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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잊지 않는다…세월호와 민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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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민가협 목요집회'…오래된 이름이다. 민가협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는 1985년 창립됐다. 그리고 민가협은 1993년 9월부터 21년 동안 매주 목요일마다 민주화와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왔다. 지난주 그 목요집회가 1,000회를 맞았다. (참고 : 구속된 자들과 함께 드리는 목요기도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관으로 1974년 7월에 시작된 정기 기도회)

목요집회의 시발점은 민주화 이후 1993년이다. 양심수를 석방하라 요구했더니 문민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양심수란 이 나라에 없다며 만기출소를 앞두고 있는 몇 명만 골라 석방하는 등 전혀 미덥지 못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시작한 목요집회는 비전향 양심수를 시작으로 국가보안법 철폐, 시국사건 양심수 석방, 빈민 생존권, 이주노동자 인권,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에 이르도록 그 범위를 넓혀 왔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전체듣기]

◈ 왜 아직도 민가협인가?

목요집회를 이끈 민가협은 1985년 5월 서울에서 벌어진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을 계기로 조직됐다. 대학생들이 여럿 구속되자 학부모들이 구속학생학부모협의회로 모였고 여기에 구속노동자가족협의회, 청년민주인사가족협의회, 장기수가족협의회, 유가족협의회 등 다른 민주화운동 가족 모임들이 함께 하면서 1985년 12월 민가협이 출범했다. 민가협 구성조직 가운데 가장 오래 된 조직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만들어진 구속자가족협의회이다. 민가협은 이렇게 시작해 길게는 40년 동안 고군분투하며 한 길을 걸어왔다.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민가협이냐며 지겹다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1천 번의 정기집회와 그 열배는 넘을 민주화 요구 시위와 농성을 거듭하며 살아 온 사람들은 이 사회의 폭압과 냉담함이 얼마나 끔찍할까?

요즘 우리는 사적인 대화 내용이 털린다고 텔래그램으로 망명한다. 권력에 의해 삶이 무너진 채 3~40년을 힘겹게 싸워 온 사람들은 어떨까? 그러나 민가협 가족들은 떠나지 않는다.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이들 가족은 아직도 이 나라 아픈 역사의 어머니, 고통당하는 이들의 가족으로 자신의 품을 내놓고 있다.

민가협 그리고 목요집회, 목요기도회가 역사 속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지만 한편 역사의 유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런데 새로운 회원들이 자꾸 생겨난다. 쌍용자동차 등 해고 노동자 가족이 생겨나고, 진보정당 구속자들의 가족이 양심의 자유를 호소한다. 권력이 무모해지고 우리 사회가 무관심할 때 민가협으로 와 함께 할 사람들은 곳곳에 널려 있다.

당장 밀양 송전탑 할머니들이 그러하다. 평범한 할머니들이 평생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나라 발전을 위한 거라면 늘 그렇게 떠밀려 다녀야 하는 건줄 알았다. 그러나 사회 현상 뒤에 숨겨져 있는 탐욕과 거짓, 위선에 대해 알게 된 이상 가만있다가 쫓겨날 수만은 없다. 누구는 할머니들이 외부세력에 의해 선동됐다고 한다. 그러나 할머니들이 버티어 온 배경과 힘은 어머니이고 사랑이기 때문에 그렇다. 버려지는 땅, 황폐화 될 고향이 안타까워 이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시작이었고, 그 바탕에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깊은 감수성과 모성이 할머니들을 움직여 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민가협의 가족들도 같다. 평화와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고, 어머니가 아니고 가족이 아니었으면 민가협의 행로가 30년, 40년 이어질 수는 없었다. 우리 사회가 이대로라면 제주 강정마을에서도 민가협 가족들이 나올 것이고 세월호 유가족도 민가협 가족이 될 수 있다.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 세월호 6개월, 엄마들은 잊지 않는다

세월호 6개월을 맞았지만 이 나라는 안전치 못하고 비판은 사찰 당한다. 세월호 6개월을 맞는 날 다수의 언론은 세월호 6개월을 생략하고 넘어간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지상파 방송사만 살펴보자.

KBS는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참사 반년…안산 시민 고맙습니다"라는 기획리포트가 세월호 관련 뉴스였다. 세월호 참사와 이후의 과제를 '안산지역의 문제'로 묶어 버렸다.

MBC는 "울산 태화강에 연어가 돌아왔다"라는 돋보이는 기획뉴스를 내보냈지만 세월호는 없었다. 연어는 돌아왔지만 세월호의 희생자, 실종자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희생자 유가족들도 사람다운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연어만 못하다는 건가? 민가협으로 사람들을 몰아가는 건 불통의 권력이고 불통의 언론인 셈이다.

세월호 참사 6개월을 맞던 지난 16일 학부모 단체들이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엄마라서 말할 수 있다', '엄마의 노란 소수건', '다시 생명과 윤리를 생각하는 부모 모임' 등의 단체이다. 이들은 세월호의 또 다른 민가협이다.

어떤 이들은 생각한다. '장례 치러주고 보상 적절히 해주고 더 이상 뭘 어쩔 수 있는가'라고. 그렇게 하면 이 땅에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은 생겨나지 않는 걸까? 똑 같은 질문을 민가협 가족들에게 던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민주화 됐고 과거 조작된 사건들도 밝혀져 가고 국가에 맡길 일이지 왜 가족들이 나서는 걸까? 민가협 가족들이 더 이상 거리로 나오지 않아도 이 땅에 억울한 구속자와 양심수, 자살 사망자는 자취를 감출까?

민가협 목요집회 1천회와 세월호 6개월을 지켜보며 옛 성현의 가르침 중 親喪과 眞情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인간의 참된 도리와 본성을 궁구하지 못하고 삶에 쫓겨 살았다 해도 그가 부모의 죽음을 겪게 되면 절로 알게 되리라는 내용이다. 그러 할 것이다. 그래서 자식을 잃어 본 가족들, 가족의 억울한 옥살이를 지켜 본 가족들은 지금이 멈춰야 할 때가 아님을 운명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멈추면 세상이 더 이상 나아질 수 없고 아무 것도 이뤄지는 게 없을 것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직접 눈 부릅뜨고 지켜보지 않으면 진실이 묻히고 만다는 것을 몸으로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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