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아프간 카불 대통령궁에서 새 대통령으로 결정된 아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오른쪽)이 대선에서 경합한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과 권력분점 합의안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정선거 논란으로 재검표 사태가 벌어진 아프가니스탄에서 아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이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을 제치고 새 대통령으로 결정됐다.
아흐마드 유수프 누리스타니 아프가니스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가니 후보를 아프간 대통령으로 선언한다"며 "이것으로 선거 절차는 종료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 6월 14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의 구체적 재검표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재검표 결과를 공개하는데 부정적 태도를 보인 압둘라 후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지 민영통신 파지와크아프간 뉴스는 한 선관위 관계자를 인용해 가니 후보가 394만 표로 55.27%를 득표하고 압둘라 후보는 319만 표를 얻어 44.73%를 득표했다고 전했다. 전체 결선 투표수가 810만 표였음을 고려하면 100만 표 가까운 표가 무효로 된 셈이다.
가니 후보는 앞서 이날 정오께 수도 카불 대통령궁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입회하에 압둘라 후보와 통합 정부 구성에 관한 권력분점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가니 후보는 대통령 취임후 압둘라 후보를 총리격인 최고행정관(Chief Executive Officer)에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구체적 합의 내용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AFP 통신이 입수한 합의 내용에 따르면 최고행정관은 국가안보위원회를 비롯한 안보·경제 기구에서 대통령과 동등한 지분을 가지고 매주 내각 회의를 주재하는 등 실질적 권한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케리 국무장관이 수차례 방문해 후보들의 중재에 나섰던 미국 정부는 이날 합의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는 아프간의 통합과 안정에 중요한 기회"라며 "정치·종교·사회 지도자 모두가 이번 합의를 지지하고 협력하기를 요청한다"는 성명을 냈다.
케리 장관도 "두 후보가 아프간 국민을 먼저 고려해 민주적 정권 이양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프간시민사회연합의 세디크 만수르 안사리 국장은 "한 정부에 두 개의 권력이 있어 협력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은 자신들의 표가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궁금해할 것"이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이날 선관위 발표에 따라 가니 후보는 약 1주일 뒤에 대통령에 취임할 것이라고 아이말 파이지 대통령실 대변인은 밝혔다.
가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지난 5개월간 대선 정국에서 미뤄졌던 외교·국방·경제 등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
우선 올해 말 아프간전을 끝내고 대부분 주둔병력을 철수할 예정인 미국과 양자안보협정(BSA)에 서명해 탈레반 반군의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선거 논란을 잠재우고 자신을 지지한 파슈툰족과 압둘라 후보를 지지한 타지크족의 통합도 이뤄내야 한다.
당장 5억 4천만 달러(5천6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으면 파산 위기에 이른 중앙정부 예산 부족도 시급한 과제다.
아프간에서는 지난 4월 5일 8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치른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각각 1·2위를 차지한 압둘라 후보와 가니 후보를 놓고 6월14일 결선 투표를 했다.
선관위는 다음 달 7일 잠정 개표 결과 가니 후보가 역전해 승리했다고 발표했지만 압둘라 후보는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복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지난 2개월 동안 유엔 감시하에 810만 표 전체를 재검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