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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사는 최모(42.여)씨는 지난 2월 한 생활정보지에서 솔깃한 광고를 접했다.
인력 공급업체인 J기획사를 통해 방송국 교양프로그램의 엑스트라로 출연하면 한 달에 15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최씨는 서울 잠원동의 J기획사를 찾아갔지만, 해당 기획사는 엑스트라 '알바'에 참여하려면 프로필 사진을 촬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촬영비는 6만원이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최씨는 자신과 남편의 촬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끼고 있던 결혼 반지를 팔아 기획사측에 12만원을 건넸지만, 결국 일자리를 소개받지 못했다.
방청객 아르바이트 등을 시켜주겠다며 프로필 사진 촬영비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 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생활정보지에 방청객과 엑스트라, 홈쇼핑게스트 등으로 방송 출연을 시켜주고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수천명으로부터 억대의 돈을 챙긴 혐의로 J기획사 대표 오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를 도운 사진사 임모(42)씨 등 9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05년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서울 잠원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5200여명으로부터 2억 3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 등은 생활정보지와 인터넷 구인 광고 사이트에 "엑스트라, 결혼식 하객, 방청객 박수부대 일당 5~10만원, 월 100~150만원"이라는 문구의 광고를 게재해 구직자들을 끌어들였다.
이어 지정 사진관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게 한 뒤 대가로 6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구직자들을 상대로 박수치는 방법과 방송국 방청객 모집자에게 전화 거는 방법 등을 교육시켰다.
사진 뒷면에는 "교육받은 내용대로 본인이 행하지 않았을 경우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내용의 서약서까지 작성하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오씨 등은 방청객 섭외담당 전화번호만 알려준 뒤 알아서 일자리를 구하도록 했으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개의 상호명을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중에는 신장 이식수술 후 직장을 구하려던 50대를 비롯해 이혼 후 홀로 자녀를 키우는 중국동포 등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정주부와 서민들이 많았다고 경찰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