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도가니' 검사 "소리없는 울부짖음에 터럭 서는 느낌…"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도가니' 사건 공판 검사의 회고…'광주인화원.. 도가니..' 글 올려

ㅐㅑㅐ

 

2007년 '도가니' 사건의 1심 공판검사였던 임은정 검사(37·사법연수원 31기)는 "피해자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재판 결과에 경찰, 검찰, 변호사, 법원의 유착을 오해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현재 법무부 법무심의관으로 근무중인 임 검사는 30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광주인화원.. 도가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당시를 회고했다.

임 검사는 "어제 영화 도가니를 보고 그때 기억이 떠올라 밤잠을 설쳤다. (광주지검의 해명자료를 보고도) 속상한 마음도 없지 않다"면서 "하지만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반성하는 기촉제가 돼 또다른 도가니를 막을 수 있다면 감수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증인신문을 하며, (원작소설인)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을 공판 관여 검사의 해명으로 갈음하겠다"며 재판 당시 일기형식으로 썼던 글을 게시했다.

임 검사는 2007년 3월 12일 공판 당일 일기에서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세상을 향해 소리없이 울부짖는다.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변호사들은 그 증인들을 거짓말장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가 없다"는 안타까움을 적었다.

원작소설을 읽은 2009년 9월 20일 일기는 "(처음엔)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잘아는 아이들의 이야기인걸 알기에. 가명이라해서 어찌 모를까. 아, 그 아이구나, 그 아이구나. 신음하며 책장을 넘긴다"로 시작됐다.

같은 일기에서 임 검사는 특히 2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데 대한 감상도 썼다. 그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치가 떨린다. 정신이 번쩍든다. 그날 법정에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말려가며 한 다짐을 다시 내 가슴에 새긴다"고 적었다.

임 검사의 글에 대해 "광주지검의 장문 해명보다 훨씬 설득력 있다", "그때 겪은 일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공소유지 담당자로서 느꼈을 가슴아픔이 절절히 느껴진다" 등의 댓글이 올랐다.

아래는 임 검사가 게재한 과거 일기의 전문.

2007. 3. 12.오늘 특히 민감한 성폭력 사건 재판이 있었다. 6시간에 걸친 증인 신문시 이례적으로 법정은 고요하다.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없이 울부짖는다.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

어렸을 때부터 지속된 짓밟힘에 익숙해져버린 아이들도 있고, 끓어오르는 분노에 치를 떠는 아이들도 있고... 눈물을 말리며 그 손짓을, 그 몸짓을, 그 아우성을 본다.

변호사들은 그 증인들을 거짓말장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본분을 다하는 것일텐데, 어찌 막을 수가 있을까.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주는 것, 그리하여 이들에게 이 세상은 살아볼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

변호사들이 피고인을 위해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해야할 일을 당연히 해야겠지. 해야만 할 일이다.

2009. 9. 20.도가니... 베스트셀러라는 말을 익히 들었지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잘아는 아이들의 이야기인걸 알기에... 어제 친구들을 기다리며 영풍문고에 들렸다가 결국 구입하고, 빨려들 듯 읽어버렸다.

가명이라해서 어찌 모를까. 아, 그 아이구나, 그 아이구나... 신음하며 책장을 넘긴다.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면 한발 물러서서 사건을 바라봐야 하지만, 더러는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이 돼버려 눈물을 말려야 할 때가 더러 있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다. 2심에서 어떠한 양형요소가 추가되었는지 알지못하고,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황당해하지 않지만, 치가 떨린다...

법정이 터져나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그 열기가, 소리없는 비명이 기억 저편을 박차고 나온다. 정신이 번쩍든다. 내가 대신 싸워줘야할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아우성이 밀려든다.

그날 법정에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말려가며 한 다짐을 다시 내 가슴에 새긴다. 정의를 바로잡는 것. 저들을 대신해 세상에 소리쳐 주는 것. 난 대한민국 검사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