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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넘버2' 세월호 침몰직후 언딘에 중국 인양업체 '알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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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딘과 가까운 선체 인양업체 지시에 골든타임 허비, 명령권은 5월 3일에서야 처음 발동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그동안 진행한 세월호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언딘과의 유착 의혹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진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이 세월호가 완전히 가라앉기도 전에 언딘이 선체 인양을 맡을 수 있도록 중국업체를 직접 알선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해경 조직의 넘버2인 최 차장은 사람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도 언딘과 협업한 적 있는 중국 업체의 크레인을 동원하라는 엉뚱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최 차장은 세월호 사고 다음날부터 김석균 해경청장이 현장 지휘를 위해 청사를 비우게 되자 부하들을 대신 지휘했다.

그런데 최 차장이 부하들에게 내린 업무 지시는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인명구조 업무와는 너무나 동떨어져있었다.

최 차장은 사고 이튿날인 17일 오전 해경 수상레저과장 김모 총경에게 선체 인양에 관련해 지시를 내렸다. 배가 아직 가라앉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체 인양 대책부터 세운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언딘 특혜와 연관돼 있었다. 최 차장은 김 총경에게 "언딘에서 중국 업체인 '연태살베지'사와 합작해 큰 배를 인양한 실적이 있다"며 "중국에 있는 2~3만 톤까지 인양할 수 있는 크레인을 동원할 수 있는지, 언제 동원이 가능한지 확인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즉, 언딘과 합작한 적 있는 중국 기업의 이름까지 직접 거론하며 언딘과 연관된 업체를 알선한 것이다.

언딘 리베로 바지선과 해양경찰. 윤성호기자

 

최 차장은 또, 언딘의 바지선 '리베로호'를 현장에 빨리 갈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하고, 언딘 이사 김모 대표를 헬기에 태워 세월호 사고 현장으로 이동시키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최 차장이 선체 인양 지시를 내린 17일은 사고 불과 이틀뒤로 온 국민이 이른바 '에어포켓'에서 단 한명이라도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믿으며 구조를 바라던 때였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최 차장이 사고 해역 인근 지역 바지선 현황을 파악해 사고 현장에 동원하는 방안이나, 다른 민간 잠수업체를 사고 현장에 투입해 인명 구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조치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사고 해역 주변에는 1,000t급 이상 바지선은 무려 22척이나 있었고, 이 업체들은 해경의 명령이나 협조 요청을 받았다면 바지선 동원에 당연히 응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해경이 수난구호법에 따라 적극적인 수난구조명령을 내리지 않은 배경에는 처음부터 언딘측 특혜가 연관돼 있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최 차장은 인명구조와 관련된 지시는 뒤로한 채 언딘이 선체 인양을 맡도록 돕는데에만 여념이 없었던 것일까?

이는 선체인양, 즉 구난업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이권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의 추정이다.

검찰은 "만약 언딘이 구난계약사 자격으로 선체인양시 시행사 지위를 유지했다면 단독 시행사 또는 콘소시엄의 핵심 구성 업체 자격으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고 막대한 이익을 취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고 추정했다.

언딘이 구난사업에서 손을 뗀 배경도 여론의 압박에 억울해 자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이미 정부 검토 결과 배제됐었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당시 해경과의 유착의혹으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언딘측은 5월 8일 억울함을 호소하며 구난사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앞선 2일 해양수산부는 중소기업인 언딘으로 선체 인양 시행사가 수립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재논의끝에 향후 선체 인양 추진시 시행사로 국내 조선 3사(삼성, 현대삼호, 대우조선해양)를 추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결국 해경은 언딘이 구난업체에서 배제되고 언론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5월 3일에서야 처음으로 미래수중개발의 '미래호'에 수난구호법에 따른 시설물자 동원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때는 이미 배가 바다 깊숙히 가라앉고 가족들은 실종자 시신이라도 떠오르기를 바라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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