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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2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 곳으로부터 택시로 20분 거리에 있는 인천 백령도 용기포선착장.
인천 연안부두에서 6시간을 쉼 없이 달려온 쾌속선이 승객들을 차례로 토해냈다.
대부분 잠에 취해있을 시간인 토요일 아침 8시에 이 배에 몸을 실은 사람들 가운데는 전례없는 함정 침몰 사건을 취재하러온 기자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30여명의 해병대 6여단 대원들도 무거운 마음으로 북포리에 위치해 있는 부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달콤한 휴가를 마친터라 그렇지 않아도 무거웠을 그들의 어깨엔 긴장감이 짓누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선착장을 빠져나가자 경계근무를 서던 초병은 철문을 잠가 선착장과 육지를 잇는 통로를 차단했다.
평소에는 열어 놓는 문이라고 한다. 선착장에서 기자들을 맞이한 것은 해병대 간부였다. 이 간부는 용트림바위와 장촌포구 등 사고해역과 가까운 취재 포인트가 표시된 지도를 기자들에게 한 부씩 나눠줬다.
현장에 가면 촬영이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육중한 카메라 장비를 든 기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차를 타고 현장으로 떠났다.
택시를 잡아타고 10분 뒤 도착한 백령면 남포리 장촌포구. 경계태세를 갖춘 군인들이 기자와 일부 어민을 제외한 민간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특히 사고 직후 이날 아침부터 어민들의 출항은 전면 금지되면서 어선 10여척의 발이 모두 묶인 상태였다.
굴을 채취하러 아침 일찍부터 포구에 나섰던 어민들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번 침몰 사고로 인해 가장 놀랐던 사람들은 바로 백령도 주민들이다.
이곳에서 10년째 살고 있다는 고춘자(46.여)씨는 "평소에는 사격에 앞서 주민들에게 사전 통보를 하는데 어제는 갑자기 포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깜짝 놀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씨는 "연평해전 당시만 하더라도 실감 나지 않았는데, 1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 무서웠다"고 말했다.
고씨는 전날 늦은 밤까지 불을 훤히 밝히며 해상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는 함정들을 지켜보다 잠들었다고 전했다.
오후 6시, 겨울 정취가 여전한 백령도의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실종자 46명을 보듬고 있는 백령도 앞바다에도 어둠의 색깔이 지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