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너무 많이 바꾸는 야당, 가벼워 보인다
- 새정치민주연합? 곧 민주당으로 이름 바뀔 것
- 상대를 반민주세력/적으로 간주하는 태도는 문제
- 응징과 심판, 독설 앞세우고 정책개발엔 소흘
- 열성지지층 떠나는 걸 두려워하니 악순환
- 일반 유권자에겐 '이성'보다 '감성'
- '새누리당은 패륜집단' 표현 너무 과했다
- 입만 열면 응징 운운, 사실상 잔소리에 가까워
- 당내 소수계파, 대국민 봉사활동 하면서 저변 확대하라
- 진중권 교수 비판엔 감사, 98% 동의하지만...
- 안철수? 목표만 보면 일단 실패한 셈이지만
- 새정치 원했던 진정성 있었다고 믿어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9월 2일 (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
전북대학교 강준만 교수
◇ 정관용> 새정치민주연합 2012년 대선 패배 또 지난번 7.30 재보선 패배, 뭔가 환골탈태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금 여론 조사해 보면 지지율도 아주 큰 폭으로 하락한 그런 상태고요. 탁월한 인물 비평 또 정치 평론, 전방위 글쓰기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학자죠. 전북대학교의 강준만 교수가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도발적 제목의 책을 펴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변화를 촉구하는데요. ‘진보의 최후 집권 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번 책, 과연 야권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오늘 집중적으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 지금 CBS 전북방송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이원방송으로 진행하죠. 강 교수님, 안녕하세요?
◆ 강준만> 네, 안녕하세요? 강준만입니다.
◇ 정관용> 책 제목이 아주 도발적입니다.
◆ 강준만> (웃음)
◇ 정관용> 의도적으로 이 단어를 딱 제목에 쓰신 거예요?
◆ 강준만> 네, 의도적이죠.
◇ 정관용> ‘싸가지’ 제가 국어사전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싹수라는 단어의 강원·전남 지역의 방언이라고 되어 있고요.
◆ 강준만> 네.
◇ 정관용> 싹수라는 단어의 뜻은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 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 이렇게 되어 있는데 그런데 그냥 보통 우리가 ‘싸가지 없다’ 하면 이거랑 조금은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아닌가요? 우리 강 교수님은 어떤 의미로 싸가지라는 것을 썼습니까? 제1장이 ‘싸가지란 무엇인가’ 이건데요.
◆ 강준만> 제 생각에는 그런 것 같아요. 원래 뜻은 싹수니까 가능성이나 장래성을 말하는 단어 아니겠습니까?
◇ 정관용> 그렇겠죠.
◆ 강준만> 그런데 아주 예절이 없고 무례한 사람을 ‘너는 잘될 수가 없다’ 그런 뜻으로 싸가지가 없다고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러다 보니까 이 뜻이 이제 변화되면서요. 뭔가 하여튼 독선적이고 오만하고 또 도덕적 우월감을 느낀다거나 욕설, 독설, 이런 분들을 싸가지 없다고 말하게 된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싹수가 노랗다, 이런 거하고 또 연결이 되네요?
◆ 강준만> 그렇죠. 싹수는 파래야 되는데 노랗다면 이제 이게 가망이 없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우선 제목에 ‘싸가지 없는 진보’ 여기에서 말하는 진보는 책에서도 밝히셨습니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을 딱 지칭하신 거죠?
◆ 강준만> 네, 그렇습니다. 물론 진짜 진보를 주장하는 분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진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아주 불쾌하게 생각하시거든요. 그런데 전반적으로 우리 언론이나 일반적으로 쓰는 것을 보면 아쉽고 좀 모자라기는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렇게 진보로 부르는 게 보편화하지 않았나, 그렇게 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겁니다.
◇ 정관용> 딱 지칭하신 거고?
◆ 강준만> 네.
◇ 정관용> 이른바 조금 아까 말씀하신 ‘진짜 진보’ 그건 이번 대상에는 포함이 안 되어 있습니까?
◆ 강준만> 아니죠. 포함은 되는데 저는 이제 넓게 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조금 지지하는 쪽이니까 같은 편에 대한 비판이 되는 거고. ‘진짜 진보’ 또 요즘 뭐 ‘좌파’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니까 굳이 ‘좌파 진보’라고 한다면 그 분들에 대해서는 제가 이렇게 감히 충고를 한다거나 그게 적절치 않은 것 같아서 우선적인 목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죠.
◇ 정관용>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을 민주당으로 불러야한다’ 이렇게 주장하시네요?
◆ 강준만> 네.
◇ 정관용> 왜 그렇습니까?
◆ 강준만> 제가 장담합니다마는 민주당으로 바뀔 겁니다.
◇ 정관용> (웃음)
◆ 강준만> 그러니까 우선 유권자들이 보시기에요. 너무도 당명을 자주 바꿔요. 그러니까 우선 유권자들이 볼 때는 너무 가볍다. 이렇게 이해관계에 의해서 이합집산하고 깼다, 다시 만들었다, 이름 바꾸고. 뭔가 좀 듬직한 믿음이 안 간다는 거죠.
◇ 정관용> 네, 네.
◆ 강준만> 그래서 이거 역시 싸가지의 문제로 봐야 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어차피 민주당이었고 앞으로 또 민주당이 될 거다, 그런 말씀이시네요?
◆ 강준만> 그렇죠.
◇ 정관용> 그럼 좋습니다. 그 민주당이 싸가지가 없습니까? 그게 무슨 뜻인가요? 한마디로.
◆ 강준만> 정말, 뭐 솔직하게 한번 우리 청취자들께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주변에요, 자기하고 친한 사람들만 보지마시고, 좀 폭넓게 왜 새정치민주연합을 싫어하느냐 한번 물어보라는 거예요. 제가 물어봤거든요. 인터넷 들어가서 한번 찾아보십시오. 대부분이 제가 볼 때는 싸가지의 문제를 들었어요. 진보적이라서 싫다, 진보적이지 않아서 싫다. 그 이념 이야기 안 합니다. 정책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이슈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우선 싸가지의 문제를 들어요. 그러면 우리가 인간관계에서도요. 어떤 사람이 아주 생각이나 뭐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 행태 다 좋은데 무례하고 건방지고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그러면 그런 사람 말 듣기가 싫어지거든요. 그러니까 알맹이가 중요한 건 분명하지만 알맹이를 전달하는 태도가 나의 자존심 어떤 자존감을 건드릴 때 무작정 싫어하게 되는 것 아니냐 이겁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이 바로 그 함정에 빠진 게 아닌가. 그런데 이걸 모르는 분들은 그 안에 계신 분들만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너무 답답한 나머지 제가 말씀을 올리는 거죠.
◇ 정관용> 무례하고 건방지고 독선적이고 독설을 퍼붓는다?
◆ 강준만> 그렇죠.
◇ 정관용> 그렇게 느껴진다?
◆ 강준만> 네.
◇ 정관용> 그러면서 바로 그 다음다음 장에, 왜 진보는 ‘감정’에 무능한가?
◆ 강준만> 네.
◇ 정관용> 감정에 무능해서 이 싸가지 없다는 걸 못 느낀다, 이건가요?
◆ 강준만> 감정을 놓고 말하면 자기들의 감정에는 대단히 충실하고 유능하죠. 감정이 폭발하기 때문에 그 분들 나름의 정의와 형평과 하여튼 옳은 일을 기준으로 분노하시는 것 아니겠어요?
◇ 정관용> 분노하니까 독설도 퍼붓고.
◆ 강준만> 그렇죠. 그러니까 그건 이해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80년대에 민주화 투쟁을 할 때에는 독설 퍼붓고, 욕설, 화염병까지 던진 게 정당화되었을 때가 있거든요.
◇ 정관용> 네.
◆ 강준만> 그러나 지금은 달라진 것 아니냐 이거예요. 우선 예의를 지켜주어야 되는데 상대편을 반민주세력으로 보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적으로 간주하는 증오의 대결 구도로 갈 때에 싸가지를 지키기가 어렵죠. 그러면 정말로 선거를 부정한다고 그러면 저는 그것도 좋다고 봐요. 그러니까 우리는 선거에서 이길 뜻이 없다, 그러면 싸가지 없어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러면 안 되죠. 선거에서 이겨야죠.
◆ 강준만> 이겨야 되겠죠?
◇ 정관용> 네.
◆ 강준만> 그러면 선거를 누가 결정하느냐 이거예요. 그런데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이 하는 것은 30% 정치를 하고 계십니다.
◇ 정관용> 자기편?
◆ 강준만> 네, 고정 지지층을 염두에 둔 발언도 하시고 행태도 보이시고. 그러면 보수·진보를요, 물론 보수 쪽이 고정 지지층이 많기는 합니다마는 30:30으로 보자 이겁니다. 그러면 나머지가 40이죠?
◇ 정관용> 그렇죠.
◆ 강준만> 그러면 그 40에서 20은 아예 정치를 멀리하시는 분이고, 투표도 안 하시는 분입니다.
◇ 정관용> 아, 네...
◆ 강준만> 그러면 나머지 20이 선거를 결정하는데 이 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런 태도의 문제거든요.
◇ 정관용> 이 분들의 감정을 잘 살펴야 된다?
◆ 강준만> 그렇죠. 그 분들의 감정을 무시하고 우리 편의 감정 거기에만 이렇게 호소를 하시니 이게 안에서 남고 밖에서 밑지는, 그러니까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집권 가능성을 스스로 짓밟아버리는 이게 너무 답답하다는 거죠.
◇ 정관용> 이건 뭐 대중정당 정치의 가장 교과서적인 기본입니다. 그 원래 위치는 양쪽에 있지만 중도에 있는, 가운데에 있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그쪽 표를 견인해야 선거에 이긴다, 이것 아니겠습니까?
◆ 강준만>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그 중도를 겨냥할 때 이념이나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감정을 살펴서 대응해라, 이 말씀이신가요?
◆ 강준만> 아니죠.
◇ 정관용> 그럼요?
◆ 강준만> 안에서 자기들이 어떤 이슈, 정책을 내놓을 때요. 그러니까 이게 달리 말해서 그렇다면 노선이 필요 없는 거냐, 이념이 필요 없는 거냐 그 이야기가 아닙니다. 노선과 이념, 대단히 좋은 정책이 있고 이슈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제기하고 유권자들께 말씀드리는 방법론의 문제라는 것이죠.
◇ 정관용> 네.
◆ 강준만> 그러니까 여태까지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이 해 오신 것을 보면 늘 응징하자고 그러고요. 심판하자고 그러고, 응징·심판만 하느라고 대안 모색을 하겠습니까? 자기들의 정책 개발에 열심히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오히려 분노가 앞선 나머지 보수 응징하고 심판하느라 자기들의 콘텐츠가 약해져 버리는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죠.
◇ 정관용> 네.
◆ 강준만> 그래서 자꾸 중도층을 염두에 두는 중도노선으로 가겠다는 거냐? 진보를 포기하겠다는 거냐? 그 뜻이 아니죠.
◇ 정관용> 그러니까 자기 노선과 이념은 지키더라도...
◆ 강준만> 지키더라도 어떻게 프레젠테이션 어떻게 제시하겠는가, 그 방법론의 문제가 지금 잘못됐다는 겁니다.
◇ 정관용>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수·진보의 어떤 관계를 소위 ‘적대적 공존 관계’ 이렇게 부르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보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 강준만> 보수도 마찬가지죠.
◇ 정관용> 계속 진보를 욕하고 비판하고 공격만 하는, 서로 공격만하는 그런 관계 아닌가요, 지금?
◆ 강준만> 똑같은 관계인데요. 만약에 그렇게 증오와 적대의 대결 구도로 가게 되면, 이거는 진보에게 불리합니다.
◇ 정관용> 그건 왜 그렇죠?
◆ 강준만> 보십시오. 그러니까 누가 더 목이 마르고, 누가 더 아쉽냐는 거예요. 보수는요, 일단 있는 것 지키자는 것 아닙니까?
◇ 정관용> 네.
◆ 강준만> 물론 이제 그 분들도 개혁의 어젠다가 있고 여러 가지 좋은 일 하시려고 애를 쓰지만 크게 봐서는 지금 이대로 좋다는 거고, 진보는 뭔가 바꾸고 평등적 가치를 더 확산시키려고 하는 분들 아니에요?
◇ 정관용> 변화를 가져오자는 거죠, 한마디로.
◆ 강준만> 그렇죠. 그러면 누가 더 아쉽고 누가 더 적극적으로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전략·전술에 더 열심히 노력을 해야 되겠느냐, 이 말이에요.
◇ 정관용> 진보죠.
◆ 강준만> 진보죠. 당연히요. 그러니까 그것을 불공평하다고 그러면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운동장이 기울어졌다는 둥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그것도 잘못된 자기변명인 것이요, 정말로 지금 빈부격차 날로 심해지고 고통 받는 분들이 많은데, 진보가 그 좋은 토양을, 그 좋은 텃밭을 제대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느냐 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걸 단순 비교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 정관용> 말하는 방법, 접근하는 어떤 기술. 거기서 본인들의 감정에만 충실 했지, 중간에 있는 분들의 감정 상태를 잘 못 헤아린다?
◆ 강준만> 못 헤아리고, 안 헤아리는 점도 있다고 봅니다.
◇ 정관용> 안 헤아린다?
◆ 강준만> 네, 안 헤아리는 이유는요.
◇ 정관용> 네.
◆ 강준만> 뭐, 우리 청취자들께 너무 잘 아시겠습니다마는 계파 투쟁이 너무 정말 심할 정도로 그러니까 조금 거칠게 얘기하자면 ‘정권 못 잡아도 좋으니, 우리 계파 승리하는 게 우선이다’ 그렇게 본다면요. 굳이 중간파 20% 유권자를 염두에 둔 그걸 할 수가 없죠. 왜냐하면 자기 계파를 지지하는 열성적인 지지자들은 뭔가 후련하고 화끈하고 진보의 가치에 충실한 그런 내용과 더불어서 태도도 원한단 말이에요. 제가 쓴 책에 대해서 이미 독자분들 반응을 제가 봤더니 제일 많은 게 그거입니다. 강준만도 드디어 변절해 가는구나.
◇ 정관용> (웃음)
◆ 강준만> 왜 그러느냐 ‘아니, 보수를 지금 때리고 거기를 지금 까도 모자랄 판에 반성을 진보가 해야 된다니 이게 웬 말이냐’ 그렇게 말씀하시거든요? 그런데 그 뜻이 아니죠, 지금요. 왜 자꾸 우리 편들의 정서만 생각하느냐 이거예요.
◇ 정관용> 원래 적대적으로 싸우는 관계에서 자기편끼리 제일 좋아하는 건 남 욕하는 거거든요.
◆ 강준만> 그래야 열광하죠.
◇ 정관용> 그러니까 자기편들이 좋아하는 단어만 자꾸 쓰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런 뜻이기도 하군요?
◆ 강준만> 그렇기도 하고요. 제가 사실은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있는가 저도 성찰을 해 보게 되는데. 저도 이렇게 증오를 좀 이렇게 부추기고 이게 옳은 것이다 해서 아주 지금 제가 말씀드린 그대로 싸가지 없는 말을 많이 해 봤기 때문에 압니다.
◇ 정관용> (웃음) 네.
◆ 강준만> 지지가 뜨겁죠. 열광적이죠.
◇ 정관용> 본인에 대한 지지가?
◆ 강준만> 그럼요.
◇ 정관용> 하지만 그건 한계가 있죠.
◆ 강준만> 한계가 있죠, 이미요. 그런데 지금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한계를 돌파하실 뜻이 없는 것 아니냐 이겁니다.
◇ 정관용> 강 교수께서도 그 뜨거운 고정 지지층의 지지에 어떤 의미에서는 좀 안주해 계셨던 것 아니에요?
◆ 강준만> 안주했기 때문에 제가 온 몸으로 깨달은 거죠.
◇ 정관용> 이래서는 안 된다?
◆ 강준만> 온 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에 ‘아, 이래서 안주를 하게 되는구나’ 그리고 나중에는 두려워지거든요. 나를 열성적으로 지지해 주는 분들, 그 분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그래서 조금이라도 온건하게 대화와 타협의 그 노선으로 가게 되면 그 열성적으로 지지했던 분들이 가만히 계시지를 않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서워서 또 그냥 독설을 퍼붓고.
◆ 강준만> 그렇죠, 악순환입니다.
◇ 정관용> 여기서 벗어나자?
◆ 강준만> 네.
◇ 정관용> 벗어나야만 된다?
◆ 강준만> 벗어나는 게 자기네들에게도 이익이라는 거죠.
◇ 정관용> 그랬을 때 고정 지지층이 떨어져나갈 위험은 없습니까?
◆ 강준만> 그러니까요. 단기적으로 보면 그게 두려우니까 못하는 거거든요.
◇ 정관용> 네.
◆ 강준만> 그러면 정말로 단기적으로만 이렇게 정치하시고 끝낼 것인지, 조금 더 멀리 내다볼 용기를 내실 수는 없는지.
◇ 정관용> 네, 네.
◆ 강준만> 조금만 더 보자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리고 왜 진보는 ‘감정’에 무능한가?의 부제가 ‘진보의 이성 중독증’이라고 하셨는데 이성 중독증, 뭡니까?
◆ 강준만> 이성 중독증이라는 게요. 진보가 출발 자체가 애초부터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된다는 그 나름의 생각들을 갖고 계신 것 아닙니까?
◇ 정관용> 네.
◆ 강준만> 그러니까 그 생각 자체가 중요하다면 당신들이 우리한테 표 안 던지고 배겨? 그러니까 유권자들이 그걸 알아주고 당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고 이슈인데, 왜 우리를... 그러나 현실적으로요.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먹고 살기 바쁘신 분들이 일일이 정당 간, 후보자 간 정책 이슈 꼼꼼하게 따져줄 그럴 시간과 노력, 정열이 없습니다. 그걸 인정해 주셔야죠. 또 이 말씀하시면 자꾸 엘리트주의라고 이제 또 반론이 오는데요. 현실을 보자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어쨌든 일반 유권자는 그냥 감정적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 강준만> 아휴, 그렇죠. 감정이 사실은 더 크죠.
◇ 정관용> 네. 그리고 그 다음 장이 왜 ‘심판’이 진보를 골병들게 만드는가. 이거는 아까 조금 말씀해 주신 응징하자, 심판하자, 적대감과 증오감을 부추기는 그거, 그거 위주에서 벗어나야 된다, 이 말이죠?
◆ 강준만> 그렇죠. 심판만 외치다 보니까 심판을 외쳐서 심판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심판만의 위치니까 유권자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시겠어요? ‘그러는 너는?’하고 삿대질한다는 말이에요. 그러면 자기 성찰은 했는가? 나는 심판으로부터 면죄돼 있고 다른 쪽만 향해서 심판하고 응징하자고 그러면 그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겠느냐, 이겁니다.
◇ 정관용> 자기반성부터 해라?
◆ 강준만> 네.
◇ 정관용> 그다음 장이 ‘왜 진보의 최대의 약점은 도덕인가?’ 도덕 얘기를 또 꺼내셨어요, 이건 무슨 얘기입니까?
◆ 강준만> 도덕을요, 우리가 너무 좀 좁게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도덕이라는 개념을 조금 넓혀서 보면 지금 우리 진보적인 분들이 생각하시는 도덕은요. 사회의 정의, 형평성 그리고 좀 탐욕을 얼마나 절제하고 그리고 또 법과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 것. 이 정도로만 이해하시거든요.
◇ 정관용> 네.
◆ 강준만> 그런데 도덕 개념을 조금 넓게 보면요. 예컨대 이건 제 주장이 아니라 미국학자들 했던 주장 제가 조금 가져다 쓰는 겁니다만, 공동체 중심에 도덕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강준만> 국가, 민족공동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 그런데 가령 대한민국사를 보더라도요, 대한민국사가 우리가 쭉 살펴보면 불의한 일이 많았고 정말로 말도 안 되는 그런 일들이 많았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대한민국 사회화를 완전히 우리가 부정을 해 버리면 진보적 관점에서요, 그러면 진보적인 일반 시민들도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네.
◆ 강준만> 내 뿌리를 부정하는 게 되거든요.
◇ 정관용> 인정할 것은 인정해 줘야죠.
◆ 강준만> 인정해 줘야만 내 자식 볼 낯도 생기죠. 그러니까 전체 집단을 생각하는 그것이 개인의 인권과 개인의 자유, 어떤 권력에 대한 견제, 감시, 그것도 소중한 가치지만 공동체를 염두에 두는 사람들의 그것도 틀리다고 말씀하지 마시고 다르다고 생각해 주라는 거죠.
◇ 정관용> 아...
◆ 강준만> 그러면 욕설을 내뱉을 것도, 가령 이번에 세월호 정국에서 어느 민주당 의원 분이 그러셨나요. 새누리당을 향해서 패륜 집단이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안 된다는 거죠.
◇ 정관용> 아하.
◆ 강준만> 그래서 도덕적 단죄를 내리지 마시고 공동체적 가치를 중하게 여기는 도덕도 있고 또 하나는 신성함의 가치를 또 중요하게 여기는 도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거는 종교적인 신성성을 대단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성중심, 논리중심의 진보는 무신론자는 아니지만 종교적 가치에 대해서 비교적 보수에 비해서, 약간 조금 그걸 무시하는 경향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 분들은 엄청나게 반발합니다.
◇ 정관용> 아하!
◆ 강준만> 그러면 도덕을 우리가 개인의 인권과 과거의 민주화 투쟁의 관점에서 보는 도덕과 민주화 투쟁과는 별개로 공동체와 신성성을 놓고 일반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도덕의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걸 포용을 하고자 한다면, 싸가지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게 부각이 될 수 있다는 거죠.
◇ 정관용> 우리 진보 쪽은 항상 기존의 보수세력을 도덕성이 결여돼 있다 해서 이건 진짜 보수가 아니다라고 항상 비판해 왔는데 그들도 어느 정도는 공동체 중심의 뭐 산업화를 일군 세력으로서의 어떤 도덕성은 갖고 있다, 이렇게 인정해야 한다 이 말이죠?
◆ 강준만> 인정을 해 주고요. 내가 인정을 한다 하더라도 비판하고 싶다, 정중하게 비판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만약에 그 산업화 세력의 가치를 비판하고자 할 때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감정적, 극단적 언사를 동원해서 해 버리면 구경하는 사람들이 ‘아, 저건 좀 심하다’. 등을 돌리겠습니까, 안 돌리겠습니까?
◇ 정관용> 알겠습니다.
◆ 강준만> 그러니까 그 정의로운 의문은 이해한다는 거예요. 저도요, 얼마든지요. 그래서 진보적인 분들이 현재의 보수 정치세력에 대해서 느끼는 분노의 감정은 이해는 하겠는데 정말로 이기고 싶은 뜻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뭐 나의 어떤 불만해소, 카타르시스를 그냥 느끼고 그거 하는 걸로 끝나겠다는 것인지. 조금 더 냉철하고 좀 이렇게 여우가 될 필요가 있지 않느냐 이런 얘기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좀 관통합니다마는 상대방 응징할 것 응징해야 되고 심판할 것은 심판도 해야 되고 또 부도덕한 보수,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되지만 그것을 응징하고 비판하고 심판하는 접근방법론 문제다, 이거로군요?
◆ 강준만> 방법론이 문제인 동시에요. 비판하고 응징하고 심판하는 것도 우리가 매를 들면 안 되겠습니다마는 어린 아이들에게, 따끔하게 말로 훈계를 주더라도 자제할 것 자제했다가 제대로 한번 해야 효과가 있지 않겠어요?
◇ 정관용> 그렇죠.
◆ 강준만> 그런데 이걸 잔소리처럼 해 버리면요.
◇ 정관용> 매일 그냥 하면.
◆ 강준만> 어떤 아이가 말을 듣겠어요?
◇ 정관용> 역효과만 나죠.
◆ 강준만> 입만 벌리면 심판이고 응징이고 보수는 뭐 거의 악에 가까운 세력으로... 이건, 이건 도저히 효과가 나올 수가 없죠.
◇ 정관용> 인정할 건 인정 하고 좀 조심스럽게 좀 간교하게 다가가자, 이 말씀인데 구체적으로 방법론이 있습니까? 어떻게 바뀌어야 됩니까?
◆ 강준만> 제가 생각하는 방법론이요. 지금 자꾸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시는 분들께서 정말 문제를 외면하세요, 그건 뭐냐? 계파 투쟁, 계파 갈등이거든요. 그게 이제 그 설의는 이해를 합니다. 워낙 뜨겁고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그것을 슬쩍 넘어가시려고 하는데 그거 넘어가서는 답이 안 나와요. 지금 뭐냐 하면요, 열성적 지지자를 가진 계파가 있고요. 비교적 그렇지 못한 계파들이 있단 말이에요.
◇ 정관용> 그렇죠.
◆ 강준만> 그러면 당장 우리가 공천 문제에 닥치거나 당 대표를 뽑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뽑을까에서 거기서 부딪칩니다. 그게 한두 번 싸운 게 아니거든요.
◇ 정관용> 열성적 지지층이 있는 분들하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방법론이 다르죠.
◆ 강준만> 다르죠.
◇ 정관용> 네.
◆ 강준만> 그래서 저희가 권하는 것은 열성적 지지층이 없는 계파, 여기서 자꾸 그 반대 방향으로만 가려고 하지 마시고 열성적 지지자들을 갖고 있는 계파의 방식을 받아들이라는 거예요. 받아들이되 왜 자꾸 열성적 지지자를 우리는 가질 수 없다고 포기하느냐 이거예요. 그래서 제가 약한 유대의 힘, 약한 연결의 힘, 꼭 당원이 아니더라도 좋다는 겁니다. 그건 아마도 정당 내부에서 공천에 이렇게 참여해 줄 선거인단 정도의 호감도를 갖고 있는 유권자들, 그걸 한번 전국적으로 확보하면서 대국민 봉사활동을 좀 하라는 겁니다.
◇ 정관용> 네.
◆ 강준만> 그러니까 그랬더니 어떤 네티즌께서 댓글을 달아주셨더라고요. 정당이 무슨 봉사단체냐, 그래서 제 답은 그겁니다. 정당이 봉사단체는 아니지만 증오단체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지금 증오 위주로 가는 것을 우리가 과도기적으로 넘어서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지금 정치를 혐오하고 저주하는 판국에서는 사실은 우리 정치인들이 그렇게까지 욕먹어야 될 분들은 아니거든요. 정말로 애쓰려고 하는 분들도 많고 그런데.
◇ 정관용> 알겠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그 대안은 사실 민주당의 외연 확대, 당의 조직기반 확대 차원에서도 누구나 꼭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 강준만> 말은 늘 하죠. 한 번도 실천 안 했습니다.
◇ 정관용> 안 했고?
◆ 강준만> 네.
◇ 정관용> 그거 말고 그냥 다른 요인으로 생겨난 열성적 지지층. 여기에만 기대고 그런 것들이다, 이거죠?
◆ 강준만> 네.
◇ 정관용> 지금 이런 어떤 비판 그리고 애정 어린 충고를 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또 우선 책 제목부터가 좀 도발적이다 보니까 반대하시고 반발하시는 분들도 많이 나와요.
◆ 강준만> 네.
◇ 정관용> 당장 이 책에도 거론된 진중권 교수는 이건 싸가지나 감정의 측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좋은 정책 발굴해서 내놓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공개 반박했는데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 강준만> 우선 김 교수님께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요. 아주 생산적 논점을 제시해 준 것 같아요. 저도 올린 글 전문을 봤는데 저하고 생각이 98% 같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하죠. 단 2%, 그건 뭐냐? 메시지가 중요하다, 정책이 중요하다, 이슈가 중요하다, 노선이 중요하다. 저도 전적으로 동의하죠.
◇ 정관용> 동의한다.
◆ 강준만> 문제는 왜 그러면 여태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이 메시지 중심의 진보적인 정책, 진보적인 이슈를 개발해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는가. 그 원인이 뭐냐 하는 거예요. 그 원인이 바로 싸가지라는 거죠. 그건 무슨 뜻이냐? 좀 경제학적인 개념으로요. 기회비용의 그걸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응징과 심판 위주로 모든 것을 가져가다 보면 의원들께서 또 거기 고급 인력들이 관심을 갖는 게 상대편의 흠집을 잡아내기 위한 네거티브 공세에 모든 열과 성을 다 바칠 것 아닙니까?
◇ 정관용> 네, 알겠습니다.
◆ 강준만> 그러니까 포지티브한 쪽으로 갈 수가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싸가지의 문제가 해소 돼야만 메시지 중심의, 정책 중심의 그런 어떤 변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 정관용> 알겠고요. 안철수 의원을 상당히 공개적으로 지지해오시지 않으셨습니까? 책의 한 작은 챕터에 ‘안철수는 왜 실패했나’ 이게 들어 있네요. 실패했다고 일단 규정하세요, 지금?
◆ 강준만> 일단 내세웠던 목표를 봐서는 실패한 거죠.
◇ 정관용> 그럼 재기는 불능입니까, 아니면...
◆ 강준만> 아닙니다.
◇ 정관용> 아, 그건 아니고. 왜 실패 했습니까?
◆ 강준만> 일단요, 이 분이 새 정치를 생각하시는 게 너무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신 것 같아요.
◇ 정관용> 사람 중심.
◆ 강준만> 네.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면 본의가 그러니까 자신의 선의가 어떠했던 간에 정략 위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 정관용> 네.
◆ 강준만> 그래서 사람 중심으로 가지를 말고 새 정치의 프로그램을 내놨어야 되는데, 이 분이 그것을 안 내놓으신 것 같아요.
◇ 정관용> 아하.
◆ 강준만> 그래서 제가 당장 생각해도요. 일단 지역주의 문제 해결할 수 있는 선거구제, 개편이건 뭐건 제도적 어떤 그거 하나 내놓고요. 게다가 지금 우리 증오의 정치로 가는 이유가 승자독식주의거든요. 승자가 모든 것을 다 먹으니, 승자독식주의를 완화할 방안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 정관용> 네.
◆ 강준만> 이게 다 인사·예산 문제거든요. 설사 그것이 실현하기가 어렵다 하더라도 어젠다를 던질 수 있잖아요.
◇ 정관용> 그것도 권력구조 문제이기도 하고요.
◆ 강준만> 그렇고요.
◇ 정관용> 그런 것 연구해서 곧 내놓는다, 내놓는다 했었어요.
◆ 강준만> 그게 안 나왔어요.
◇ 정관용> 아... 그걸 전면에 내걸었어야 한다?
◆ 강준만> 그렇죠. 그리고 정치만능주의.
◇ 정관용> 알겠습니다. 계속 말씀 듣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말이지요. 마지막 짧은 질문인데, 안철수 의원은 그러면... ‘싸가지’는 있어보였습니까?
◆ 강준만> 그런데 저는요, 이 분이 큰 싸가지를 앞으로 이렇게 보여줄 거라고 믿는 게요. 이 분이 믿는 게 꼭 대통령이 되는 게 중요했느냐.
◇ 정관용> 그건 아니다?
◆ 강준만> 새 정치를 정말로 원했던 진정성이 있었다. 그걸 위해서 가신다면 저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 정관용> 여기까지만 일단 듣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강준만>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전북 대학교 강준만 교수 함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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