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총구를 겨누자 '아빠'라고 외치는 딸이 그려졌고, 총에 맞은 척했습니다. 그렇게 겨우 살아나왔습니다".
알리 후세인 카딤(23)은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의 손아귀를 가까스로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 상황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월 IS가 이라크 살라헤딘주(州) 티크리트에서 시아파 군인 1천700여명을 잔인하게 처형할 당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군인 카딤 의 증언을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6월 초 입대한 카딤은 입대 직후 과거 미군기지였던 티크리트의 캠프 스파이커에 배치됐다.
새내기 생활도 잠시, IS가 이라크 북부 모술에 이어 티크리트를 장악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미국에서 훈련받은 장교들은 기지를 버리고 하나 둘 도망하기 시작했다.
두려움을 느낀 카딤과 동료 병사들은 피신을 결심하고 수도 바그다드로 향하는 피란길에 올랐다.
그러나 티크리트를 미처 벗어나기도 전에 장갑차를 탄 IS 대원 50여명과 맞닥뜨렸고, 이들은 "걱정 말라. 바그다드로 데려다 주겠다"고 안심시킨 뒤 카딤 일행을 납치했다.
이후 IS는 카딤을 비롯한 시아파 군인들을 한데 모아놓고 차례로 한 명씩 총살하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총알은 카딤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총에 맞은 시늉을 하며 시신이 쌓여 있는 참호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IS 대원 중 한 명이 그가 살아있는 것을 알아챘지만 다른 대원이 "이 사람은 이교도 시아파다. 피 흘리고 고통받게 내버려두라"고 명령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카딤은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시신 더미에 숨어 있다가 탈출에 성공, 차가운 티그리스강을 헤엄쳐 건넜고 수니파 주민들이 은신과 이동을 도와준 덕에 3주 만에 이라크 남부 디와니야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라크내 종파간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수니파 무장단체 IS가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세력을 떨치면서 목숨을 잃는 시아파 교도와 민간인들이 늘고 있다.
카딤은 귀가한 뒤 이라크군 당국으로부터 월급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30달러(약 44만원)를 받았다.
"IS 대원이 '고통받게 내버려두라'고 했을 때 살아야겠다는 엄청난 의지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와서 정말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