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학교가 이명박 정부와 학교 총장을 비판한 교수를 징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단체와 일부 교수는 물론 졸업생들까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옥죄려는 시도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15일 한동대 등에 따르면 학교측은 지난달 10일 국제어문학부 소속 A(48)교수에게 징계사유서를 전달했다.
A교수가 2010학년도 자신의 강의시간에 4대강 사업, 천안함 사건, 광주민주화 운동, 광우병 문제 등을 자주 거론하며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학생들에게 강요했고, 이를 수업평가에도 연계했다는 것.
A교수는 또 수업시간에 난폭한 운전기사에 비유해 이명박 대통령을 깎아내렸고, 김영길 한동대 총장을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하해 교수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학교측은 심지어 A 교수가 낸 퀴즈 문제까지 문제 삼았다.
<고급영문법> 퀴즈 시험에서 "I opposed the president's stance on this matter"와 "I with ( ) the president's stance on this matter."와 같은 수상쩍은 문제를 냈다는 것.
학교는 A교수가 두 문장이 동일한 뜻이 되도록 단어를 채우는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학생들에게 재차 강요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해명서를 "이명박 정부와 총장을 일부 비판한 한 사실은 있지만, 교수의 품위와 직무윤리에 어긋나는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없다"며 "정치적 입장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거나 더구나 이를 바탕으로 수업 평가의 공정성을 훼손한 적은 추호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측이 지난달 26일 끝내 A교수에 대한 1차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징계 절차에 본격 착수하자 학교 안팎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대 한 교수는 "학교당국이 그간 A 교수에게 자행한 치졸한 모욕과 협박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학교측의 진상파악 과정조차 공정성이 크게 결여된 채 징계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총학생회도 14일 재학생 700여명의 서명을 받아 A교수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학교측에 전달했다.
이와 함께 졸업생 480여명이 교수 징계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전달하는 등 졸업생들의 반발 움직임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한 졸업생은 "대학은 교수의 자율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하며, 한동대학교는 권력과 자본 앞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이번 사안의 본질은 특정 교수의 정치적 편향 발언이 아닌 학습권 보호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동대 제양규 교무처장은 "A교수가 교과목 목적에 충실하지 않은 강의로 일부 수강생들이 적지 않은 불만을 토로했다"며 "특히 지난 1995년 개교 이래 최초로 학부모까지 나서 항의하는 사태까지 빚어진 만큼, 학교가 학생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제 처장은 이어 "학교는 지난 7-8개월동안 강의 방식의 개선과 사과를 거듭 요청했지만 A 교수가 끝내 이를 거부해 징계절차는 불가피해졌다"면서 "이번 징계는 (항간의 소문과는 달리)파면이나 면직과 같은 중징계 사안은 아니며, 지금이라도 공식 사과할 경우 징계논의는 철회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고급영문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