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유치원 증설 계획에 사립 유치원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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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부산, 대전 등 일부 지역교육청들이 공립 유치원을 증설하거나 확대할 방침을 밝히자 사립 유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140대 704. 지난 3월 기준 서울 시내 각각 공립 유치원과 사립유치원 수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과 서울의 공립유치원 비율은 각각 16%와 17%로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대전과 인천, 대구도 공립 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수급 불균형이 심한 편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학부모들은 공립 유치원 입학을 희망해도 보낼 수가 없었다는 점.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사는 35살 이모 주부는 " 2008년 7월엔가 이사와 곧바로 공립 유치원에 입학 신청을 했는데 아직까지 전화를 받지 못했다"며 "그 때도 한 반에 대기 번호가 오십몇번째라고 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난해 전국 국공립 유치원 경쟁률 전수 조사 현황을 보면 서울의 공립유치원 경쟁률은 평균 1.94대 1, 대전 1.34대 1, 부산 1.29대 1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공립 유치원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연 사립에 비해 싼 유치원비에 있다.

현재 월 유치원비는 국공립 5만2000원, 사립 31만원, 종일제 보육비 등을 합한 월 표준 교육비는 국공립 31만원, 사립 36만원선이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의 경우 교재비와 간식비 등을 합치면 한 달에 50만원은 훨씬 웃도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인천에 사는 한 학부모는 육아 정보 사이트에서 "딸 유치원 1학기 활동비가 63만원, 한 달 원비가 29만원인데 분기별로 교재비와 간식비 4만 5천원을 더 내야 한다"며 "둘을 보내려면 허리가 휜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2006년 2분기부터 최근 5년 동안 사립 유치원의 수업료와 교재비, 간식비 등을 포함한 납입금을 분석한 결과도 사립 유치원비 상승률은 36.2%로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인 18%보다 2배나 컸다. 이처럼 학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립 유치원에 자녀 입학을 희망하고 있으며 여기서 탈락한 학부모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사립 유치원을 찾자 일부 지역 교육청이 원아 수급 사정과 초등학교 빈 교실 등을 파악해 공립유치원을 짓거나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은 2014년까지 7천명의 원아를 수용할 수 있는 공립유치원을, 부산은 2016년까지 공립유치원 31곳 신, 증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이러자 사립유치원들이 '발끈'했다.

서울유치원연합회원 만여명은 22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정책 철회'를 요구했으며, 앞서 18일 부산유치연합회장단도 부산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임혜경 부산시교육감에게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사단법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석호현 이사장은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교육 현장의 사정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석 이사장은 "출산율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유치원 수가 남아 돌고 있는데, 공립 유치원을 짓는다면 주변 사립 유치원은 적게는 5곳에서 많게는 15곳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지 매입과 접근성 문제 등으로 사립유치원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의 경우 공립 유치원을 짓는 건 환영하지만 일단은 지역별 유치원 수급 상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 이사장은 하지만 "무엇보다 공립유치원을 운영하면 학부모 부담은 적지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어 공립유치원을 늘리는 것보다 기존 유치원을 지원해 공립, 사립 구별없이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측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르면 오는 10월말 여의도에서 회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반대 수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상당수 학부모가 여전히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관점에서 공립 유치원을 선호하고 있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따라 사립 유치원들이 '공립 유치원 증,신설'을 시종일관 반대만 하다가는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학부모들의 요구와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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