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사진
금괴 불법 유통을 통해서 2조원대의 세금을 포탈한 대기업과 대형도매업체 등이 검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한견표 부장검사, 김도읍 검사)는 대기업 전 금속팀장 정 모씨 등 102명을 구속기소하고 16명을 불구속기소하는 등 달아난 21명을 지명 수배했다.
이들 가운데 1심에서 41명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선고 내역을 합산하면 징역 161년 6월, 벌금 2조 4천 6백 27억원이 된다.
이들은 IMF 직후인 지난 99년 3월부터 2004년 6월까지 금괴를 수출용으로 거래하면서 2조원 상당의 부가세를 포탈하거나 부정환급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160여개의 달하는 ''폭탄업체''와 5백여개의 서울 종로 금도매 업체등이 가담하게 됐다.
검찰은 LG상사가 ''금괴불법유통구조''를 개발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LG 상사와 SK상사, 삼성물산, 현대 종합상사, 한화, LS니꼬 동제련㈜, 고려 아연 등 7개 대기업들이 금괴수입을 해 온 것을 확인했다.
◇ 면세 금지금(금괴) 제도
면세금지금은 금지금(金地金.GOLD INGOT.순도 99.5%이상의 금괴)을 수입할 때 면세거래 승인을 받은 도매업자 등이 면세추천을 받은 금세공업자 등에게 공급하는 경우 영세율(0%)을 적용, 한시적으로 부가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 조직적인 범행 수법금지금 사건은 금에 대한 면세제도를 악용해 복잡한 유통구조를 만들어 부가세를 포탈하고 부정환급 받은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범죄다.
슬라이드
금괴의 불법 유통구조는 외국 업체- 수입업체 - 도매업체 - 폭탄업체 - 도매업체- 수출업체로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도매업체 소위 ''폭탄업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폭탄 업체''는 원가보다 싼값에 금괴를 도매업체에 넘긴다. 이때 폭탄업체가 부가세를 내면 손해를 보지만 이를 내지 않고 1, 2개월간 초단기 거래만 하다가 폐업을 한다.
''폭탄업체''들은 국세청의 추적을 피해 노숙자처럼 금괴 유통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도매업체로 넘어간 금괴는 다시 수출업체를 통해서 수입가격보다 싼 가격에 넘어가게 된다.
범행에 가담한 모든 업체들은 이익을 골고루 나눠 갖는 구조를 갖추었다.
그러나 수출업체는 국세청으로부터 부가세를 돌려받기 때문에 싼 가격에 넘겨도 손해를 보지 않고 오히려 이익을 남기게 된다.
금괴 유통조직은 위장업체를 내세워 금괴를 5,6단계의 거래과정을 거치는 속칭 ''뺑뺑이'' 거래를 통해 금괴를 수출해 부가세를 포탈하거나 부정환급 받았다.
예를 들어 1천만원짜리 금괴를 수입한 경우 이들 업체들은 매매단계별로 9만원에서 30만원의 이익을 남겨 이런 과정이 한 바튀 돌 때마다 업체들 전체로는 95만원의 수입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이 95만원은 결국 폭탄업체가 국세청에 납부해야할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고 포탈한데서 발생하고 있다.
결국, 국가는 폐업하는 업체 때문에 걷지도 못한 세금을 수출할 때 환급해 주게 되면서 국고는 그만큼 축이 나게 된다.
◇ ''폭탄업체 낀'' 유통 구조대기업은 지난 90년대 초부터 IMF 직전까지 해외 현지법인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괴를 이용한 ''삼국간 거래''를 해 왔다.
''삼국간 거래방식''은 국내 대기업 본사가 해외 금 수출업체로부터 180일 기한부 신용장을 이용해 금을 수입한 뒤 다시 해외 현지법인에게 수출하고 해외 현지 법인은 다시 해외 금 수출업체에 되팔면서 대금을 바로 지급 받아 현지법인의 자금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98년 IMF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에 서울 종로 금도매 시장 상인들이 금을 모아 해외로 수출하면 수익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98년 중반부터 원화 환율이 하락하면서 금 수출 수익을 떨어지자 LG 상사가 ''폭탄업체''를 이용한 유통구조를 개발한 사실을 검찰이 밝혀냈다.
◇ 대기업과 대기업 출신직원들까지 가세검찰은 유통구조를 개발한 LG 상사와 SK상사, 삼성물산, 현대 종합상사, 한화, LS니꼬 동제련㈜, 고려 아연 등 7개 대기업이 이번 사건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대기업 담당자들은 이런 수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겨 회사 내에서 승진을 하는 등 출세가도를 달리기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또한 대기업 이 업무를 담당했던 일부직원들은 퇴사한 뒤 금 수출업체등 을 설립하고 금괴 변칙거래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이들은 또 홍콩 현지법인까지 설립해 홍콩 금 수입업체까지 관리하면서 범행을 저질러왔다. 수익금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에서 아파트와 토지 등 수십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부을 축척해 왔다.
대기업 출신 직원은 퇴사 후 2년 만에 중국 상해에 있는 호텔에 100억원을 투자할 정도의 재력가로 성장하기도 했다.
◇대기업 공소 시효 지나 처벌 못해대기업들은 이런 범죄를 지질러 놓고도 형사처벌은 피할 수 있었다. 검찰은 양법 규정에 의해 법인과 행위 당사자 모두 처벌 할수 있었다.
하지만 법인은 공소시효가 3년이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았으나 범죄 행위를 한 대기업 직원들은 공소시효가 10년이어서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징수시효가 10년이 때문에 포탈한 세액을 모두 내야 한다.
◇ 세무조사 강화되자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로 수법 바꿔지난 2003년 금괴 수출증가로 부가세 환급신청이 늘어나자 국세청은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했다. 금거래를 주도했던 이들 조직들은 컴퓨터 중앙 처리장치(CPU)로 눈을 돌렸다.
금 수입 업체 운영자인 김모씨는 지난 2004년 2월부터 폭탄업체와 공모해 2백 70억원의 CPU를 금괴와 같은 수법으로 거래하면서 부가세 27억원을 세금을 포탈했다.
◇ 검찰 조세포탈범 중형 선고와 행정소송에서 국가 승소 기여검찰이 금괴 변칙 거래의 실체를 밝힘에 따라 이들에 대한 중형이 선고됐다.
폭탄업체를 관리하면서 8백 50억원의 부가세를 포탈한 이모씨에 대해 법원은 징역 12년, 벌금 1천 7백억원을 선고했다. 벌금형 가운데는 최고 2천 4백 58억원까지 받았다.
법원은 지금까지 41명에 대해 선고를 했으며 이를 모두 합산하면 징역 161년 6월, 벌금 2조 4천6백27억원이 된다.
특히 이번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전에는 금괴 관련 부가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5건)에서 폭탄업체와 공모한 점을 입증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국가 패소 판결이 선고 됐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로 항소심에서 국가 승소로 번복됐다.
◇ 검찰 제도 개선과 국세청 통보로 국고 회복조치 검찰은 당초 초단기간 영업을 하면서 부가세 챙기고 폐업하는 속칭'' 폭탄업체'' 영업을 막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영국의 역부과(Reverse charge) 시스템과 사업자가 부가세를 판매자에게 지급 하지 않고 직접 세무서에 납부하는 방식의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를 도입해 줄 것을 제안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12월 31일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를 도입하는 개정 조세제한 특례법을 공포하고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개선했다. 이런 제도 개선을 통해서 금괴등을 이용한 부가세 포탈 사범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됐다.
검찰은 특히 업체 실 운영자를 2차 납세 의무자로 지정하고 ''재산 압류''하도록 조치하는 등 실질적이 국고 회복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세청에 통보했다.
◇어떻게 금괴유통조직 일망타진 했나?검찰은 지난 2006년 5월 면세 금지금(금괴) 변칙거래를 이용한 부가가치세 포탈과 부정환급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수사팀을 꾸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4부에 ''금지금 전담 수사팀''을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3월에는 ''금지금 전담 수사팀''을 조세사건 특성화부로 개편된 금융조세조사 제 2부로 업무를 넘겼다.
금융조사 2부는 국세청과 긴밀한 협조하에 수사를 진행하는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면서 2년 가까이 수사를 해왔다. 이번 수사에는 한견표 금융조세조사 2부장을 비롯해서 김도읍, 고경순, 주진우 검사가 투입됐다.
그 결과 대기업과 대형도매업체등의 주도하에 국내 금거래 시장에서 사상최대 규모로 벌어진 조세포탈 범행의 실체를 규명해 낼수 있었다.
범행 주도자에 대해서는 최고 12년과 벌금 1천700억원등 모두 중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또한 검찰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행정소송에서 국가가 모두 승소 했고, 1심에서 무죄가 난 항소심에서도 무죄파기 후 유죄 선고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