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아이들의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며 지난 1일부터 경기도내 각급학교의 등교 시간을 9시로 늦추도록 적극적으로 권고했다. 초·중등학교와 학생, 학부모 등은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지만 일부 고등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은 성적부진 등을 이유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이에 따라 3회에 걸쳐 9시 등교에 대한 현장의 기대와 우려, 영향과 전망 등에 대해 집중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
1. 수면권 보장 등으로 9시 등교가 행복한 아이들
2. 수능리듬, 성적부진 등으로 9시 등교가 걱정스런 아이들
3. 9시 등교, 파급효과와 확산 전망은지난 1일부터 경기도내 2,250개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2,028개 교(90.1%)가 9시 등교를 전면 시행했다.
또 9월 중으로 79개 교가 추가로 실시하는 등 모두 2,107개 교(93.6)가 9시 등교를 시행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9시 등교에 대한 각급학교의 참여율은 매우 높은 편이지만 교육계에서는 여전히 찬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이 제도의 정착과 확산이 주목된다.
다만, 9시 등교는 이재정 교육감이 당선인 시절부터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 지속적으로 건의 받은 사안이고, 본인의 교육철학과도 부합되는 정책인 만큼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제도 정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9시 등교…교총과 전교조, 교육계 '입장차'9시 등교 시행을 두고 '철회'와 '환영'이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대립각을 세웠다.
교육전문가들도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 시행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교총 김무성 정책본부장은 "9시 등교는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학생들의 아침식사와 충분한 휴식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맞벌이 가정 자녀들에게 대안으로 제시한 세이프존이나 도서관 개방 등은 인프라가 충분히 조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학생들이 원한다고 하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생활 패턴 자체가 전반적으로 바뀌는 정책을 일시적으로 시간을 정해 놓고 반강제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학교 교육의 근본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9시 등교 시행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신현석 교수도 "등교시간을 늦추는 것이 과연 교육감이 결정해서 단위 학교에 일률적으로 적용시킬 사안인지 의문이다. 제한된 지역에서 수렴한 9시 등교 의견을 경기도내 전체에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교총의 입장을 옹호했다.
반면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하는 아이들의 생태리듬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수면이 건강한 신체의 성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높아 9시 등교 시행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9시 등교로 인한 수능일과의 생체리듬 불일치 등 생활 패턴의 변화에 대한 우려도 수능 1교시가 8시30분인 것을 감안하면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전주교대 교육학과 박승대 교수도 "기존에 정한 등교시간은 관습에 따른 것이지 과학적 근거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관습은 바꾸면 연쇄반응으로 불편해서 저항이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익숙해 진다"며 전교조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경기도교육청, 9시 등교 정착 등 위해 부작용 최소화 교육공동체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기도교육청은 9시 등교 정책은 교육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며,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시도이기 때문에 추진의지를 굽히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각급학교의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하는 것은 물론 9시 등교 시행 과정을 지켜본 뒤 0교시·학원 새벽반 부활 등 부작용은 교육적 차원에서 즉각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일부에서 9시 등교 시행에 따른 하교시간 연장, 맞벌이 부부문제. 학생 통학문제 등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며 "9시 등교는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시행을 하면서 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9시 등교 제도의 정착과 확산은 경기도교육청이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 능력과 교육구성원 간 합의점 도출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