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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10년 후 한국, 정신 바짝 차리면 좋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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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자키 특집 대담] 정관용이 묻고 안철수가 답하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5월 9일 (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
■ 본 인터뷰는 PODCAST 서비스를 통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아이튠즈에서 CBS KOREA로 검색하시거나, 인터넷 익스플로러 주소창에 http://cbsdb.fivetech.net/podcast/sisa/sisa.xml 를 붙여넣기 하세요.


정관용 안철수

 

▶정관용> 시사자키 2부 문을 엽니다. 오늘 2부와 3부는 아주 특별한 분을 모셔서 긴 대화, 집중 인터뷰로 꾸미겠습니다. 누구냐고요? 한 때 우리나라 IT 업계, 벤처 기업계의 아이콘 같은 존재였고요, 지금은 교육자의 길을 걷고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멘토로 존경받는 분, 그래서 비교적 젊은 나이이고 정치경력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총리 인선에까지 자주 거론되는 분, 누구인지 아시겠지요?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또 안철수 연구소 의장인 안철수 씨와의 만남 이어가겠습니다. 안철수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안철수> 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정관용> 제가 방금 소개해드릴 때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안철수 연구소 의장, 그랬는데, 서울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셨나요?

▷안철수> 아직은 아닙니다. 6월 1일부로 서울대로 옮기고요, 지금 현재는 아직 카이스트 교수입니다.

▶정관용> 카이스트 교수? 그리고 아직 안철수 연구소 의장직은 가지고 계시고요?

▷안철수>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의장으로 불러드릴까요, 교수로 불러드릴까요?

▷안철수> 의장은 비상근직이고요, 교수는 풀타임 직이니까 교수가 맞을 겁니다.

▶정관용> 그러면 카이스트 교수이군요, 현직은?

▷안철수>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카이스트도 최고의 대학이고, 서울대학교도 최고의 대학이고 이 질문 많이 받으셨겠습니다만, 왜 서울대학교로 옮기기로 하셨어요?

▷안철수> 제가 카이스트 교수가 된 지 만 3년이 넘었는데요, 처음에 학생들 열심히 가르치고 굉장히 보람이 있었는데, 제가 워낙에 10년 정도를 경영을 하고 조직관리를 하던 사람이다 보니 문제점들이 이렇게 눈에 띄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울대 교수직, 더 힘들고 고생스러울 것

▶정관용> 학교 안의 문제점?

▷안철수> 예, 학교 안에서 뭐 어떤 점들을 개선하면 더 나을 것인가, 그런 문제들, 제가 고민 안 할 수는 없고요, 그런데 저기, 아무래도 결정권을 가지지 않다보니 그게 제대로 반영되기는 참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이제 서울대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제안을 받았는데요, 그래서 고민을 했지요. 1년에 백명 정도 학생 열심히 가르치고 그리고 많은 분들로부터 좋은 이야기 들으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선택이 하나 있었고요, 또 다른 쪽 선택은 더 힘들고 고생은 되지만 마치 작업복 다시 입고 흙 묻히면서 일을 하고 조직을 변화시키는 그런 일을 할 것인가. 그런 선택 중에서 고민하다가 후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정관용> 백명 가르치고 좋은 얘기 듣는 건 카이스트 교수군요?

▷안철수> 예.

▶정관용> 그런데 서울대학교에 가시면 어떤 작업복을 입고 뭘 하시는 거지요?

▷안철수> 그러니까 우선은 융합대학원인데요,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융합과학 기술대학원인데요, 지금 현재 탄생된 지 2년 정도 된 아주 초창기의 조직입니다.

▶정관용> 거기 이제 원장님으로 가시나요?

▷안철수> 예, 그렇습니다. 대학원장인데요, 그리고 또 서울 관악캠퍼스에 있지 않고 수원에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아직 해결해야 될 그런 과제들이 굉장히 많아서요.

▶정관용> 만들어가는 과정이군요?

▷안철수>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오히려 지금 현재 서울대 역사 처음 생기면서부터 있었던 과들보다는 훨씬 더 힘들겠지만 보람 있게 뭔가 만들어 나가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일종의 도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정관용> 카이스트에서 만약 총장 맡아주십시오, 하면 그냥 하실 뻔 했네요?

▷안철수> (웃음)제가 그럴 그릇은 아직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관용> 아니, 카이스트 조직에 있다보니, 3년 정도 가르치다보니 문제가 느껴지더라, 내가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 얘기는 결국 총장 욕심을 냈다는 것 아닙니까?

▷안철수> 아유, 아닙니다. 모든 게 단계가 있는 법인데요.

▶정관용> 이 대학원은 몇 명 정도 뽑아요? 융합과학 기술대학원?

▷안철수> 지금 현재 백여 명 정도 학생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관용> 교수진은 전부 몇 명입니까?

▷안철수> 교수진도 스무 명이 아직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작은 조직이고요, 아직은.

▶정관용> 가셔서 그럼 교수도 더 충원하고?

▷안철수> 예, 앞으로 발전해야 될 그런 부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관용> 하여튼 이것도 새로운 도전이라 받아들였다? 편하게 살기 싫어서?

▷안철수> 예, 아직은 제가 그냥 편하게 안주하고 살 나이는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

▶정관용> 제가 아주 오래 전에 안철수 교수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아, 이분은 정말 좀 남다른 분이다’, 그리고 그냥 제 표현으로 ‘이 분은 진짜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의사인데, 컴퓨터에 빠져서 좋은 훌륭한 백신 프로그램 만들어서 성공했다, 여기까지는 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경우들은 많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경영을 좀 하다보니 내가 경영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경영을 제대로 하겠다, 그래서 MBA 하러 가셨잖아요? 그게 언제지요?

▷안철수> 95년부터 97년까지였었지요. 그리고 나서 이제 안 연구소 그만둔 다음에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또 공부와 정리가 새롭게 필요하다고 해서 다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두 번째 유학을 갔습니다.

▶정관용> 저는 첫 번째 유학이니까, 벌써 언제입니까, 정말 오래된 일인데.

▷안철수> 16년 전 일입니다.

기업경영 중 MBA 갔던 이유? “남 고생시키기 싫었기 때문”

▶정관용> 저는 그때 그 기사를 보고 조금 아까 말씀드렸듯이 의사에서 벤처 기업인으로의 전환, 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기업을 하다 공부를 해야 기업을 제대로 하게 되겠더라, 그래서 훌훌 털치고 공부하러 가시는 분은 사실 처음 봤거든요.

▷안철수> 다른 사람들 고생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이렇게 하다보니까 회사가 잘 경영이 안 되는 건 당연했고요, 그런데 원인을 보다보니 결국은 모든 책임은 저한테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답답했던 게 제가 뭘 잘못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면 고칠 텐데, 모르면 안 보이니까, 제가 도대체 뭘 못하고 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최단 시간 내에 남들이 했던 간접경험을 최대한 많이 흡수하고 공부를 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제가 해야 될,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 인생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해야 되는 일인데...

▶정관용> 그게 공부더라?

▷안철수> 그게 결국은 최단 시간 내에 남들이 했던 시행착오 공부하는 게 경영이라고 생각해서요, 공부라고 생각해서요, 그래서 유학가게 됐습니다.

▶정관용> 흔히 그때쯤 되면 CEO 아니겠어요? 그리고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자문을 받으러 다니던지, 또 다른 사람들을 더 고용해서 어느 쪽 파트를 책임지게 만들든지 보통 그렇게 공부를 하지, 다 때려치우고 미국 가서 MBA 과정을 거치지는 않거든요?

▷안철수> 그게 한편으로는 또 제가 어느 정도 운이 좋았던 그런 면도 있는데요, 처음에 회사 만들 때, 한글과 컴퓨터라는 다른 소프트 회사에서 그쪽은 마케팅이라든지 판매 같은 걸 책임져주고 그럴 테니 저는 연구개발만 하면 된다, 그랬습니다.

▶정관용> 예, 맞아요.

▷안철수> 그러니까 사실은 일반적인 사장님에 비해서는 경영활동의 범위가 굉장히 적었고요. 그리고 또 그 당시에, 그 당시부터 미국의 보안시장이 제대로 커지기 시작해서, 한국은 아마도 2~3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거다, 그러니까 그때야말로 빨리 다녀와서 공부해야 될 때라고 판단했던 겁니다.

▶정관용> 그래서 항상 그런 판단이 들면 행동에 옮기시지요? 유학을 가버리고, 갔다 와서 조금 더 하시다가 또 가시고?

▷안철수>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사실은 말만큼 세상에서 허황된 게 없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이렇게 말로만 이렇게 이야기하기보다 직접 행동으로 하는 편입니다. 그게 또 행동으로 하는 게 조직구성원들에게도 굉장히 강력한, 큰 메시지가 되고요.

▶정관용> 말도 잘하시는데요.

▷안철수>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성공경험으로 남 돕고 싶어 교수직 수락했다

▶정관용> 그리고 갔다 오셔서 카이스트 교수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되겠다, 학생들을 가르쳐야 되겠다, 그 전환의 계기는 뭐였지요?

▷안철수> 안 연구소 제가 10년차 사장을 하고 있을 때인데요, 그때가 아마 한국 소프트웨어 회사로서는 최고의 기록을 세웠던 때일 겁니다. 세후 순익 100억 최초로 돌파한 회사가 됐고, 매출도 최고였었고, 여러 가지로 좋았는데요, 제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는 상황이 좋은데, 주위를 둘러보니까, 그게 벌써 6년 전이지만, 벌써 많은 벤처기업, 중소기업들이 막 허물어져가고 있는, 어려운 그런 상황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제가 한 회사만 잘 되게 하는 게 아니라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줘서 성공확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다면 그게 오히려 제가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제가 직접 이렇게 뛰어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가진 이런 경험이라는 게 제가 직접 경영할 때는 많은 도움이 되지만 다른 사람을 도와서 다른 사람이 성공하게 해주는 일은 제가 가진 경험만으로는 안 되고요, 경험이 체계화가 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저변도 넓어져야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겠다, 그래서 다시 정리하는 공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이제 다시 공부를 하러 가게 되었는데요. 그때도 뭐 편하게는 연구원으로 갈 수도 있었겠습니다. 또 교환교수로 갈 수도 있었고. 오라는 곳도 있었지만, 그러면 제가 시간을 잘 못 보낼 것 같더라고요. 제가 예전에도 그런 연구원으로 잠깐 갔다왔는데, 제가 스스로 일정을 이렇게 짜는 게 아무래도 제 스스로를 봐줄 수밖에 없어서 고민하다가 이제 토플 시험 새로 보고요.

▶정관용> 또 학생으로?

▷안철수> GMAT 시험 새로 봐서 연구원이 아니라 아예 석사과정 학생으로 간 거지요. 그래서 2년 동안 정말 고생 많이 했지만 시간은 잘 보낸 것 같습니다. 거의 2년 동안 읽고 공부했던 책 양이라는 게 혼자서 했으면 거의 한 10년 정도 필요한, 그 정도를 했으니까요.

▶정관용> 그때 공학 석사를 하신 건가요?

▷안철수> 초기에는 이제 공학 중에서도 기술경영학 석사를 했고요, 그 다음에 가장 최근에는 아예 경영학 자체 석사를 하고 왔습니다.

▶정관용> 그리고 다녀오셔서 바로 이제 카이스트 쪽으로 가시게 된 거잖아요?

▷안철수> 예, 그렇습니다.

한국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안철수 연구소 성장 가로막고 있다

▶정관용> 그러니까 그때 오히려 안철수 연구소라는 회사에 더 전심전력해가지고 안철수 연구소, 그렇잖아도 잘 해왔던 회사이고 지금도 잘 되고 있습니다만, 이 회사를 지금보다 열 배 더 큰 회사로, 그럴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그런 욕심은 없으세요?

▷안철수> 뭐 욕심이야 있지요. 그런데 그게 사실은 안 되는 것이, 안 연구소가 국내에서는 소프트웨어 회사로서는 가장 최첨단에 있습니다. 가장 규모도 크고요, 역사도 오래됐고 한데, 반면에 그러다보니까 우리나라 산업의 구조적, 구조적인 문제점을 정말 온몸으로 최첨단에서 선두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회사이기도 합니다. 즉 제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회사를 열배 이상 키울 수가 없습니다. 한국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정관용> 클 만큼 커 있는 거인가요?

▷안철수> 클 만큼 못 크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오히려. 한국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

▶정관용> 안철수 연구소를 글로벌화할 수도 있잖아요?

▷안철수>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한국 내에서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라고 하는 게 그 대기업, 중소기업 간의 그 문제점 그대로 있고요. 그 다음에 또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가 여러 가지로 열악한 문제점, 그대로 가지고 있고요. 또 이제 한국에서 가장 힘든 분야 중의 하나가 위험관리하는 영역인데요, 리스크 매니지먼트. 보통 앞서 도전만 하다보면, 그런 쪽은 등한히 하는데, 보안 소프트웨어가 또 그런 쪽입니다. 그래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 지금 사실은 처해 있어서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장 많이 느끼고 영향을 받는 그런 분야이고요. 그리고 외국 같은 경우는 지금 열심히 하고 있어서 외국에서 소프트웨어로 매출 100억 넘은 최초의 회사가 또 안 연구소이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나 현대가 몇십 년간 외국 진출을 한 끝에 지금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안 연구소도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고요.

▶정관용> 그렇게 공부가 필요하고, 그리고 사회구조와 저변을 바꿀 필요가 있고, 그래서 내가 공부하고 온 부분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사회구조와 저변을 바꾸는 일을 해야 되겠다, 그래서 교수를 하시기로 한 거지요?

▷안철수> 예, 그래서 제가 처음 고민을 했던 게 과연 대학에 자리잡을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창업을 할 건가, 또 아니면 벤처 캐피탈을 해볼까, 그런 여러 가지 선택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 이제 대학교로 가기로 했던 게 벤처 캐피탈 하시는 분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오히려 그 당시는 제대로 된 기업만 있으면 투자할 자금을 유치하는 건 어렵지가 않은데, 새롭게 좋은 기업 자체가 안 생긴다, 국내 전반적으로 기업가 정신 쇠퇴가 가장 큰 근본적인 문제다,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면 20대 젊은이들이 있는 대학에서 자리를 잡고 그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또 그 사람들이 만약에 창업을 하면 성공확률을 높이는 일을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었고요, 그리고 카이스트에서도 가면서 제가 정년보장을 받았는데요, 그 이유가 제가 뭐 다른 교수님들처럼 연구를 평생 했던 사람은 아니라 현업에서 열심히 일을 했었던 사람이니까 대학에 오더라도 연구에 시간을 빼앗기지 말고 여전히 부담없이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라, 그런 뜻으로 저한테 이제 정년보장을 해주신 겁니다.

▶정관용> 정년보장을 안 해주면 논문 쓰는 편수, 이런 게 다 계산이 되니까 그런 부담을 안 주었다, 이런 이야기로군요?

▷안철수> 예, 그래서 저도 그 생각에 동의를 해서 열심히, 대학에는 몸 담더라도 학생들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정관용> 그리고 이제는 융합과학 기술대학원, 서울대학교에 이것을 새롭게 또 하나를 꾸리기 위해 작업복을 입고 나가신다?

▷안철수>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10년 후 안철수 교수는 바로 이 대학원의 교수로, 원장으로 계속 있을까요?

▷안철수>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가 예전에 의사 그만두고 의대 교수 그만두고, 벤처 기업을 창업할 때, 그때 생각을 해봤는데요, 그때도 저의 아버님이 의사하시는 분이라, 저는 의대 들어갈 때 제 평생 아버님처럼 나이가 들어도 백발에 가운 입고 환자 열심히 보는 그런 의사로 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살다보니 오히려 너무 열심히 살다보니 의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그런 선택에 처했고요. 그래서 그때 아, 나는 장기계획이 맞지 않는 사람이구나, 오히려 매순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다보면 오히려 어떤 기회가 저절로 저에게 다가오는 타입이구나, 저는 그렇게 생각을 했었거든요.

안철수

 

“열심히 현재를 살다보니 기회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정관용> 그 답변 들으니까 10년 후는 정말 모르겠군요?

▷안철수> 예, 그리고 CEO 그만둘 때도 사실 마찬가지였습니다. 안 연구소, 제가 창업한 회사에서 잘 되고 있는데, 제가 나갈 수 있으리라고는 저 자신도 상상을 못했는데, 그때 보니까 열심히 살다보니 오히려 다른 업계 전반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 또는 기회라는 게 제 눈앞에 와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어떤 도전을 했다는 느낌은 전혀 안 들고요, 오히려 저는 그냥 현재를 살고, 열심히 사는 사람인데, 기회가, 제가 찾지도 않았는데, 저한테 성큼 다가왔던 그런 느낌이 듭니다.

▶정관용> 왜 그렇게 열심히 사세요?

▷안철수> 제 신조가 흔적을 남기는 삶을 살자, 또는 차이를 만드는 삶을 살자, 그런 게 제 신조인데요.

▶정관용> 욕심이 크시군요?

▷안철수> 욕심이라기보다...

▶정관용> 제일 큰 욕심입니다, 그게.

▷안철수> 아, 그렇습니까? (웃음) 제가 이렇게, 책을 많이 보는 편인데요, 그러다보니까 든 생각이 제가 기왕에 어떤 생명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났는데, 제가 죽고 나서 제가 존재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없다면 그것 참 서글픈 일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존재의 의미라는 게 가장 잘 알 수 있는 게, 역질문하는 것 같더라고요. 예를 들면 내가 가족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가진 사람인가를 제일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역질문하는 거지요. 내가 만약에 이 세상에 없었으면 우리 가족은 무엇을 잃어버리는가. 생각하고 고민을 해봐도 차이가 없다면 그건 참 서글픈 인생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처럼 저도 이제 제가 기왕에 제가 이렇게 살고 있는데, 죽고 나서, 없어지더라도, 제가 했던 말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바뀐다든지, 또는 제가 쓴 책이 그때도 남아서 사람들에게 생각에 영향을 준다던지, 제가 만든 이 안 연구소라는 조직이 이후로도 영속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를 한다든지, 제가 제안했던 것들 때문에 국가제도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고 바뀌어서 그게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든지... 그런 게 흔적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매순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면서 조금이라도 흔적을 더 많이 남길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정관용> 그러니까 욕심이 많다고 제가 말씀드린 거고.

▷안철수> (웃음)

▶정관용> 술 좋아하세요?

▷안철수> 아니, 못합니다.

▶정관용> 담배도 안 하시지요?

▷안철수> 예, 담배도...

▶정관용> 바둑이나 장기 혹시 잘하시는 것 있으세요?

▷안철수> 바둑은 뒀었는데, 거의 이십년 간 안 두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요.

▶정관용> 골프도 안 치지요?

▷안철수> 예, 골프도 못 배웠습니다.

▶정관용> 취미가 뭔가요?

▷안철수> 취미는... 그나마 있는 것이 영화 좋아합니다. 주로 이제 밝은 영화들, 예를 들면 주노라든지 헤어스프레이라든지, 최근에 봤던 영화 중에 제일 좋았던 것은 킹스 스피치.

▶정관용> 킹스 스피치. 아카데미상 탔지요.

▷안철수> 예, 그런데 이제 제가 연예인도 아닌데 얼굴 알아보시는 분들이 너무 많이 생기셔가지고 마스크 쓰고 가서 영화관 컴컴해질 때는 마스크 벗고 편안하게 이렇게 봅니다.

▶정관용> 제가 거듭 골프, 바둑 등 말씀드린 게, 너무 교과서적으로 사는 거 아닌가.

▷안철수> 저의 주위 분들은 재미없으실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런데 저는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는 제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저를 평가하느냐에 사실은 뭐, 완전히 무감각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는 저 마음편한 대로 사는 게 좋거든요.

▶정관용> 지금처럼 사시는 게 마음 편하고 즐겁고 행복하다, 그런 말씀이시잖아요.

▷안철수> 예, 그래서 저한테는 자연스럽고요, 그게 일이년 하고 마는 게 아니라 뭐 십년, 이십년, 제가 대한민국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게 1988년이니까 만 23년 간 거의 꾸준히 언론에서 이제 노출이 됐는데요. 그런 긴 시간 동안 제 본성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면 중간에 아마 사고 한번 쳤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던 이유가 제 스스로 그냥 편한 삶을 살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정관용> 개인적인 질문들은 이제 이 정도로 마무리를 지으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아주 남다르고 진짜인 분이다, 라는 칭찬도 해드렸고.

▷안철수> 감사합니다.

안철수식 라이프 스타일, 남에게 강요하진 않는다

▶정관용> 그리고 청취자분들이 다 느끼듯이 되게 재미없는 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웃음). 한 가지만 마지막으로, 너무 그렇게 열심히, 그리고 교과서적으로 사시는 게 본인한테는 즐겁지만, 주변 사람들한테 약간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런 거?

▷안철수> 제가 회사 경영할 때도 마찬가지였었는데요, 제가 옳다고 믿는 어떤 마음이나 일하는 방법 같은 것 다른 사람들한테 절대로 강요하지 않습니다. 사람들마다 가진 가치관은 다 똑같이 소중하지, 어떤 사람 가치관이 다른 사람 가치관보다 더 우월하다, 그런 건 있을 수도 없다는 그런 생각 정말 진심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정관용> 제가 말하는 건 강요를 안 해도, 그 삶을 옆에서 보는 것 자체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거든요.

▷안철수> (웃음) 그런 생각은 못해봤는데요, 최근 들어서 연예인들에 대해서 이 사람 아냐, 저 사람 아냐, 여러분들이 막 물어보시면서 제가 잘 모르고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막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정관용> 왜 그럴까요?

▷안철수> 그래서 그런 놀림을 받고 있는 사람이니까 오히려 그럴 때는 다른 분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고요.

10년 후 한국, 정신 바짝 차리면 좋아질 것

▶정관용> 자, 분위기를 확 바꿔서 갑자기 그러면 10년 후 안철수 교수, 뭐하고 살지 모른다, 그러면 10년 후 대한민국 사회, 지금보다 좋아져있을까요?

▷안철수>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믿음이 있고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잘못될 가능성도 상존하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앞으로 십년을 살아야 될 것 같습니다.

▶정관용> 지난 10년 과정 동안 한국의 모든 사람이 다 정신 차리고 잘 했나요?

▷안철수> 바짝 차리고 잘 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기득권 과보호가 너무 심하게 굳어진 것 같고요, 이게 지속되면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엄청난 위기가 닥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류 역사상도 보면 기득권이 과보호되는 때가 그 나라가 망하는 때였었고요. 그리고 또 이렇게 여러 가지 의미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게 극심하게 되면 결국은 망하고 나라가 다시 만들어지거나 아예 흔적조차 없어지는, 사라지는 시대거든요.

▶정관용> 특히 지난 10년이 그 지난 한 30년 전보다 특히 지난 10년이 기득권 과보호, 격차 확대의 시기였다, 라고 보십니까?

▷안철수> 예, 그렇습니다.

지난 10년간 기득권 과보호 극심했다

▶정관용> 그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안철수>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외환 위기를 지나가면서 할 수 없었던 측면들도 있고요.

▶정관용> 제일 크지요, 그 요인이.

▷안철수> 예, 그리고 또 여러 가지 경제환경이라는 게 예전과는 달리 글로벌 경쟁 시대, 무한경쟁에 이렇게 노출되어 있다보니 살아남기 위해서 할 수 없었던 측면도 일부 존재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리 그런 문제점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몰랐던 것은 아니고요, 저조차도 이제 언론을 통해서 여러 가지로 그런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고요. 예를 들면 제가 2003년에 우리나라는 빌 게이츠가 와도 성공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 이유가 그 사람의 능력이 아무리 우월하더라도, 출중하더라도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그런 사람도 제대로 성공할 수 없다.

▶정관용> 맞습니다.

▷안철수> 그러니까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바꿔야 된다고 벌써 이야기를 했었고요.

▶정관용> 그 사회구조적 문제의 핵심이 기득권 과보호, 격차의 확대?

▷안철수>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그것을 작동하게 만드는 기제는 어디입니까? 정치입니까?

▷안철수>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선은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풀 수 있는 열쇠들은 정치에서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관용> 그래야지요. 그런데 지난 10년간 정치가 그걸 못해왔다는 것 아니겠어요?

▷안철수>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관용> 못해온 겁니까, 아니면 오히려 기득권 과보호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습니까?

▷안철수>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공기업들부터 지역학생 할당제 실시했으면

▶정관용> 크게 고용창출을 최우선 목표에 둬라, 그리고 격차를 줄이는 정책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산업과 기업을 끌어갔다면 이제는 이 두 목표에 최우선을 둬라. 격차를 줄이는 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안철수> 지금 보면 대학의 서열화가 굉장히 큰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또 갈수록 서울지역과 그 다음에 다른 지방 쪽의 지역들 간에 격차가 많이 벌어지고, 예전에 저 다닐 때만 해도 지방 명문대, 지방, 또는 지역 명문대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점점 더 빛이 바래고 있고요. 그러니까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저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예전에 조국 교수님이 그런 말씀도 하셨는데요, 최소한 일반 사기업보다는 공기업에서 직원들을 뽑을 때 지역마다 할당을 해서 뽑는다든지 그런 여러 가지 방식들을 해서 이런 불균형들을 바로 잡는 게 옳다고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저도 동의하고요. 미국 같은 경우에도 영어 표현으로 Affirmative Action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소수인종 혜택을 주는 건데요, 그게 예를 들면 법대 학생들을 성적순으로만 뽑으니까 백인들만 뽑힌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중에서 몇 퍼센트는 성적이 나빠도 흑인들을 뽑게 되지요. 그러면 어떤 분들의 입장에서는 그거야말로 굉장히 역차별 아니냐, 그게 굉장히 정의롭지 못한 일 아니냐고 이렇게 보실 수도 있겠는데요, 그 이후에 10년, 20년 후에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백인이나 흑인이나 다들 사회에 대한 공헌도는 차이가 없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즉 그 말이 무슨 말이냐면, 그렇게 성적이 나쁜 흑인들의 경우에 그 사람들이 실제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아니라 기회만 못 가졌던 거지요.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니까 오히려 그 사람들이 사회다양성과 발전에 크게 공헌을 합니다.

▶정관용> 우리나라 서울대학에서도 그래서 지역균형 선발 등등이 시도가 됐고, 그렇게 들어온 학생들이 성적이나 이런 면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더라, 이런 것도 입증되고 있지 않습니까?

▷안철수> 예, 그래서 그것이 교육 현장에만 존재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공기업에도 그렇게 해서 정말 기회를 주다 보면 그게 이렇게 대학 서열화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는 그런 역할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찾아보면 저는 굉장히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선순위의 문제인 거지요.

대기업-중소기업, 이익공유보다 먼저 해결할 일 있다

▶정관용> 예, 맞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교육하고 공기업에서 연결된 그런 하나의 모델을 주셨고, 제일 크게들 말하는 우리나라의 대기업, 중소기업, 요즘 뭐 상생이니 여러 가지 논란점이 많아요. 이익공유제가 있고, 연기금 주주권 행사가 있고 쟁점들이 막 터져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세요?

▷안철수> 제가 일전에 이제 어떤 토론에서도 사실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지금 현재 이익공유제라는 건 결과를 나누자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오히려 저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들이 있으면 새롭게 제도를 만들 필요도 없이 현행법 상에서 할 수 있는, 그런 불법적인 일에 대해서는 먼저 바로잡고 그 다음에 논해도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법적인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게 문제지요.

▶정관용> 이 불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가 해야 돼요, 정부가?

▷안철수> 사실 정부가 해야 합니다.

▶정관용> 공정거래 차원에서?

▷안철수> 여러 가지가 사실은 있는데요, 현행법 상에서도 개선해야 될 점들이 많은 것이, 제가 뭐 법에 대해서 전문가는 아니라서 단견일 수는 있습니다만 현재 보면 불법적인 일들이 실제로 지금 많이 벌어지고 있고요, 그런데 그 사람들 중에서 거의 10% 미만만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합니다. 나머지 90% 이상은 그냥 있습니다.

▶정관용> 입 다물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지요.

▷안철수> 예, 그래서 자기가 망할 결심을 해야 제소를 하거든요. 그러면 대부분 입 다물고 있는 사람들을, 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서 불법적인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를 사실은 연구를 하고 고민을 많이 해봐야 되고요, 그리고 또 망할 결심을 하고 제소를 했는데, 사실상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발권 행사를 안 합니다. 지난 3년간 거의 뭐 아주 소수만 했다는 그런 통계도 나와있는데요, 그러니까 왜 안 했던 건지, 그리고 또 만약에 그렇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독점 제소권, 고발권을 해지한다든지, 푼다든지, 그런 여러 가지 고민들이 사회공론화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쪽에 대한 공론화나 언급이나 열띤 토론 없이 바로 그런 것들은 불법적인 것들을 다 인정하고 대신에 결과를 나누자는 건, 우선순위, 순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폰의 성공에서 한국 대기업이 배워야 할 것은?

▶정관용> 뭐 사실 이익공유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많은 분들이 이미, 현재 저질러지고 있는 하도급 등등에 있어서의 불공정 거래,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된다, 라는 말을 많이 하기 했거든요. 그것에 대한 제도적인 제안이 지금 말씀하신 어떻게 하면 제소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할 것이냐, 그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나 이런 것들은 어떻게 활성화를 시킬 수 있을 것이냐, 이런 얘기들은 나오긴 나옵니다. 그런데 제가 그냥 쭉 말씀 듣고 있으면서 보면, 역시 이 부분도 현실을 이렇게 가야 되고, 이런 고민점들이 있고, 여긴 이렇게 제도적 개선책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나라는 대기업, 일부 대기업, 특히 삼성이나 이런 큰 대기업들이 거의 법조계도 장악하고 있고, 언론도 장악하고, 정부도 장악하고...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와도 결국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힘을 어디에서도 찾지 못하는 것 아니냐. 불공정한 대접을 받는 중소기업들도 이 거대한 구조 앞에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에 결국은 할 말 못하고 그냥 그 관행을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 어떻게 보세요, 이런 거는요? 약간의 무기력증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그런 걸 보면.

▷안철수> 그런데 저는 역사는 좋은 쪽으로 개선해나갈 거라고 믿고요. 그리고 또 사실은 기득권 과보호라는 게 기득권에게도 독이 됩니다. 로마 제국이 망한 것도 사실은 기득권 과보호가 너무 심해져서 망했었고요. 외국 같은 예를 들자면, 실리콜밸리에서 구글이 검색 쪽에서 1위를 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편하게 1위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도 여전히 여러 회사에서 경쟁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고, 그러면 구글은 자기도 더한 노력을 해서 계속 1위를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즉 1위를 할 자격과 실력을 갖춰서 1위를 하니까 그건 전반적으로, 본인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적으로 굉장히 큰 도움이 되고 있는데요. 만약에 그게 그렇지 않고 별로 실력도 없으면서 편하게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러면 1위하는 업체 입장에서도 꼭 열심히 노력해야 할 이유가 없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안주할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 그러다가 결국은 대외적인, 외부의 경쟁자들이 와서 무너지게 되면. 사실은 아이폰이 대표적인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지난 2, 3년 간 아주 편하게, 실력을 안 기르고 그냥 편하게 이익을 내고 있다가 갑자기 이렇게 외부에서 이렇게 경쟁이 닥치니까 지금 굉장히 힘들어져 있는 것처럼, 그런 게 우리 모두에게도 안 좋습니다. 그래서 그런 위기감도 대기업 스스로 저는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관용> 기득권 과보호가 결국은 기득권에게도 독이 된다?

▷안철수> 예.

▶정관용> 그런데 그것은 독이라는 걸 느낀 다음에야 독이 된다는 걸 아는 거 아닌가요?

▷안철수> 현명한 사람들만이 그걸 알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큰 대기업들이 저는 바보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뭐 가까운 시일 내에, 그리고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서 교훈들을 얻어서 우리 모두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본인들을 위해서도 바뀌어야 된다는 문제의식, 가지고 가야될 것 같습니다.

한국사회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이유?

▶정관용> 대기업 전반이 다 문제인가요?

▷안철수> 대기업 전반... 뭐 대기업이 꼭 우리편이 아니라는 생각은 안 합니다. 사실은 우리나라 전체 문화가 사실은 그런 건데요. 생각을 해보면, 아주 단순하게 보자면, 어쩌면 우리나라 지금까지 발전하고 성공했던 그 틀에 우리 스스로가 갇혀서 지금 거기에서 못 헤어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저 밑바닥에서 거의 50년 만에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왔느냐, 한 마디로 우리는 패스트 팔로우어(fast follower)였기 때문이거든요. 우리가 워낙 가진 게 없을 때, 조금이라도 헛되게 투자하다가 실패하면, 가진 거 다 날리면, 다시 재기할 수가 없으니, 우리나라가 썼던 방법이 남들이 해놓은 것 중에 유망한 쪽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했습니다. 그리고 또 그러다보면 추호의 실수도 없이, 실패도 없이 가야만 가능합니다. 즉 우리나라는 패스트 팔로우어로 성공을 했습니다만, 거기에 따른 부작용, 즉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가 아주 뿌리깊게 자리잡게 되었지요. 그래서 도중에 누가 넘어지면 일으켜세울 그런 여력이 없어서 밟고 지나갔습니다. 그런 게 우리나라인데요. 그래서 지금 발전했는데, 문제는 패스트 팔로우어로서 성공을 했지만, 그게 이만 불에서 멈춰서 있고요. 지난 6년 간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중국이 쫓아옵니다. 그러면 이대로 있다가는 오히려 우리는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우리가 여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하는데요, 퍼스트 무버.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되면 아무리 천재들이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그 아이디어 중에, 열 개 중에 하나 성공하면 확률이 높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여러 재능 있는 사람들이 새롭게 아이디어들을 내게 하고, 그 중에서 하나 성공하면 백배 성공하면 그동안 열 개 실패한 것들 다 갚고도 남음이 있는 쪽으로 완전히 우리가 바뀌어야 되는데,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는 안 바뀌어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내라고 했을 때, 처음 몇 사람은 과감하게 아이디어를 냈는데, 실패하지요. 그러면 그 사람들을 밟고 지나갑니다. 그러면 그 다음 사람들은 절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없지요. 그러니까 이게 우리 성공신화에 갇혀있는 게 대한민국 자화상이고, 우리나라 대기업의 자화상이고요. 그러니까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즉 그렇다고 모든 실패를 용인하는 건 아니고요, 도덕적이고 성실한 실패에 대해서는 다시 기회를 주는 문화가 되어야, 우리나라, 또 우리나라 대기업들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좀, 그런 위기감이 제가 있습니다.

▶정관용> 쉽게 말하면 벤처 사업 같은 것들이 더 커져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 대기업들도 이쪽으로 바뀔 수 있습니까?

▷안철수> 바뀌어야 되는데요. 기업 문화는 제가, 부정적입니다. 안 바뀔 겁니다. 그래서 대기업도 지금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 10년 후가 안 보이거든요. 그러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 할 수 있는 일은 주위에 벤처 기업이나 중소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서 그 새로운 시도를 그 사람들에게 맡기는 거지요.

혁신가능성 가진 중소기업 생태계 육성에 대기업이 나서야

▶정관용> 그렇지요.

▷안철수> 그러면 그 사람들 중에서 아홉 개는 망하고 하나가 제대로 성공하면 그걸 흡수를 해서 자기가 이제 앞으로 혁신적인 기업으로 발전하는... 그리고 그게 단순히 이렇게 이론적이거나 예쁜 그림만은 아닌 것이 실제로 외국 기업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구글 같은 인터넷 기업들도 자기가 이제는 스스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많이 못 내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새로운 벤처 기업들의 생태계를 만들어줌으로써 거기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흡수를 해서 자기가 혁신적인 회사로 거듭나고 있거든요. 이미 그런 사례들이 있으니 우리나라 대기업도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지 싶습니다.

▶정관용> 그러니까 조금 추상화될 수도 있습니다만, 21세기 글로벌 경영환경의 큰 변화는 글로벌화, 그 자체. 또 하나는 지식이나 기술이 범용화되었다는 것. 어디에서든 구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결국 상생과 협력의 네트워킹, 소통의 중요성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지금 바로 그 지점을 이야기하시는 거지요?

▷안철수> 예.

▶정관용> 혼자 뭘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함께 협력 모델을 어떻게 구축하느냐, 우리 기업들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나요?

▷안철수> 지금 그렇지를 못하지요. 그러니까 왜 애플사의 아이폰에 지금 우리나라 그 큰 대기업들이 힘들게 되었느냐, 그건 그런 생태계를 못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거든요.

▶정관용> 어플리케이션에서 진 거지요.

▷안철수> 예. 그래서 애플사 같으면 지금 현재 애플사 소속이나 하청업체가 아닌데도, 전혀 독립적인 회사들인데도 본인들에게 이익이 되니까 어떤 문제가 생기면 바로 그 다음날 수십 개의 어플리케이션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져서 올라옵니다. 지금 기업 간의 싸움이라고 하면, 전쟁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개별 기업 간의 전투였는데요, 지금은 연합군의 싸움이거든요.

▶정관용> 그 모습을 다 지켜본 삼성전자가 왜 아직도 그 관행을 못 바꿀까요?

▷안철수> 문화가 바뀌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제작 인력은 대기업내에서도 푸대접 받았다

▶정관용> 결국은 또 문화군요?

▷안철수> 대기업 하청 구조 내에서의 문화, 그리고 또 삼성기업,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소프트웨어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을 못 받습니다. 예전에, 아주 오래 전 이야기인데요.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바가 있습니다. 어떤 전자회사 임원분 한 분이 제 발표를 들어보시더니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했던 발표라는 게 앞으로 산업분야별로, IT 분야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 거라는 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제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터넷 서비스 이런 식으로 나눠서 발표를 했더니, 그분이 쉬는 시간에 저한테 오셔서 분류를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그 말씀을 하세요. 그러면서 그분 말씀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같은 비중이 아닌데,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구동시키는 하나의 부속품에 불과한데, 그걸 동등하게 분류를 하면 사람들이 오해를 하니까 대분류에서 소프트웨어를 빼달라는 겁니다. 실제로 이게 참, 지금은 어이가 없지만 그 당시에 진지하게 그 말씀을 하셨거든요.

▶정관용> 그게 몇 년도 일이에요?

▷안철수> 그게 2004년이었지요. 그러니까 뭐 그 당시가 제가 빌 게이츠도 우리나라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그런 이야기도 하고 그럴 때였었는데요. 그런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여전히 앞으로도 힘든 싸움을 겪게 될 것 같습니다.

▶정관용> 사회 전체의 문화, 그리고 그것은 오히려 기업 내에 더 고착화되어 있는 문화. 그런 것의 변화. 조금 아까 말씀하시면서 성공신화에 빠져있는 한... 이런 단어를 쓰셨거든요? 저도 그런 표현을 즐겨 사용합니다. 우리 사회 코드 자체를 저는 성공신화에서 행복신화로 바꿔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안 교수님은 성공신화에서 어디로, 어떤 것으로 향해 가야 됩니까?

▷안철수> 성공신화,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게 제가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요. 우선은 원숭이 잡을 때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뭐냐면, 사실은 정글에서 원숭이 잡을 때 쓰는 방법 중의 하나가 투명한 유리병 속에 사탕 넣어두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원숭이가 와서 사탕을 보고는 그 병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사탕을 쥡니다. 그런데 이렇게 빠지지가 않는 거지요, 주먹이 되니까.

한국, 과거의 성공방정식에 집착하면 위험하다

▶정관용> 계속 그러고 있지요.

▷안철수> 그러다보면 사냥꾼이 잡으러 와요. 그러면 사실은 사탕만 놓으면 그러면 다시 주먹을 빼서 달아날 수가 있는데, 끝까지 그 사탕을 쥔 채로 도망치려다보니 결국은 사냥꾼에게 잡혀서 목숨을 잃지 않습니까? 그게 원숭이 얘기가 아니고 사람 이야기거든요. 항상 보면 이제 실패는 사람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요, 한번 실패를 하면 마음이 약해져서 과감하고 객관적으로 좋은 선택을 잘 못한다는 말인데요, 성공이 더한 것 같더라고요. 사람이 열심히 살다보면 노력해서 뭘 하나 가지게 되는데요, 그 다음부터 모든 선택은 이걸 놓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이렇게 판단하다보니까 객관적으로 좋은 선택을 못하게 되는 게 사람인 것 같습니다. 회사 내에서도 어떤 분이 부장으로서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아서 임원이 됩니다. 그런데 부장으로서 성공했던 방식과 임원으로서 앞으로 성공하는 방식이 다르거든요. 아주 단순하게 보면 부장은 자기가 맡은 부서만 잘 되면 되고, 다른 부서는 신경 안 써도 되는데요, 임원은 자기가 맡은 부서뿐만 아니라 이게 미칠 다른 부서와의 관계까지 다 보는 그런 시야를 가져야 임원으로 성공하는데, 부장으로 성공했던 분이 여전히 자기가 했던 성공의 방식, 방정식, 성공신화를 못 버리고 그 방식 그대로 하다보면 결국 임원으로 실패하는 경우, 굉장히 많이 봤지요. 그러니까 이제 성공신화라는 것도 한번 성공을 했다고 했을 때, 그 전까지 가졌던 방식들이 앞으로도 계속 그대로 갈 것이라는 그런 게 가장 위험한 것 같은데, 우리나라가 지금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다,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또 하나는 사업을 하면서 제가 많이 느꼈는데요, 최선을 다해도 실패하더라고요. 최선을 안 다했는데도 성공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10년 정도 경영하면서 깨달았던 게 성공이라는 게 사실은 내가 차지하는 몫은, 사람마다 비중은 다르겠습니다만, 아마 3분의 2 정도이고, 나머지 3분의 1은 다른 사람이 나를 도와줘서, 사회가 여건을 허락해서, 운이 좋아서 성공하는 거더라고요. 그러니까 하면 할수록 절감하는 게 내가 차지하는 몫은 3분의 2 정도인데, 이 100% 중에서요, 이게 전부 다 100% 내 거라고 주장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사실 성공을 100%, 개인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생각들을 가지게 됐는데, 한걸음 더 나아가면 그렇게 사회가 여건을 허락해준 성공에 대해서 마지막 그 결과물을 성공한 사람이 독식을 하게 되면, 그게 천민자본주의의 시작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가진다면 아마도 이런 너무 성공신화에 매몰되기보다 사회 전체의 행복도 생각하게 되는, 좀더 시야 넓은, 그게 또 장기적인 성공이 아닐까 싶거든요.

내 성공의 1/3은 사회의 도움 때문

천민자본주의의 시작, 성공의 100% 사유화에서 시작된다


▶정관용> 두 말씀이 다 연결되어서 결국은 확보해놓은 것을 과감히 놓을 수 있어야 된다, 두 말씀이 다 연결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자기들이 노력으로 확보한 것 그 이상까지도 편법을 통해서 상속도 하고 뭐 이런 문제들이 있는데요. 기업에 대한 이야기 쭉 많이 하셨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 방향 지적하셨습니다. 우리나라 정치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안철수> (웃음) 제가 정치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사실 코멘트하기가 굉장히 조심스럽고요. 단지 우리 삶의 프레임을 정리하는 굉장히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제 정말로 잘해주셔야 되는 것 같고요.

▶정관용> 아까 쭉 이야기하신 대기업, 중소기업 사이의 과정 상의 불법이 있다, 뭐가 있다, 이런 것은 제도개선 이러이러한 것을 해야 한다, 심지어는 대학 서열화를 막기 위해서 공기업에서 어떻게 지역균형 할당을 하느냐, 등등도 다 입법이 되어야 되는 것들이거든요?

▷안철수> 예, 맞습니다.

▶정관용> 그걸 해야 되는 곳이 다 국회입니다. 그런데 국회는 왜 그런 방향으로 못 움직일까요? 정치권 내에서는 사실 대기업, 중소기업의 제도적인 개선이 뭐가 필요하다, 등등은 말씀하신 10년 전 그 정도에서도 이미 화두가 다 됐었거든요. 정치권 안에서는? 그러나 결실을 못 맺는단 말이에요. 왜 그럴까요?

▷안철수> 현장에 대해서 좀 이렇게 모르시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고요.

대기업의 글로벌화로 트리클 다운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정관용> 혹시 다른 데 생각이 빠져있는 것 아닐까요?

▷안철수> 여러 가지 우선순위나 선택의 문제도 있을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또는 이제 옛날 국가발전의 프레임워크에 갇혀있을 경우, 그러니까 옛날 같으면 사실은 대기업이 잘 되면 그게 다 하청 받는 중소기업들, 100% 우리나라 기업들이었고요. 대기업 주주들도 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었지요. 그러니까 대기업에 일종의 특혜를 준다면, 그러면 그 혜택은 사실은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골고루 퍼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그랬던 것 같은데요. IMF 환란 이후에 지금은 거의 50% 이상의 주주가 외국인이라서 배당도 거의 다 외국으로 다 빠져나가고, 그 다음에 하청중소기업들도 굉장히 많은 수가, 거의 절반 이상이 일본이나 대만의 중소기업들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완전히 산업환경이 바뀐 환경에서도 여전히 대기업에만 집중적으로 이렇게 어떤 혜택이 주어진다면...

▶정관용> 트리클 다운이 될 거다?

▷안철수> 그러면 새어 나가지요. 새어나갈 수밖에 없고요. 그거 이미 학문적으로 증명이 되어 있는 것 같고요. 환율정책도 사실은 마찬가지고요.

▶정관용> 지금 쭉 계속해서 정책의 내용에 대해서 판단들을 잘못하는 것 같다, 이런 말씀들 주고 계신데, 또 정치권의 행태나 정치 여야 간의 정권교체가 왔다갔다 하고 이런 모습에 대해서는 일절 코멘트를 안 하려고 하시네요?

▷안철수> 제가 정치인이 아니니까요. 제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사실은 굉장히 조심스러워서요.

▶정관용> 이건희 회장 같은 경우 과거에 우리나라 정치는 4류다, 이런 말도 하기도 하고, 최근에도 정치에 대해서 한 마디 쓴 소리를 하고, 그러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내가 볼 때 정치권 행태는 영 이런 면에서 제일 문제가 있다, 그 정도는 하실 수 있는 거지요?

▷안철수> 글쎄요. 우선은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그래서도, 다른 사람 탓하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많이 했었고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정치는 좀 나아질까요?

▷안철수> 저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정관용> 왜요? 어디에서 그런 낙관적 근거를 찾으세요?

▷안철수> 지금 현재 제가 20대 학생들 대상으로 전국 순회 강연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지금 벌써 2년 정도 된 것 같은데요. 그런데 하면서도 느끼는 게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뭐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너무나 겁이 많고, 안전지향적이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보면 그렇지가 않거든요. 이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들 다 실력도 제가 그 나이 때보다 더 실력 있는 사람들이고요. 또 생각도 깊고요. 고민도 많고, 호기심도 많고, 독립심도 많고,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는데, 그런 젊은 사람들을 사회구조가 더 큰 힘으로 억누르니까 안전지향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정관용> 그렇습니다.

▷안철수> 그런 것들이 문제라서요, 그런데 그게.. 결국은 그 사람들이 자라서 다시 또 사십대, 오십대가 될 거고요. 우리나라 주역이 될 거고. 저는 미래에서 희망을 찾습니다.

▶정관용> 우리 젊은이들을 보면 정치도 안 바뀔 수 없다?

▷안철수>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우리 언론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아침에 신문 보십니까?

▷안철수> 주로 인터넷으로 보고요, 포탈이 아니라 직접 신문사 사이트를 직접 갑니다. 직접 가서 봅니다. 그것만이 어떤 뉴스가 정말로 중요한지는, 전체적인 레이아웃이라고 하지요. 그걸 보면서 전체적인 비중이나 이런 거를 판단을 하는데요.

▶정관용> 종이신문, 배달되는 건 없어요?

▷안철수> 예, 요즘은 없습니다.

▶정관용> 그리고 인터넷 포털이 아니라 사이트를 들어가서 보신다?

▷안철수> 예.

▶정관용> 몇 군데 정도 들어가서 보세요?

▷안철수> 네 군데 정도 봅니다.

▶정관용> 어디어디입니까?

▷안철수> 꼭 분류를 하자면 보수 언론 두 군데, 그 다음에 진보 언론 두 군데 정도 봅니다.

▶정관용> 그러면 조선하고, 중앙? 중앙입니까, 동아입니까?

▷안철수> (웃음) 그건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정관용> 어쨌든 셋 중에 두 군데? 진보 언론은 어디어디 들어가세요?

▷안철수> 그 뭐 진보 언론 같으면 종이신문 말고도 다른 곳도 서너 군데 있지 않습니까? 그 중에서 한 두 군데 정도 골라보는 것 같은데요.

▶정관용> 종이신문 아닌 곳에서?

▷안철수> 종이신문 아닌 데서도 한 군데 보고, 종이신문에서도 한군데 정도 보고...

▶정관용> 그러면 한겨레, 경향 중에 하나 보시고, 그 다음에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중에 하나 보시나요?

▷안철수> 예, 그렇습니다. 토머스 프리드먼 책만 보고 그것만 신봉하는 것도 사실은 문제가 많을 수 있고요, 장하준 교수님 책만 보는 것도 사실은 문제가 있을 수 있거든요. 제가 살다보니까 항상 답은 양극단에 있지 않더라고요. 항상 도중 어느 지점에 있는데요. 그래서 양쪽 다 알아야 자기 나름대로 건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과 진실은 다를 수도 있다?”

▶정관용> 그런 양쪽 신문들을 매일 클릭해서 보시면 그들이 펴고 있는 논조나 행태 같은 것들이 보이지 않습니까?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세요, 아니면 언론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안철수> 개선될 점들은 많지요. 발전은 많이 했고요, 예전에 비해서. 제가 80학번이니까 광주 민주화운동, 그때 아닙니까? 사실 그때, 제가 나름대로 충격을 받고 하나 깨달은 게 있다면, 사실과 진실이 다르구나, 그걸 80학번 학생 때 처음 깨닫고 충격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신문들이 그 당시에도 사실보도를 했지만 한쪽 편의 사실만 열거하니까 진실이 아닌 보도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게 참 그때 이후로 잊혀지지 않는데, 지금도 어떻게 보면 사실 확인 측면에서는 좀더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정관용> 사실보다 주장에 열을 올리지 않나요?

▷안철수> 뭐 선진언론들을 제가 인터뷰도 해보고 경험들을 해보다 보면, 우선은 여건이 좋은 건 확실한 건 같습니다. 뭐나면 제가 어떤 그 당시에 외국 기자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그 사람이 하루종일 저랑 같이 대화를 나눴고요, 그 다음에 워싱턴 D.C.에 있는 본사로 돌아간 다음에 한국에 제가 했던 말들, 전부 사실확인을 했고요, 그리고 나서도 보충취재를 하고 하면서 일주일에 아티클 하나 썼습니다. 그런데 보면 한국 기자분들은 하루에도 여러 편을 써야 되거든요. 그 여건 차이도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 사실확인에 조금 시간 투여가 조금 적은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을 받고요. 그리고 또 사실보다는 본인의 의견들이 많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정관용> 그러니까요.

▷안철수> 그게 별로 앞으로는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바람직하지 않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총리 안철수? “가능성 거의 없을 것 같다”

▶정관용> 마지막 질문인데요, 아까 10년 후 안철수 교수 뭐하고 살 지 모른다, 10년 후 안철수 교수가 총리나 대통령이나 이런 사람이 되어 있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습니까, 남아는 있습니까?

▷안철수> 너무 큰 걸 갑자기 물어보셔가지고요, 그거는 거의 저는 가능성 없을 것 같고요. 저기, 가장 확실한 건 그런 것 같더라고요. 제가 이제 카이스트 처음에 임용이 되었을 때, 임용장을 받았어요. 거기 보니까 2008년부터 2027년,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정년보장을 받다보니까 그런 건데요. 2027년을 생각해보고 제가 과연 그때도 카이스트뿐만 아니라 대학교수로서 계속 정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해보게 됐거든요? 그런데 자신은 없더라고요. 왜 그러냐면, 예전에 의사 처음 시작했을 때도, 평생 할 것 같은 각오로 최선을 다해서 살았는데, 결국은 다른 기회가, 더 의미있는 일, 더 재미있는 일, 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선택이 왔기 때문에 그 쪽 일을 택했던 것이고요, 또 전에 CEO에서 그만둘 때도, 상상도 못했지만 더 의미있고, 더 최선을 다해서 일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선택이 저한테 왔기 때문에 결국은 지금 대학교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거라서 나중에 뭘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 한 가지는 확실할 것 같더라고요.

▶정관용> 변화할 것이다?

▷안철수> 어떤 일을 하든 제가 그 일을 하는 그 순간에는 그 일이 그 순간 저한테 가장 의미있고, 재미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요.

▶정관용> 예, 10년 후 총리, 대통령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으셨어요. 그렇지요? 그렇게 이해해도 되지요?

▷안철수> 너무 커서 사실 엄두가 안 나거든요. 제가 왜 정치를 안 하느냐 하면, 그 중에 이유 중의 하나는 그겁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제가 시야가 너무 좁음을 느끼거든요. 제가 지금 네 가지 직업을 했습니다. 의사도 했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했고, 회사 경영자도 했고, 교수도 했는데, 그 분야들을 해도, 제가 못한, 굉장히 큰 분야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모르고 전체를 아우르는 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들었고요. 그래서 또 총장 제의를 여러 건 받기는 했습니다만...

▶정관용> 대학 총장?

▷안철수> 대학원장 내지 학장으로 가게 된 것도 다 단계가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열심히 열심히 하다보면 그 다음에 제가 억지로 찾은 기회가 아니고, 저절로 제가 그 다음에 할 일이 제 앞에 나타나겠지요.

▶정관용> 본인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멘토, 또 롤모델이 되고 있다는 건 아시지요?

▷안철수> 예, 부담스럽습니다.

▶정관용> 본인, 안철수 교수의 롤모델은 누구입니까?

▷안철수> 여러 사람 있습니다.

▶정관용> 한 명만 딱 집으라면?

▷안철수> 한 명만은 없을 것 같고요. 왜냐하면 책 많이 보셨으니까 그런 생각 많이 하실 것 같습니다. 책 열 권 봤으면 그 중에서 제일 영향을 많이 미친 책이 있는데요, 이게 천권, 이천권, 삼천권이 되면 어느 책이 가장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게 거의 기억이 안 나고.

▶정관용> 동의합니다.

▷안철수>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서 제 생각이 형성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 롤모델 중 하나를 꼽는다면? “인텔CEO였던 앤디 그로브”

▶정관용> 동의합니다. 저도 사실 누가 책 몇 권 뽑아주세요, 이런 질문 받을 때가 제일 싫거든요. 똑같은 의미로 롤모델 한 명 뽑아달라는 것도 방송 진행자로서 굉장히 횡포였습니다. 고백합니다. 괜히 그냥 하나로 몰아붙여보고자 하는 그런 거였는데.

▷안철수> 그런데 그나마 사람을 꼽는다면, 예를 들면 의사 때나 컴퓨터 프로그래머 때나 다 다른 롤모델이 있었고요. 제가 CEO 할 때, 롤모델 여러 사람 중에 가장 영향력을 많이 받은 사람은 인텔 CEO였던 앤디 그로브입니다. 그 사람이 창업자가 아니고요, 사실은. 전문 경영인인데, 엔지니어로 시작해서 경영을 접하게 되면서 나름대로 소화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의 노하우를 숨김없이 그대로 전파한. 그리고 책도 많이 쓰고 대학에서도 학생 가르치고, 그런 경영자였고요. 그런 점에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정관용> 그리고 흡사하게 가고 계시네요, 지금.

▷안철수>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정관용> 더 많은 활동 하시려면 건강도 유의하셔야 되고요, 지금 현재로서도 매우 즐겁고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만, 영화 보는 것 외에도 좀 액티브한, 움직이는 취미생활도 하나쯤 가지시는 게 어떨까요?

▷안철수> 예, 명심하겠습니다.

▶정관용> 오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철수> 고맙습니다.

▶정관용> 네, 여러분 좋아하시는 안철수 교수와 함께 긴 대화, 집중인터뷰 꾸몄습니다. 오늘 여기까지고요. 내일 6시에 다시 뵙지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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