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검찰에 재소환된다. 이 회장은 지난달 23일 첫 소환으로부터 열흘만에 다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다.
이 회장은 검찰 출두를 앞둔 2일까지 사흘에 걸쳐, 검찰에 제출키로 한 폭로 증빙자료의 실체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2일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하고 나섰다. 권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시절 자신에 대한 기획수사를 벌여 회사를 잃게 됐다는 것, 이를 막기 위해 자신이 권 장관을 향해 구명로비를 벌였다는 것이 골자다.
이 회장은 회견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블랙리스트에 이국철 회장이 올라있다”고 모 인사가 언급한 창원지법의 증인신문조서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민정수석실에서 2009년 2월 이미 불법사찰을 감행했다. 이게 기획수사 아니면 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지난해 여름 계열사 고문을 통해 민정수석이던 권 장관에게 회사 구명로비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고문이 대구의 한 대학 총장과 함께 권 장관을 만나 그룹 해체 과정의 억울함을 토로해, ‘충분히 알았다’고 권 장관이 답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신 전 차관으로 시작된 이 회장의 ‘타깃’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임재현 대통령정책홍보비서관에 이어 권 장관으로까지 늘어난 셈이다.
신 전 차관 등의 경우처럼, 권 장관에 대한 추가 폭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권 장관은 하지만 “기획수사 주장은 터무니없다”, “해당 고문이라는 사람을 만난 적도 없고 전혀 알지도 못한다”며 이 회장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이 회장은 검찰의 재소환 조사에서 신 전 문화부 차관이 사용했다는 SLS그룹 법인카드의 전표, 박 전 차관 등에게 전달됐다는 상품권의 구입 영수증 등을 제출키로 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최근까지 10년간 자신으로부터 10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았으며, 박 전 차관은 수천만원의 상품권 외에 2008년 일본출장 때 현지법인으로부터 400만원 이상의 향응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의 공개 내용에 따르면 신 전 차관은 2008년 5월~2009년 9월 신세계백화점 등지에서 250여 차례에 걸쳐 SLS의 법인카드를 약 2800만원어치 사용했다.
신 전 차관이 박 전 차관, 곽 위원장, 임 비서관 등에게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500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살 때 결제한 2009년 1월의 법인카드 전표도 공개됐다.
검찰은 이 회장의 자료를 토대로 신 전 차관 등에 대해 제기된 의혹의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 회장의 조사에서 구체적 혐의가 드러나면 금품 수수 의혹에 연루된 정권 실세들을 차례로 소환하게 된다.
신 전 차관 등은 여전히 폭로 내용을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