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운동부를 중도에 그만 둔 학생 가운데 고작 14%만이 학업 성적에서 하위권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중도탈락’ 학생 운동선수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습권을 보호하고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중학교와 고등학교 운동부를 중간에 그만둔 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 등을 거쳐 조사한 ‘중도탈락 학생선수 인권현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도탈락 학생선수 인권현황 실태조사를 보면 우선 운동을 할 당시 자신의 성적이 하위권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76%였고, 운동을 그만둔 뒤에도 그 비율은 62%에 달했다. 전체 학생 가운데 고작 14%만이 학업 성적에서 하위권을 벗어난 것이다.
또한 중도탈락 학생선수의 74%는 애초에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서’ 운동을 선택했다고 응답했다. 결국 운동을 하려면 학업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고,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다시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른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의지를 품고 있지만 현재의 구조가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공부하기 싫어 운동을 시작했다’는 학생은 전체의 27.3%였고, ‘운동부 생활을 하면서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 좋았다’는 응답자 역시 27.8%에 불과했다. 전체의 70%가 넘는 학생들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고자 하는 의사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다양한 이유로 운동을 그만둔 학생들은 이후에도 적응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를 보였다. 조사결과 중도탈락 운동선수들은 운동을 그만둔 것을 후회하는 이유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56%)’,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다(30%)’ 등을 꼽았다.
연구책임자인 류태호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운동부는 고된 훈련, 폭력, 성적 폭력, 경기스트레스를 참아가며 운동이라는 외길 인생을 강요받는 구조”라며 “운동부 탈락 후 제 위치로 돌아가지 못하는 학생선수를 더 이상 양성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일정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예 선수로 출전하지 못하는 ‘최저학력제’나 학습보충교사를 원정경기 등에 대동하는 ‘학업지원제’를 도입하는 등 운동선수들의 학습권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한 학생 운동선수를 위한 전문 상담기구를 설치해 운동 중은 물론 운동을 그만둔 뒤에도 주위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