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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원의 깨톡]한결같은 아시안게임, 여전히 엉망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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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막바지에도 변함없는 엉성한 운영

 

지난 2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배구 결승전. 이 경기에서 이선구 감독이 이끄는 우리 여자 배구대표팀은 중국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보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선수들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이선구 감독도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경험하는 우승이라 밝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경기는 기분 좋은 승리로 끝이 났지만 이선구 감독은 끝내 웃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 없었습니다.

대회가 폐막을 앞둔 상황에서도 개선되지 않은 채 여전히 엉망진창인 대회 운영 때문입니다.

◈텅 빈 믹스드존, 선수들은 어디에?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의무적으로 취재진과 만나는 '믹스드존'을 통과해야 합니다. 하지만 결승전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은 그 누구도 믹스드존을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20년 만의 금메달 소감을 듣기 위해 많은 취재진이 기다렸지만 중국 선수들만 지나갈 뿐 우리 선수들은 시상식이 시작될 때까지 믹스드존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송림체육관의 모든 취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프레스 매니저는 왜 선수들이 믹스드존에 나타나지 않았는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남아 시상식을 기다리고 있다면 믹스드존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를 파악하지 못한 사이 시상식이 시작됐습니다. 결국 선수들은 시상식이 끝난 뒤에야 믹스드존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해프닝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정식 기자회견에서는 더욱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배구는 취재진에게 매 경기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대신 결승전 종료 후 한 번의 기자회견만을 시행한다고 알렸습니다. 그래서 시상대에 오른 팀의 감독과 선수 대표는 기자회견에 참가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메달을 수상한 태국 선수들은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결승전에 앞서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일본을 꺾은 태국 선수들은 시상식을 위해 인천 송림체육관까지 이동했습니다. 시상식 참석 후 이들은 그대로 선수단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기자회견은 일찌감치 경기장을 떠난 태국 없이 한국과 중국만 참석한 채로 진행됐습니다.

◈한번뿐인 기자회견, 그마저도 졸속

문제는 태국의 불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시상식을 마친 뒤 가장 먼저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이선구 감독과 김연경은 기자회견이 시작될 때까지 무려 10분 가까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뒤늦게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중국 감독과 선수가 오기까지 5분 이상 걸렸고, 태국의 기자회견 불참이 결정되기까지 또다시 5분가량 필요했습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까지 10분 가까이 기다려야 했던 이선구 감독과 김연경의 얼굴에는 불편한 기색이 가득했습니다.

앞서 한국 선수들이 믹스드존을 통과하지 않아 취재진의 항의를 받았던 조직위 관계자는 기자회견까지 지연되고, 태국 선수들이 불참하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중국 감독과 선수까지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자 다소 흥분한 모습으로 자원봉사자들을 닦달해 겨우 기자회견이 시작됐습니다.

시작에 앞서 진행자가 흥분한 만큼 기자회견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대회의 공식 언어인 영어로 통역하는 과정에서 양국 감독과 선수 발언의 상당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자원봉사자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다 한 국내 취재진이 중국 감독에게 질문한 내용은 물론, 답변까지 듣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국 옆에 앉은 김연경이 해당 내용을 귀띔한 끝에 간략하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상당히 지연된 탓에 나머지 선수와 스태프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이선구 감독은 이 관계자에게 기자회견을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다음 질문을 하기 위해 한 취재진이 마이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마무리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내 취재진은 물론, 중국과 태국 취재진도 의아한 표정을 짓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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