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미니 앨범 '노래하는 윤도현'으로 컴백하는 가수 윤도현. (디컴퍼니 제공)
"긴장해서 잠을 못 잤어요. 라이브 연습을 많이 해서 목이 쉬었는데 다행히 목소리가 나오네요".
오랜만의 솔로 무대를 마친 윤도현의 얼굴엔 긴장과 흥분이 감돌았다.
그 위에는 YB 보컬도, 디컴퍼니 대표 윤도현도 없었다. 통기타 하나 만으로 대학로 곳곳을 누비던 그 시절, 가수 윤도현 만이 있었을 뿐.
윤도현이 5년 만에 솔로 미니 앨범 '노래하는 윤도현'을 들고 돌아왔다. 5년 만에 돌아온 그는 이번 앨범으로 2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갔다.
제목부터 수록곡까지, 그의 청춘 시절 추억은 앨범 곳곳에 녹아있다.
윤도현은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예스24 무브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앨범 제목 '노래하는 윤도현'에 얽힌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노래하는 윤도현'은 제가 최초로 만든 사인"이라면서 "누군가 처음으로 사인을 해 달라고 했을 때, 그냥 윤도현이란 이름 세 글자만 썼다가 집에 가서 고민해서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때는 더 멋있게 하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노래하는 윤도현'만큼 저한테 어울리는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로 이름을 알린 1집 앨범의 타이틀 곡 '가을 우체국 앞에서'는 2014년 버전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윤도현은 "지금의 제 목소리, 제 감성으로 다시 표현하고 싶어서 수록곡에 넣었다"며 "이번에 녹음을 끝내고 모니터를 하는데 가슴에 뭔가 차오르면서 코 끝이 시큰한 기분이 들었다. 듣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엄청난 가사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첫 단독 라이브 콘서트 역시 시설 좋은 공연장 보다는 대학로 소극장을 선택했다.
그는 그 연유에 대해 "오래된 공연장이지만 제가 처음 '노래하는 윤도현' 사인을 만들어서 사인했던 것이 대학로이고, 대학로에서 공연을 많이 했다"면서 "고(故) 김광규 씨의 공연을 보고 게스트로 올랐던 곳이 바로 거기다. 그 때로 돌아가는 느낌을 위해 학전 소극장을 고집했다"고 밝혔다.
YB의 색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이번 앨범에는 포크와 락이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로 버무려져 있다. 더블 타이틀인 '우리 사랑했던 시간만큼'과 '빗소리', 선공개곡 '요즘 내 모습', 2014년 리메이크 버전 '가을 우체국 앞에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등 5곡엔 가을의 쓸쓸한 정취와 감성이 느껴진다.
왜 그는 다시 포크 감성으로 돌아가길 선택한 것일까.
윤도현은 "원래 고등학교 때 헤드메탈에 빠져서 밴드를 시작했는데 밴드 할 기회가 없어서 혼자 통기타를 치다가 포크팀에 들어갔다"면서 "아직도 저는 곡을 쓸 때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로 쓴다. 늘 가지고 있는 감성인데 YB에서는 정체성이나 색깔을 지켜가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하지 않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YB 밴드 활동에 머물지 않고 솔로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런 음악적 욕심에서 기인했다.
그는 "다양한 감정의 음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포크 음악과 함께 시작했기 때문에 포크 감성 짙은 곡들을 발표하고 싶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포크 감성이 듬뿍 들어간 이번 앨범에 대해서도 "공연형 음악보다는 듣기 좋은 음악"이라며 "앨범 사진도 전부 제 사진이다. 자신 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윤도현에게 집중하는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20년 간 가수 생활 동안, 그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윤도현은 "젊었을 때는 기차 화통 같은 목소리였는데 많이 써서 허스키해졌다. 반면 표현력은 풍부해졌다"면서 "음악 계속하면서 10년, 20년 후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삶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변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