 입양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과 시설의 차이를 '입양기관에서 운영해서'라고 몰아가는 건 입양기관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도 입양기관에서 보호하고 있는 입양대기 아동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시설이 미혼모의 입양을 강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20여 년 이상 미혼모 복지를 위해 노력한 시설에 대한 모독"이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관련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미혼모 수는 증가하는 상태에서 시설 폐쇄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또 다른 입양기관 부설 미혼모자시설 관계자는 "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이 그대로 발효될 경우 갈 곳 없는 미혼모 수백 명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며 "특히 10대 미혼모의 경우 출산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고, 신생아 유기 등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미혼모 혼자 양육하면서도 건강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적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우선이지 '입양만 막으면 된다'는 발상으로 당장 생활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을 절반이나 없앤다는 건 입법취지에도 어긋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앞으로 4년 동안의 준비기간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지자체 등을 통해 미혼모자시설을 확충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 중"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관련 예산 확보와 운영주체 선정 등 문제들이 산적한데다, 일각에서는 '멀쩡한 미혼모자시설을 폐쇄하고 예산을 들여 시설을 다시 만드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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