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3천원짜리 약초가 400만원 보약으로…노인 상대 사기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값싼 중국산 약초 보골지 '만병통치약'으로 속여 200여명에게 판매

adf

 

서울 구로동에서 폐지 수집을 하는 한모(72.여)씨는 지난 1월 12일 서울 구로시장을 찾았다가 약재상들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관절염에 효능이 좋은데다 평소 구하기 어려운 '천연차'를 이날 단 하루만 판매하겠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구경하고 있던 한 할머니가 절반씩 돈을 부담해 같이 구입하자며 옆에서 거드는 바람에 한씨는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다.

한씨는 곧바로 인근 은행에서 400만원을 대출받은 뒤 '천연차' 1.2kg을 구입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는 경동시장 등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싸구려 약초였다. 한씨는 공동구매를 제안했던 할머니가 이튿날 전화를 계속 받지 않으면서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씨처럼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에 속아 넘어가 값싼 중국산 약초인 '보골지'를 무려 20~400만원에 구입한 노인들은 모두 200여명.

양기회복제인 보골지는 단독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과다복용할 경우 급성간염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한약재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골지를 사들인 노인 중에는 허리 통증 치료제인 줄 알고 중국산 보골지 한 근을 23만원에 구입해 복용했다가 오히려 관절이 더 쑤시는 등 부작용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은 노인도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처럼 노인들을 상대로 값싼 중국산 약초를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비싸게 판매한 혐의로 천모(67.여)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이모(59.여)씨 등 3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600g당 1500원에 거래되는 중국산 보골지를 노인 200여명에게 판매해 3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구로시장과 중구 약수역 등 수도권 지역 시장과 지하철역 인근을 옮겨다니면서 바람잡이와 망 보는 사람을 동원해 상습적으로 보골지를 판매했다.

주모(62.여)씨 등 바람잡이 2명은 노인들 앞에서 "이 약을 먹고 아버지의 병이 다 나았다", "액수와 관계 없이 약을 더 구해달라"고 말하며 노인들을 현혹했다. 또 가격에 부담을 느낀 노인들에게 접근한 뒤 절반씩 돈을 내 보골지를 구입하자며 꼬드기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노인들이 약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는 점을 노렸으며,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자식들이 알게 될 것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노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현금 인출이 손쉬운 은행 근처에 자리를 잡고, 은행 업무시간 동안에만 보골지를 판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중에는 친자매 사이인 경우도 있었으며, 천씨의 경우 자신의 아들까지 운전기사로 채용해 범행에 끌어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천씨 등은 지난 80년대부터 상습적으로 이같은 사기행각을 벌이면서 40평대 아파트나 빌딩을 구입해 호화 생활을 누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돈을 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천씨 등을 협박해 12차례에 걸쳐 18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로 오모(75)씨를 불구속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약재에 대해 잘 모르는 노인들을 꼬드겨 값싼 약초를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비싸게 파는 조직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면서 "약재는 한의원이나 한약방 등 허가된 장소에서만 구입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