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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동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주변의 피해 아동과 부모들은 당시의 큰 상처는 물론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성범죄 피해로 고통받는 가정의 아픔과 사회적인 치유 노력을 살펴봤다.
초등학생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요즘 아이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지난달 28일 다니던 수영장 화장실에서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어른만 보면 숨어버리는 아이의 모습에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아이는 단순히 그때 그 사람이 자기를 때렸다고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때의 충격에 길을 가다 자기보다 덩치가 큰 어른을 보면 놀라서 숨어버리는 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아동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가고는 있지만 실제 피해를 입는 아동과 그 가족들이 겪는 상처와 후유증은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일반적인 성폭행 사건과 달리 아동 성폭행의 경우 성인이 되고 자신이 성범죄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본격적인 후유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입는 정신적 고통도 이루 말 할 수 없다.
자신의 부주의로 아이가 피해를 당했다는 자책감에서 비롯되는 제2의 피해가 부모에게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부산 성폭력상담소 변향숙 상담원은 “피해아동과 함께 상담을 받으러오는 부모의 절반 가까이가 함께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며 “특히 어머니의 경우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산성폭력 상담소에 접수된 아동성폭력피해 상담건수는 전체 상담건수의 31%인 277건으로 지난 2008년 226건에 비해 22%가량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아동성폭력 피해 사례 가운데 10% 정도만이 경찰이나 상담소에 신고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아동 부모들의 적극적인 대처와 함께 추가적인 정신적 피해를 막기 위한 심리 치료사 확충 등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해바라기아동센터 김철권 소장은 “아동이 성범죄를 당했을 경우 초기 심리치료가 후유증을 없애는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 한다”며 “정부나 시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상당센터 등에서 심리치료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어른들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