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를 맞아 부산지역 대학가에 헌혈 릴레이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헌혈 횟수에 따라 봉사학점을 인증해주는 '헌혈 학점제'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헌혈을 늘리기 위해 학점 인증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헌혈을 학점을 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반대입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9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취업스터디 '위락(We 樂·LAK)과 대한적십자사가 주관한 '2011 WELAK 헌혈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헌혈 릴레이가 지역 대학 12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7, 8일 이틀 동안 부경대와 동명대에서부터 시작된 이번 릴레이 행사는 이달 말까지 부산대와 동아대 등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특히 행사기간 교내에 정차된 헌혈차에는 학생 참여를 높이기 위해 '봉사활동시간 4시간 인증'이라는 홍보물이 부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헌혈 학점제와 관련해 대학과 학생 사이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부경대의 경우 지난해 입학한 2010학번 학생들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60시간 이상(봉사학점 2학점) 해야 졸업할 수 있는데, 헌혈은 봉사시간으로 인증하지 않는다.
부경대 측은 "헌혈 자체를 시간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뿐더러 학생들이 여타 봉사활동보다 비교적 노력이 덜 드는 헌혈에만 치우칠 것을 우려해 인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해양대도 헌혈 활동에 대한 봉사시간은 인증하지 않고 있다.
부산대는 헌혈 한 회당 4시간의 봉사활동으로 인증하고 있지만 학점화하지는 않는다. 대학생 김정훈(25) 씨는 "헌혈증 갯수가 학점이 된다는 것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 헌혈 학점제가 확산되면 사랑의 실천인 헌혈의 순수한 의미마저도 퇴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성대, 동아대, 동의대 등 상당수의 대학이 헌혈 학점제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대도 헌혈 한 회당 4시간씩, 최대 12시간에 한해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증하며 총 48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한 학생에게 2학점을 주고 있다. 경성대도 지난해부터 10회 이상 헌혈을 하면 1학점을 인증해주는 헌혈 학점제를 운영하고 있다.
경성대 관계자는 "봉사활동이 학점뿐만 아니라 취업과도 연관되면서 학생들이 헌혈에만 치우치기 보다는 멘토링, 해외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정(22·경성대 2년) 씨는 "처음에는 학점 욕심에 봉사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사회에 기여를 한다는 기쁨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생 헌혈이 전체 헌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정홍주기자/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