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과 새누리당 이완구(왼쪽),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오른쪽) 자료사진. 윤창원기자
25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한 여야의 '로비전'이 치열하다. 새누리당은 '26일 본회의를 열라'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본회의를 열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국회의장실 문턱을 넘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통해 '본회의 개의 요구서'를 정 의장에게 제출했다. 요구서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 158명 전원 명의로 작성됐다. "국회의장이 정한 정기국회 의사일정의 정상화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새누리당 의원 전원은 각각 헌법기관 자격으로 26일 오후 2시 본회의 개의를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김 원내수석은 이 자리에서 "상소문을 올리는 심정"이라며 정 의장의 '결단'을 당부했다. 전날 오후에는 김무성 대표가 정 의장을 찾아가 "26일이 본회의 개회의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했고, 이완구 원내대표도 이에 앞서 정 의장을 만나 '국회 정상화 로비'를 벌인 상태다.
새누리당은 본회의 계류 91개 법안, 국정감사 실시의 건 등을 26일에 처리해야만 정기국회가 정상궤도를 밟는다는 입장이다.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도 중요하다. 그러나 산적한 민생법안은 물론, 쟁점이 없는 본회의 계류법안조차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잘못된 관행은 끊어내야 한다"고 '강행 의지'를 밝혔다.
반면 세월호특별법과 기타 현안의 '일괄처리'를 고집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의장을 만나 '본회의 반대' 의사를 꾸준히 전하고 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 의장을 찾아가 "여당은 본인들 필요할 때만 의장을 찾아와서 직권상정 해달라고 한다. 의장이 직권상정용 국회의장이냐"며 새누리당과 정 의장 모두를 겨냥했다.
야당은 26일 본회의를 수용할 수 없으며, 의사일정을 여야 합의로 다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자리에 배석한 김영록 원내수석은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 의사일정을 의장 직권으로 결정한 경우는 한번도 없다.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세월호특별법은 소홀히 하면서 이런 식으로 야당을 압박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여야 어느 쪽에도 뚜렷한 지지 의사를 내비치지 않은 채 숙고를 거듭했다. 각각의 면담에서 그는 여당에는 "잘 참고해서 판단하겠다"고, 야당에는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여야는 각각 '정 의장이 26일 본회의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 의장이 우리 뜻에 많이 공감하고 있다' 등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
한 측근은 "26일 본회의 개회라는 게 정 의장의 기본 입장이나, 여야가 다른 날로 합의한다면 26일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야간에 협상의 여지가 열려 있고 일괄타결을 추진중인 새정치연합이 이날 유가족 대표와 2차회동을 가져 그 결과에 따라 26일 본회의가 29일로 연기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