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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탄'으로 '한류'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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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 넘어 중앙아시아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연탄은 여전히 저소득층 난방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고시한 연탄 1장의 공장도가격은 373.50원. 전국에 이 연탄을 때는 가구 수도 약 17만4000가구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퇴물 취급을 받기도 하는 이 연탄이 멀리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대체서민연료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노컷피플의 주인공은 키르기스스탄에 한국형 연탄공장을 설립하고 연탄 보급에 나선 연탄에너지 권태훈(57) 사장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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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에서는 연탄이 저렴하면서도 편리하고 위생적인 난방수단으로 인식돼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탄산업을 사양산업으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수출 주력산업으로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석탄회관에서 만난 권태훈 사장은 이같이 말하며 "한국형 연탄보급은 두 나라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연탄이 인기를 끄는 것은 에너지 가격 폭등과 기존 대중 난방방식의 비효율성 때문이다.

키르기스스탄은 동절기가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로 장기간 난방이 필요한 지역이다.

하지만, 수력발전 용수 부족으로 지난해 전기 중앙난방비용이 3배나 폭등해 일반 가정의 전기난방시설은 상당수 폐쇄된 상황이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에서 들여오는 천연가스의 수입가격마저 크게 올라 가스 난방비 역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중 난방방식인 '석탄 보일러'의 원료로 쓰이는 유연탄(덩어리 석탄) 가격마저 폭등하고 있다.

특히 유연탄은 연기와 먼지 발생이 심하고 자주 불이 꺼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최근 연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키르기스스탄은 유연탄이 많이 매장돼 있어요. 하지만 우리처럼 갱도를 파고 채취하는 형태가 아닙니다. 단지 겉흙만 걷어내고 바로 채취할 수 있어요. 문제는 이후 아무런 가공도 하지 않고 가루는 버리고 덩어리만 모아 연료로 쓰는 후진적인 난방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연기와 먼지가 많이 발생해 대기오염이 심하고 열효율도 크게 떨어지는 거죠."

■ 키르기스스탄에서 인기 치솟는 '한국 22구공탄'  

권태훈 사장이 키르기스스탄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7년이었다.

한 때 인기가수였던 구창모 씨가 회장인 아티스글로벌의 키르기스스탄 지사장을 맡아 2년간 근무했다. 겨울에는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때 현지인들이 난방문제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현듯 한국의 연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권 사장은 곧바로 사업에 착수했다. 먼저 2008년 12월 키르기스스탄에 현지법인 '연탄에너지'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한국에서 직접 연탄을 들여와 정부요인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시연회를 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에너지부 장관과 천연자원부 차관은 물론 권력 실세인 대통령의 동생까지 시연회에 참석했어요. 모두 한국의 연탄에 대해 대단한 관심을 보였죠. 그들의 눈에는 무엇보다 열효율이 높고 연기와 먼지가 생기지 않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나 봐요. 결국, 한국형 연탄공장 설립사업은 국책사업으로 지정돼 대통령의 아들이 직접 관장하도록 결정됐어요."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착실히 추진되던 연탄공장 설립사업은 2010년 4월 시민혁명으로 정부가 전복되면서 흐지부지됐다.

결국, 민간사업으로 전환해 다시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은 또 한차례 고비를 맞았다.

이 나라에는 우리와는 달리 오로지 유연탄만 매장돼 있었다.

유연탄으로는 22구공탄을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저는 주로 금융과 건축 관련 일을 주로 했어요. 연탄 쪽은 문외한이었죠. 유연탄으로는 22구공탄을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을 모르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하마터면 국제사기꾼으로 몰릴 뻔했어요. (웃음) 그러던 중 몽골에서 유연탄을 재료로 한국형 구공탄을 생산하는 연탄공장이 생겼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됐어요. 곧바로 한국 광해관리공단을 찾아갔죠."  

당시 한국 광해관리공단은 이미 유연탄을 원료로 연탄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었다.

권 사장의 사정을 들은 광해관리공단은 기술 이전에 흔쾌히 동의했다. 아울러 키르기스스탄 현지답사에서도 공단 기술진은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비슈케크 연탄공장, 이달 말부터 본격 생산  

이런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9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 하루 20만 장의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형 연탄공장이 설립됐다.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생긴 연탄공장이다. 당시 공장 준공식도 현지에서는 큰 관심거리였다.

전직 총리와 장관, 시장 등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최대일간지 베체르니 비슈케크도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가슴이 정말 뿌듯했어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우리의 연탄도 한류 전파의 첨병으로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죠. 물론 키르기스스탄 국민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고요."  

현지 공장의 연탄제조설비는 모두 한국에서 들여온 중고기계로 구성됐다.

한국에서는 고철로 취급받던 중고기계들도 비로소 먼 이국땅에서 빛을 본 셈이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본격적인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3개월 동안 하루 5000장씩 연탄을 만들었고 시험생산은 성공리에 마쳤다. 이달 말부터는 올겨울에 대비해 다시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

8월 하순부터 연탄을 생산해야 겨울철이 시작되는 10월부터 각 가정에 보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현직 직원도 30여 명 채용했다.

"올겨울에는 연탄 약 150만 장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저희는 손익분기점을 100만 장으로 보고 있어요. 현지 분위기로 봐서는 생산 첫해부터 흑자가 확실합니다."

■ 벌써 연탄공장 추가 설립요청 '쇄도'  

현재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연탄공장 5곳을 현지에 추가로 설립해 줄 것을 권 사장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 사장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면서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는 일단 비슈케크 연탄공장을 성공적으로 런칭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후 치밀한 사업성 검토를 통해 연탄공장을 하나씩 늘려나갈 생각이다.

"올겨울부터 본격적으로 연탄을 보급하는 비슈케크 연탄공장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키르기스스탄의 다른 지역은 물론이고 주변 국가들에서도 연탄공장 설립요청이 쇄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말 그대로 '연탄 한류시대'가 되는 거죠."  

그는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을 잇는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역할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장애인을 위해 모두 3차례에 걸쳐 휠체어 500대를 기증했다.

2007년부터는 돈이 없어 물건을 구매하지 못하는 현지 소매상들을 위해 소액금융 대출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연탄은행과 협의를 통해 키르기스스탄 연탄은행을 설립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현지인들에게 체계적으로 연탄을 무상공급하기 위해서다.

"키르기스스탄은 여러모로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아 더 정이 갑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몽고반점이 있어요. 또 키르기스어는 우리와 어순이 똑같습니다. 한국 사람에 대해서도 무척 친절하고요. 특히 이 나라는 금과 석탄, 안티몬 등 자원이 풍부하고 자연환경도 수려해 우리와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활발한 교류를 위해 항공기 직항노선이 빨리 개설됐으면 좋겠어요."  

권태훈 사장은 1년 중 7~8개월은 연탄과 뒹굴며 한국을 떠나 키르기스스탄에서 생활한다. 몸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단다. 그에게 제2의 인생을 선물한 '연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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