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르네상스라더니…기름·시멘트 가루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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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주변 생태계에도 악영향, 이름뿐인 '생태 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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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새로 조성한 한강 수변 공원에 기름과 콘크리트 가루가 둥둥 떠다니고 있어 한강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시킬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생태하천으로 만들어 한강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애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서둘러 개장하더니, 한강에 기름 콘크리트 가루 '둥둥'

한강 르네상스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시에서는 수백억대의 예산을 들여 올 하반기에 한강 주변의 여의도, 뚝섬, 난지 공원 등을 개장했다.

하지만 준공식이 끝난 지 두 달이 지난 11월 중반, 하천 전문가와 함께 새로 개장한 여의도 공원 곳곳을 살핀 결과 주변 생태계 뿐 아니라 한강의 수질, 시민 안전에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들 한강 공원의 준공 예정일은 12월이었지만 시에서는 예상보다 2~3달 가량 준공식을 앞당기면서 졸속 공사 의혹이 일었고, 실제로 아직도 공원 곳곳에서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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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평상시 어린이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여의도 공원의 분수대 물에는 공사 잔여물로 보이는 기름이 둥둥 떠올라 연회색 시멘트 가루와 뒤섞여 있었다.

분수대 물은 다른 정화시설 없이 돌다리를 거쳐 그대로 한강으로 흘러가는 구조로 돼 있다. 실제 분수대 물이 흐르는 대로 따라 내려가본 결과 그 일대 한강 물에도 시멘트 가루와 기름들이 그대로 떠 있었다.

이현정 서울환경운동연합 하천생태팀장은 "육안으로도 기름이나 시멘트 가루들이 그대로 한강물로 유입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같은 구조는 한강의 수질에 치명적일 뿐 아니라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서울시에서는 콘크리트형 호안(물가 비탈면에 설치하는 구조물)을 자연형 호안으로 재조성해 자연 그대로의 강변의 모습을 회복하겠다고 홍보했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이 또한 '눈속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팀장은 "자연형 호안이라고 해서 당연히 일반 강처럼 모래톱으로 이어지는 것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콘크리트 대신 채석한 대형 석조를 깔아놓아 과거와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한 여름에는 어떻게…" 시민들도 녹지-쉴 공간 부족 호소

새로 개장한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시야는 넓어졌지만 과거에 비해 녹지가 줄어들어 삭막한 느낌이 들고 그늘이나 쉴 공간이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

공원을 찾은 이 모(27·마포구 망원동)씨는 "예전에는 잔디밭이 한강 가까이에 있었는데 모두 콘크리트석으로 바뀐 것으로 보고 조금 놀랐다"면서 "특히 그늘도 없고 바닥에서 열이 올라와서 여름에는 걸어다니기 힘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의뢰한 결과 한강 공원의 녹지 비율은 49%로 공사전과 같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강변 잔디를 없애고 그 자리를 콘크리트로 덮는 바람에 정작 한강이 잘 보이는 곳에서는 녹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한강사업본부에서는 "침수가 잘되는 저지대는 물에 잘 견딜 수 있는 콘크리트석으로 조성하고 뒷쪽에 잔디밭을 만들었다. 콘크리트도 석회석으로 만든 것이라 친환경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환경단체에서는 "잔디나 갈대밭에서 빗물을 흡수하면서 자연 순환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콘크리트석으로 봉쇄해 이같은 순환을 원천적으로 막았다"면서 "관리비가 더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 "한강 주변 생태계에도 악영향"

한강 공원이 바뀌면서 철새들이 거주하는 주변 생태섬이나 습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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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공원 중간에 자리잡은 '플로팅 스테이지'에는 각종 음악 공연이 펼쳐지고 하루 4번씩 조명과 레이저쇼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화려한 조명과 소음이 스테이지의 바로 뒷편에 자리잡은 밤섬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현정 팀장은 "새들은 보통 야행성인데 공연장의 빛이나 소음으로 인해 주변 새들이 영향을 받고 떠날 수 있다"며서 "여의도 공원 주변 뿐 아니라 반포 공원에 갈대와 억새가 많은 철새 군락지를 없애는 등 새들이 서식할 곳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한강 주변의 사업은 자연에 대한 배려없이 너무 인간 위주의 설계를 하고 있다. '생태하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조경하천', '공원하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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