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을 주문받는 아줌마, 주요소에서 일하는 아저씨.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패스트푸드점이나 주유소 등 이른바 10대 아르바이트 시장에 중장년층들이 뛰어들고 있다. 이처럼 자식들의 ‘용돈벌이 알바’가 어머니, 아버지의 ‘생계형 일자리’로 변해가는 우울한 신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경기도 부천 상동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젊은 직원들 틈에 끼어 햄버거 주문을 받고 있는 정승미(50 가명)씨. 감자를 튀기고, 콜라를 따르는 손놀림이 능숙하다.
"아이들 학원비를 벌어보려 일을 시작 했다"는 김 씨는 자식뻘 되는 젊은이들에게 배우고 지시받는 것이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제는 이 일에 만족해하고 있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머스타드 소스'가 뭔지도 모르고 일을 시작했지만, “아줌마들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기에 그나마 수 십 만원이라도 벌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것이다.
근처 아이스크림 전문점에도 한 아주머니의 모습이 눈에 띈다.
"복잡한 아이스크림 이름도 이제는 익숙해졌다"는 주부 이정숙(가명. 38)씨는 수십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능숙하게 퍼 올린다.
주 5일 일하는데 한 달에 3,40만원 밖에 못 벌지만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가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박성희(가명 41)씨도 "10대들끼리만 통하는 언어를 못 알아들을 때가 가장 힘들고 두렵다"며 고충을 털어 놓으면서도 "처음에는 남편이 반대했지만 생활비에 보탬이 되니 좋아 한다"고 말했다.
중장년 아버지들도 주유소 등 10대들의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주유소 아저씨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H주유소에 보름 전 취직한 김 모(45)씨는 낮에는 공공근로를 하고, 야간에 주유소에서 일하는 투잡족이다.
김씨는 중견 의류회사에 다니다 퇴직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지만, 한 달 수입이 160만원에 그쳐 4식구 가장으로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창전동에서 주유소 알바를 하는 박 모(53)씨도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은 뒤 일자리를 찾아 헤매다 주유소로 오게 됐다"면서 "경기가 어려워 있는 자리도 없어지는 판에 이 자리도 만족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서대문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태희 소장은 "이력서를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면서 "예전에는 10대들이 용돈을 벌기위해 소일거리로 알바를 찾곤 했는데 지금은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근무했던 나이 지긋한 중년층이 많아 뽑기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전했다.
고용시장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든 아줌마, 아저씨들.
이들은 한 달에 백만원도 안되는 돈을 벌기 위해 10대의 눈총을 받아가며 쓸쓸하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 팀장은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해야 할 4,50대 중년들이 비정규직 중에서도 근무조건이 가장 열악한 시간제 아르바이트에 내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같은 아르바이트는 자기개발이 힘든 단순노동직이 대부분이고, 고용환경이 열악해 정규직으로의 재기가 어려울 수 있다" 며 "정규직 뿐 아니라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양질의 기간제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