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국내 주식·채권시장과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5일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의 공격적인 부양 조치가 국내 증시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외환시장에는 다소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 ECB는 독일에서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05%로 0.10%포인트 내렸다.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0.20%와 0.30%로 0.10%포인트씩 낮췄다.
ECB의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깜짝' 발표로,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와 심리지표 부진 등으로 유럽 경기가 자칫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ECB는 기준금리 인하 결정과 함께 올해 유럽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0.90%로,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0.60%로 각각 0.1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10월부터 자산담보채권(ABS), 커버드본드 매입에 나설 것이며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공개될 것이라며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발표 이후 미국과 유럽 시장은 서로 엇갈린 움직임을 보였다.
뉴욕 주요 증시는 ECB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힘입어 상승 출발했으나 이후 미국 고용지표에 대한 우려에 약세로 마감했다.
반면 유로존 금융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유로화 가격이 하락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우선 유럽의 통화 완화 움직임이 유동성 확대로 이어져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에 호재가 될 것으로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화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되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외국인 수급이 좋아질 수 있다"며 "일단 ECB의 부양 정책을 우호적으로 평가할만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싼 통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나라의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채권 시장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통화 완화 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돼 이번 결정이 강세 재료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환율이다. 다수 전문가는 유로화 약세 심화가 우려 요인이라면서도 유로화와 달러화, 원화의 삼각관계 속에 실제 시장이 받는 영향은 중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 압력이 있지만 달러화 강세도 만만치 않아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유로·원 환율 역시 추가 하락 압력은 있겠지만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추가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한국은행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내수 부양책을 펼치는 와중에 환율 위험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연구원은 "ECB의 공격적인 행보가 한은에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은의 고민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점쳤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이 국내 통화 당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면서 "8월 기준금리 인하가 단순히 1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