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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넘은 빛바랜 사진을 들고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헤매던 장기 실종 아동 가족들에게 한가닥 희망이 생겼다. 경찰에서 실종 아동들의 현재 모습을 과학적으로 예측한 전단지를 시범적으로 제작해 배포했기 때문이다.
앞서 CBS는 비현실적인 실종 아동 전단지 사진 문제를 지적하고, 해외에서처럼 아동의 현재 모습을 추적하는 '얼굴변환 프로그램(age progression pregram)'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10월 21일 '실종수사 문제있다' 기획보도)
해외에서는 80년 대부터 얼굴변환 프로그램이 도입돼 장기 실종 아동을 찾는데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아직까지 해묵은 사진이 박힌 전단지가 그대로 배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제기에 서울지방경찰청 폭력계에서는 실종 아동 7명을 시범적으로 선정해 새로운 전단지 제작에 나섰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와 공조해 해외 얼굴변환프로그램 메뉴얼을 토대로 아이들의 얼굴에 세월을 입힌 것이다.
과거 '몽타주 기법'으로 과학적 근거없이 상상해 사진을 수정한 것과는 달리, 부모들의 증언을 충분히 듣고 친인척의 성장기 사진을 취합해 적용했다.
수개월 작업 끝에 완성된 전단지는 지난달 30일부터 전국 경찰서와 지자체에 배포됐다.
새 전단지 사진을 본 가족들은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1995년, 실종당시 4살로 지금까지 무사하다면 18살 고등학생이 됐을 조하늘 양의 가족들은 사진속에서나마 훌쩍 커버린 딸 아이의 모습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실종되기 한달 전 소풍가서 찍은 사진 속 하늘이가 어느새 숙녀로 자란 것이다.
아버지 조병세 씨는 "엄마의 모습을 꼭 닮은 하늘이의 사진을 보니 한가닥 희망이 생기는 것 같다. 그 모습 그대로 하늘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다시 품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실종인 가족들은 이같은 얼굴변환 작업이 다른 실종인에게도 확대, 적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실종아동지킴이연대 박혜숙 씨는 "이번 시도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국내에서도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폭력계 측은 "얼굴변환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해외 메뉴얼을 토대로 좀 더 과학적인 전단지를 제작했다"면서 "반응을 살핀 뒤 프로그램 개발을 경찰청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