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비로 4대강 주변 지역이 갖가지 피해를 경험한 가운데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CBS는 장마철 개시와 함께 다시 근심에 빠진 4대강 주변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주]“지난 3년간 여름만 되면 불안했어요. 집이 떠내려갈까 혹은 제방이 무너져 내릴까.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어요.”
금강 살리기 사업 7공구 충남 공주시 유구천. 금강 본류와 유구천이 만나는 합수부 지점(우성면 평목리)에 사는 유의근(29)씨는 집 뒤로 흐르는 유구천을 볼 때마다 불안함을 느낀다.
제방은 무너져 속살을 훤히 드러냈고 물막이 보는 한 가운데가 뚝 부러진 채 방치된 유구천. 금강 본류와 제방과의 거리는 불과 200여 미터다. 전문가들은 준설작업으로 낮아진 금강 바닥 탓에 유입하천의 제방 등이 유실되는 역행 침식 탓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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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씨는 특히 제방과 물막이 보를 처참하게 무너뜨린 뒤로도 계속해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오는 역행침식이 무섭다.
2명의 자녀 등 네 가족과 120두 소가 살고 있는 윤 씨의 집은 무너진 제방보다 불과 50여미터 상류에 위치해 있다.
윤 씨는 “4대강 사업 시작하면서부터 물막이 보가 훼손되기 시작했다”며 “관계 기관에서 여름마다 임시 조치를 취했지만 비가 내린 뒤에는 허사가 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방 뿐 아니라 인근 땅까지 유실되고 있어 지난해부터는 흙을 사서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집과 우사까지 붕괴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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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금강살리기 5공구 부여 은산천(규암면 규암리)도 마찬가지다. 은산천과 금강본류가 만나는 합수부 제방에는 최근 새로운 옹벽이 설치됐다.
더 이상의 제방 붕괴를 막기 위해서, 또 붕괴 현상이 길 건너 마을에까지 번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마을 주민들은 불안하다.
김 모(77) 할머니는 “무너지는 것 막으려고 설치한 옹벽이 오히려 물난리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걱정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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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 박창근 교수(토목공학과)는 “하천 인근 도로는 물론 마을, 또 교각까지도 붕괴 위험성이 있다”며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역행 침식에 따른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전.충남 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금강살리기 사업 구간의 유입하천 29곳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상유지공이 설치되지 않거나 유실돼 피해가 우려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며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역행침식과 함께 합수부 일대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