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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으로 이른바 '높은 스펙'을 획득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눈물겨운 구직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이 학생들을 배려한다며 '도를 넘어선' 학점부풀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대학들 "A학점을 드립니다"대학교 1학년때부터 학점관리에 목을 매며 'B만 나와도 무조건 재수강'을 외치는 대학생들이 늘면서 각 대학들은 학점 때문에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각 대학들은 '학점포기제, 재수강, 수강철회기록 삭제' 등의 제도를 통해 학생들의 학점부풀리기, 이른바 '학점인플레'를 조장하고 있고 그 수위가 이미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9월, 대학 알리미사이트(http://www.academyinfo.go.kr)를 통해 공개한 전국 4년제 185개 대학의 성적 분석 결과, B학점 이상을 받은 학생의 수는 전체의 73%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평점 A학점을 받은 사람의 수는 무려 40%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김관복 대학지원관 주재로 열린 주요대학 교무처장회의에서는 대학들의 성적 인플레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대학들의 학점인플레는 '사기행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학생을 선발할 때는 0.1점, 0.001점까지 꼼꼼하게 따지는 대학이 정작 자신들이 재학생을 평가할때는 뻥튀기를 하고 있지 않느냐"며 대학측의 책임을 물었다.
이에 대학들은 "우리도 성적 인플레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다"면서도 "대교협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이를 논의하겠다"며 일단 문제해결을 '자율'의 범주안에 넣었다.
◈ 학생들 "학점인플레 문제있다 but 어쩔수 없다"이처럼 학점인플레가 일반화되면서 교육당국 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여대생 김 모(23, E대 자연대학) 씨는 "말은 상대평가라고 A,B,C 학점의 비율을 정해놓기는 했지만 재수강 등 각종 제도를 이용하면 실질적으로 마지막에 취득하는 학점은 A나 B가 된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이 모(23, J대 이과대학) 씨도 "학교측에서는 취업률을 높이기위해 학점을 높여줄 수 있게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며 "일부 지방대의 경우 수업만 들으면 평점 A이상이라는 생각이 퍼져있을 정도여서 더더욱 평점을 믿을 수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성공을 위해 고학점이 필요한게 현실인 이상 문제점이 있어도 당장은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게 대부분 대학생들의 심정이다.
전공과목의 학점이 'B-'가 나와 세번째 듣고 있다는 여대생 신 모(23)씨는 “학점인플레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려면 학점 3.9점으로는 모자라다는 말이 허다하다”며 “아무래도 대학측에 학점을 잘 달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학점규제 힘들어…대학 학생회는 대놓고 '학점 인플레' 요구
하지만 학점인플레를 규율할만한 장치마련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학 학생회까지 나서 학교측에 "성적을 더 잘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 모 대학 관계자는 "학생회까지 나서서 '취업하는데에 성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느냐, 다른 경쟁대학은 성적을 잘주는데 우리 대학은 너무 안 줘 취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노골적으로 성적 인플레를 요구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학점인플레 문제 해결을 위해 교과부가 나서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자율이라는 대전제 하에 각 학교마다 학사 규정을 자율적으로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학점에 대한 감사를 하는 것은 대학자율을 침해하는게 된다"며 "강제성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문 탐구의 장이었던 대학이 갈수록 '성공 취업을 위한 스펙 제공의 장'으로 변질되어 가면서 대학과 학생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