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그들은 왜 노무현을 그리워할까?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발사·펜팔·운전사 인터뷰 "잊지 못할겁니다"

1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재임당시 서민적인 풍모를 풍겼던 노 전 대통령과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만나봤다.

#20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머리를 깎았던 정주영(64)씨는 아직도 서울 여의도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며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수많은 이들의 머리를 매만졌지만 그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늘 기다렸던 특별한 손님이었다.

"사소한 것에도 정이 있었어요. 비오는 날이면 혹시 우산 가져왔나 물어봐주고... 그런 부분에 따뜻한 정이 느껴졌죠."

그렇기에 지금도 가끔 대통령이 문을 열고 들어와, 늘 그랬듯이 '그냥 갑시다'하면서 이발소 의자에 앉을 것만 같다.

"생전에 너무 편하게 대해주셨습니다. 나이도 동갑이었지만 자리에 앉으면 항상 '그냥 갑시다' 그래요"

특별한 손님이었던 그가 세상을 떠난 그날은 아직도 생생하다.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아내와 함께 대성통곡을 하다 바로 다음날 봉하로 내려갔다.

충격이 가라앉은 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의 결심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사나이다운 성격을 알기에 아마 주변에서 참으라고 해도 본인은 더 이상의 방법이 없었을 것 같아요."

1년이 지난 지금도 정씨에게 인간 노무현은 그리움이다.

"마음은 항상 봉하로 달려가고 있어요. 큰 영광이었고, 당연히 잊지 못할 겁니다."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제 때 고인의 유서를 낭독했던 시인 장시아(25) 씨는 노 전 대통령과 두차례 친필 편지를 주고받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소녀 가장이면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던 장 씨는 지난 2006년 주거복지정책 토론회에서 임대주책 수혜자 대표로 노 전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 뒤 쪽방촌의 생활을 쓴 자신의 시집 '그늘이 더 따뜻하다'를 선물하자 뜻밖에 대통령이 직접 친필 편지를 보내왔고, 이듬해에 산문집 '까치집 사람들'을 청와대로 부친 뒤에는 두번째 편지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정 씨는 '그늘이 더 따뜻하다'는 책 제목처럼 노 전 대통령을 "그늘같은 존재"라고 평했다. "세상이 관심 갖지 않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줬기 때문"이란다.

노제 때의 열기와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사그라지는 관심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요즘 그분이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년이 지난 지금은 사람들 관심 속에서 멀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아프네요."

소외된 곳에 관심을 주는 '그늘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정 씨는 장애인에게 편지를 보내는 홈페이지를 제작해 고인의 뜻을 이어가기로 했다.

#운전기사 신정호(53)씨는 1년 전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모시는 특별한 임무를 맡았다.

운구차 운전사인 그가 90도 각도로 '죽은 주인'에게 인사하는 장면이 공개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건 30여년 전 부산에서다. 그 당시 그는 부산의 한 시내버스 운전사였고, 노 전 대통령은 시내버스 노조를 도와주던 인권변호사였다.

노조를 위해 힘쓰던 모습에 반해 그 뒤부터 노 전 대통령을 마음속으로 존경하게 됐다.

"장의차 기사로서 대통령을 모신다는 건 아주 영광스런 일이거든요. 평소에 존경해왔던 분의 마지막 길을 모셔 너무도 감개무량했죠. 지금도 두 달에 한번씩은 대통령 생가에 꼭 들렀다 옵니다."

집에 사진을 걸어놓기도 했다는 신 씨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직도 그리운 사람, 특별한 사람이다.

정치인도 유명인사도 아니었기에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은 그저 잊을 수 없는 평범하면서도 아주 특별한 한 인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