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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 아무개씨(32)는 1일 오전 출근후 컴퓨터를 켜자 마자 메신저에 접속해 있는 지인에게 말을 걸었다. 만우절을 맞아 '거짓말'을 해보고 싶었던 것. 이씨는 지인들에게 "오는 7월에 결혼을 하게됐다"고 한마디 던졌다. 지인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뭐하는 사람이냐", "집은 어디냐", "결혼 준비는 잘 돼가냐" 등등의 질문이 이어졌고, 덕분에 이씨는 한시간 동안 또다른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이 씨는 "학창시절 보냈던 만우절이 기억나 지인들에게 장난을 쳤는데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떨렸다"며 "다들 눈치를 채지 못해 오히려 더 당황스러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처럼 거짓말을 하더라도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만우절 속 세상 풍경을 살펴봤다.
◈"언론, 오늘도 어김없이 낚였네"
만우절 거짓말은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에 있어서 경계대상 1호다. 국내 언론은 아직까지는 대놓고 거짓 기사를 생산하지 않고 있지만 해외 언론은 상황이 다르다.
올해 만우절에도 만우절 거짓말에 속은 언론들이 있었다. AFP 통신은 이날 '비운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다시난다' 제하의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파리의 항공우주 박물관은 오는 6월 열리는 파리 에어쇼에 즈음해 콩코드 여객기의 시범 비행을 가질 예정이며 승객 50명은 추첨으로 이미 선발했으나 아직 탑승료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언론사는 3시간 후에 '콩코드 재비행, 만우절 거짓말로 판명'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다시 내보내야만 했다. 기사에 따르면 비운의 여객기 콩코드가 다시 하늘을 날도록 하겠다는 파리 항공우주 박물관의 발표는 주위의 시선을 끌어보려는 '만우절' 거짓말로 드러난 것.
이런 가운데 한국 언론도 지난해 해외 만우절 기사에 속아넘어간 적이 있었다. 지난해 중앙일보가 ”브루니, 영국인 좀 세련되게 해주세요”란 제목의 기사로 "세계적인 모델 출신인 카를라 브루니 프랑스 대통령 부인이 영국 정부의 위촉을 받아 영국 사람에게 패션과 음식을 가르치는 문화대사로 나선다”라는 영국 신문인 가디언 인터넷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가디언이 만우절에 실은 거짓 기사를 기자가 확인한지 않고 내보냈던 것으로 중앙일보는 다음날 사과문을 지면에 실었다.
또한 같은날 연합뉴스도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아있다’는 내용의 스위스 국제방송 만우절 기사를 내보냈다가 뒤늦게 전문을 취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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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사이트 메인화면이 왜 이래?", 추억의 메인화면만우절을 맞아 각종 포털사이트는 이른바 '거짓말 이벤트'를 선보이며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1일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는 초기화면 로고를 'CYWORLD' 대신 쵸재깅'이라는 단어를 새겨넣었다. 쵸재깅은 한영 변환키를 누르지 않은 채 CYWORLD를 입력했을 때 나오는 한글 단어다.
포털 사이트인 '파란'에서도 거짓말 이벤트를 선보였다.
파란에 접속을 하면, 과거 PC통신 하이텔의 접속화면이 뜨면서 '케이티하이텔 파란 서비스에 연결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처음보는 푸른색 화면을 접한 10대 유저들은 깜짝 놀랐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과거 모뎀으로 인터넷을 사용했던 세대들에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며 즐거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