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자료사진)
육군 대장인 신현돈 1군 사령관이 음주로 인한 품위손상과 관련해 전격 전역조치됐다. 창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일은 군 지휘부의 기강 문란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특히 국방부가 사건 발생 70일이 지난 뒤에야 이같은 사실을 밝힌 점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신 사령관은 지난 6월 19일 안보강연을 위해 충북 청주의 모교를 방문했다. 이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선 기간으로 전군에 경계강화 조치가 취해져 지휘관들이 위수 지역을 무단으로 벗어날 수 없던 상황이었다.
신 사령관은 강연 이후 인근 식당에서 동창생들과 식사를 했고 만취상태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대 복귀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갔는데 군복이 흐트러진 상태였고 용변을 보는 동안 헌병이 시민들의 화장실 출입을 통제하다 실랑이를 빚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신 사령관의 음주 추태가 시민들에 의해 신고까지 됐던 사안인데 국방부의 조치는 70여일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 두 달 이상 은폐한 의혹이 없는지도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특히 야당 의원들에게 제보돼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자 뒤늦게 조치를 취했다는 의혹이 인다.
사실이라면 군이 기강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서둘러 문제를 처리했다는 것이 된다.
또 한가지 문제는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1군사령관은 동부와 중동부 전선의 경계를 책임지는 대한민국 제1야전군을 지휘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 사령관이 전국 경계태세가 내려진 대통령 해외순방기간동안 위수지역을 벗어났는데도 국방장관이 보고받지 못했다면 군 보고체계 상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신 사령관의 음주 추태를 목격한 시민들이 군과 경찰에 신고까지 했는데도 장관에게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김관진 전 장관은 28사단의 윤일병 폭행치사 사건이나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댓글 사건 등에서도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책임을 피해간 바 있다.
도대체 국방장관은 어느 정도 중요한 사건이 발생해야 보고를 받는지 알수가 없다.
국방부가 김관진 전 장관이 현직 청와대 안보실장이라는 점 때문에 군내 잇따른 기강해이 사건과 관련한 책임을 면하게 할 목적으로 진상을 은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김관진 안보실장이 직접 해명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그것이 군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민으로부터 군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