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한국과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2015년 12월에 전환하기로 한 계획을 연기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대선 공약 불이행 논란에 휩쌓였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작권 전환을 차질없이 추진해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한·미연합 방위체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겠다'고 진단하고 '전작권 전환의 주기적 검증을 통한 차질없는 이행'을 약속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전작권 전환 연기 쪽으로 한걸음씩 옮겨 결국 연기에 완전 합의했다. 사실 이번 합의는 서류상의 도장찍기였을 뿐 이미 지난 4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이미 기정사실화 됐다.
당시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지속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역내 변화하는 안보 환경으로 인해, 현재 2015년으로 되어있는 한국 주도 방위를 위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가 재검토될 수 있다고 결정했다"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청와대는 전작권 재연기가 대선 공약 파기로 읽혀지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민경욱 대변인은 24일 "전작권 전환은 그 어떤 경우에도 계획된 전환시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공약의 철저한 이행보다는 국가 안위라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사안이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곧 다시 춘추관을 찾아 "전작권 전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변한 것은 없다. 전작권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과 전환 시점, 전환 이후에 안보에 한치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기본입장이다"고 강조한 것도 공약 파기에 방점이 찍히는 것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안보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 도드라져 보이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해 2월 12일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이 현실화 됐고, 곧이어 3,4월 경에도 북한의 의도적인 안보위기 조성 움직임이 있어서 안보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 공약 파기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고, 전환 목표 시기를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전작권을 환수하는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렵게 된 것은 박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측의 요구로 전작권 전환 시기가 연기된 데 따른 대가도 상당할 전망이다. 이미 미국으로부터 차세대 전투기 사업으로 록히드마틴의 F-35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중국이 강력 반대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에 대한 발언권도 약화될 수 있다.
국방 자주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차치하고라도 잇따라 터지는 군내대 사고, 납품비리, 부실 무기 체계 등에 전작권 전환 재연기까지 겹치면서 군에 대한 신뢰는 한번 더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