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 국가'(IS)의 시리아 내 기지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가운데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한 공습은 국제법 위반이란 비판적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러한 행동(미국의 IS 기지 공습)은 전적으로 국제법의 틀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며 "이는 공습에 대한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시리아 정부의 명확한 동의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등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이어 "중동과 북(北)아프리카 지역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은 유엔이 주도하는 전 국제사회의 조율된 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지역 국가들의 주권을 훼손하며 스스로의 지정학적 과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긴장을 고조시키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의 공습이 시작되기 전인 2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시리아 영토 내에 있는 IS 기지들에 대한 공습은 시리아 정부의 승인 없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주재한 국가안보회의에서도 IS에 대한 공습이 국제법의 틀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11일 미국이 시리아 내 IS 기지를 공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외무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의 동의도 없이 시리아 영토 내 IS 기지를 공습하겠다고 천명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없이 이루어진 이런 행보는 도발행위이자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그러나 22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23일 오전 9시 30분) 일부 아랍 동맹국들의 지원을 얻어 시리아 북부 IS 근거지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시리아 정부엔 공습에 앞서 통보만 하고 동의는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IS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비난하는 미국이 주권국인 시리아의 승인 없이 시리아 영토에 대한 공습을 강행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선 IS 공습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이견이 어렵게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