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소 포화도는 95% 이상, 맥박과 호흡 수치도 지극히 정상이다. 100일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 모(77) 할머니의 인공 호흡기가 제거된 것은 지난 6월 23일 오전 10시 24분.
국내 최초로 존엄사 인정 판결을 받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 할머니는 의료진들의 예상을 모두 깨고 무려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기적처럼 숨쉬고 있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가족들은 김 할머니의 상태를 지켜보며 특별한 명절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거르지 않고 병원에 모여 예배를 보는 김 할머니의 4남매와 사위, 며느리는 이번 연휴 때도 할머니 곁에서 한가위를 보낼 예정이다.
가족들은 "추석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에도 병원에서 다함께 기도하며 할머니의 건강과 쾌유를 기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의 맏사위 심치성(49)씨는 "이북이 고향이었던 장모님이 명절마다 사위를 위해 해주셨던 만두와 빈대떡이 너무 그립다"며 건강했던 장모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명절에는 빠지지 않고 장모님댁에 다들 모였어요. 연로하셔도 사위들이 잘 먹는다며 이북식 만두를 손수 빚어주셨는데…"
가족들은 최근 할머니의 휴대전화에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기 직전 촬영된 동영상을 발견하고 또 한번 슬픔에 잠겼다.
지난해 2월 간단한 검사라는 말에 가족들을 뿌리치고 둘째딸과 단 둘이 병원을 찾은 김 할머니는 검사 받기 직전에도 딸과 담소를 나누며 밝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날 과다출혈로 대뇌의 인지기능 대부분이 손상돼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한 가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지리한 법적인 소송을 시작했다.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가족들이 받은 상처도 컸다. 할머니가 장기간 생존하면서 누구보다 기뻐한 것은 가족들이었지만 바깥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자식된 도리로 단지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마치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것처럼 언론에 비춰져 오해도 많이 받았습니다"
대뇌기능이 대부분 손상돼 의학적으로 의식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가족들은 마지막까지 한 가닥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100일째 기적의 생을 이어가고 있는 김 할머니는 또 한번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하는 가족들의 곁에서 이번 추석을 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