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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번호 알려주면 돈드릴게요" 신종사기수법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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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청소년, PC방·모텔 등 옮겨가며 범행...경찰 "흔적 없어 수사 어려워"

 

지난달 중순 대전시 동구 성남동의 한 PC방.

며칠째 돈은 안 내고 인터넷에만 매달리던 O군(나이)이 PC방 주인 O씨에게 손짓했다.

"내가 지금 급하게 받을 돈이 있는데,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받아서 PC방비 계산할게요."

잠시 뒤 O씨의 계좌로 입금된 돈은 20만원. O군은 PC방비를 제외한 잔액 12만6000원을 들고 사라졌다.

비슷한 시기 인근의 한 모텔.

O군 일행 3명은 모텔에 투숙한 사흘 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고 방안에 연결된 인터넷 채팅에만 열중했다.

배가 고플 때면 피자와 자장면, 치킨 등을 배달시켜 먹으며 배달원과 모텔 주인에게는 "엄마가 돈 보내준다고 했으니 계좌번호 좀 가르쳐달라"고 말했다.

이들 역시 각 계좌에 들어온 돈으로 음식값과 숙박비를 계산한 뒤 남은 돈을 갖고 잠적했다.

최근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신종 사기 수법이다.

이들의 수법은 이렇다.

우선 PC방이나 모텔 등에 무작정 들어가 음식점이나 모텔 주인들의 계좌번호를 확보한다. '엄마 등으로부터 돈을 받기로 했다'는 말은 계좌번호 확보를 위한 거짓말.

이 후 이들은 인터넷 중고카페 등에 카메라와 OOO 등을 판매한다는 글과 함께 확보한 계좌번호를 올리고 판매 대금을 해당 계좌로 받는다. 물론 애초부터 판매 물품은 없다.

입금이 되면 이들은 계좌 주인에게 "엄마가 돈을 보냈는데 좀 많이 보냈으니 음식값과 숙박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를 달라"며 '잔액'을 받아 챙긴 뒤 행방을 감춘다.

PC방에도 또 모텔에도, 계좌번호에도 이들의 흔적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물품 구입 대금 20만원을 보낸 O씨가 사기당한 사실을 알고 IP와 계좌추적에 나섰지만 마주친 건 당황스런 표정이 역력한 PC방 주인뿐이었다.

C군 일행 역시 가출 청소년들로 경기도에서 대전까지 '원정'온 중고카페 사기단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10대들이 부산 해운대 등 전국을 돌며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유흥비를 충당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자상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인터넷 사기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게다가 위 사례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완전범죄를 '돕는' 경우도 많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규모는 지난해 현재 거래액만 21조원대로 인터넷 사기 민원 접수 역시 지난 2007년 3만 460건에서 지난해에는 8만 6166건으로 2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특히 유명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한 중고거래 카페의 경우 본인확인이나 안전거래 등의 장치가 없어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추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네티즌들 스스로 인터넷 사기를 주의해야 하지만 특히 각 사업장 업주들의 경우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는 손님에 대해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며 "자칫 범죄를 돕는 경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지난 2일부터 인터넷 사기 집중 단속에 돌입했다.

대상은 인터넷 중고장터나 오픈마켓 등을 통한 직거래 사기, 휴가철 숙박권 또는 추석선물 저가판매 등을 빙자한 가짜 쇼핑몰과 메신저 피싱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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