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도약하느냐, 정체하느냐의 갈림길에서 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지금이 바로 국회와 정부, 국민과 기업 등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2015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정부는 내년도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를 경제활성화에 두고 예산도 올해보다 20조원 늘려 편성했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재정적자 국가재무 증가 잘 알아...정부마저 지갑을 닫을 수 없어확장적 예산편성에 따른 비판에 대해서는 "가계와 기업 등 민간의 지출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지갑을 닫아버린다면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다.
또 "이 과정에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나게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적시에 투입한 재정이 마중물이 되어 경기가 살아나고 세입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책되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줄여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도 나타냈다.
국가 채무를 30% 중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현 정부가 출발할 때의 재정 상황보다는 더 나은 국가 살림을 만들어서 다음 정부에 넘겨주겠다는 점도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활성화 노력과 함게 우리경제의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 노력을 경주해 내년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성과를 본격적으로 체감하는 해가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시급하고 절박..."두렵고 피하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이 매우 시급하다"며 "매년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공무원연금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적자의 심각성이 예견되어 왔지만 역대 정부마다 근본적인 처방을 미루면서 오늘의 위기를 가져 왔다"며 "이번에도 제대로 된 개혁을 하지 못하면 다음 정부와 후손들에게 엄청난 빚을 넘겨주고 큰 짐을 지우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두렵고', '피하고 싶다'는 표현도 써가면서 공무원들의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동안 국가를 위해 헌신해 온 공무원들의 희생을 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부도 이런 개혁이 두렵고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지금의 희생이 우리 후손들과 대한민국의 기반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시고 조금씩 희생과 양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재정만으로는 경제와 민생을 다 살릴 수 없다며 이른바 '경제활설화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규제를 살리고 민생을 살리는 법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 줘야 정책의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생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안들이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세모녀법'을 들면서 "당사자들에게는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겠냐"고 통탄했다.
주택시장 정상화법, 크라우딩펀드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의료시장 육성 등을 위한 서비스산업육성법,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김영란법, 유병언법 등의 국회 통과를 구체적으로 촉구했다.
◈방산·군납비리는 이적행위...민생·경제법안 통과 호소
국가안전처 신설 등 현장 중심의 일원화된 재난안전체계 구축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도 시급하다며 이 법이 통과되지 않아 해당 부처들이 제 자리를 못잡고 국가안전시스템도 재정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방산·군납비리를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뿌리 뽑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최근 잇따라 제기된 방산·군납 비리와 같은 예산집행 과정의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며 강력히 척결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통일·외교·국방 분야 예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국정현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 전작권 전환 재연기 등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거나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번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에 시정연설을 했지만 2년 연속 시정연설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