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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뒤에 숨겨진 우범지대'…둔산동 뒷골목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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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식당골목, 밤에는 '무법천지'…번화가 속 사각지대 관리 '절실'

20일 대전 둔산동의 한 번화가.

대전의 대표 도심지답게, 점심식사를 하러 나온 공무원과 직장인들로 일대가 한창 북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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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과 한 블록을 지나자 '또 다른 세상'이 나타났다. 영업이 한창인 한 식당 건물 뒤편의 구석진 주차장은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안에는 수백 개의 담배꽁초와 담뱃갑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깨진 유리 사이사이로 굴러다니는 성인용품에는 낯이 절로 뜨거워졌다. 번화가 사이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었다.

파지를 주우러 매일 이곳을 지난다는 곽 모(71) 노인은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올 시간"이라고 말했다.

곽 노인은 "대여섯 명이 떼 지어 와서는 남녀 학생이 뒤섞여 담배를 피운다"며 "담배가 떨어지면 나한테 대신 사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거절하면 욕설을 한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이곳은 밤이 되면 더욱 '무법천지'로 변한다. 이곳을 찾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종종 싸움이 벌어진다.

중학생 A(15) 양이 집단폭행을 당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A양을 불러낸 같은 반 친구들은 A양의 머리와 가슴 등을 수차례 폭행하고 유리 위로 밀어 넘어뜨렸다. A양의 무릎을 꿇린 채 "신고하지 않겠다"는 말을 강요했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한적한 공원도, 음습한 주택가도 아닌 도심 한가운데였지만 A양을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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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청 인근의 또 다른 뒷골목.

건물과 건물 사이에 은밀하게 숨겨진 이곳 역시 아이들의 '아지트'로 이용된 흔적이 역력했다. 곳곳에 널브러진 쓰레기와 비벼 끈 담배꽁초들이 즐비했다.

한낮에도 분위기는 으스스했다. 바로 옆 대로변에는 수십 명의 '어른들'이 지나갔지만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눈길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영애(48) 씨는 "가게 문을 닫는 11시쯤 되면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가거나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범죄 우려가 늘 도사리고 있지만 이들 뒷골목은 '밝고 사람 많은 곳'에 가려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박 씨는 "낮에 순찰차가 한 번 지나간 것을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곽 노인 역시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지만 경찰이 온 적은 없다"고 말을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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