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미사 과정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발언을 한 박창신 신부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북지방경찰청은 1일까지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냈지만 박 신부는 이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사제단을 비롯한 진보단체는 1일 전북지방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또 보수단체는 비슷한 시각 같은 장소에서 엄정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맞불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 9개월여 만의 출석 요구
시국미사는 지난해 11월 22일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렸다. 당시 강론에 나선 박창신 신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문제있는 땅 NLL'에서 벌인 한미군사 훈련이 원인이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보수단체는 나흘 뒤인 26일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 등에 해당한다며 고발 4건, 진정 4건 등을 검찰에 접수했다.
수사는 전북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맡게 됐다. 하지만 고발, 진정인 조사는 늘어졌고 9개월여 만에 경찰은 박 신부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 종교, 양심의 자유 억압…출석 거부
그러나 박 신부는 이를 거부했다. 천주교 전주교구 사제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하느님의 강론을 선포하는 사제의 강론에 국가 안보논리와 종북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넘어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출석 거부 이유를 밝혔다.
사제단은 "다시금 소모적이고 국민을 멍들게 하는 종북 몰이 논쟁을 조장하려 한다면 이는 박근혜 정권의 정치 검찰과 정치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다"며 "강력히 저항하고 수사절차에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사제단 한 관계자는 "한국 천주교 역사 상 강론을 문제 삼아 국가기관이 수사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간 '미사의 강론에 사회법 적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잇단 고발과 진정에 침묵했던 사제단은 출석요구 등 경찰 수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국론 분열, 국민 현혹 박 신부 처벌하라보수단체인 활빈단과 전북지역 보수단체는 "일부 몰지각한 종교지도자 때문에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도발적인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들은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민을 현혹시키고 국가의 정체성을 흔드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대한상이군경회 전임 전북지부장 탁경률 씨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현혹시키는 박창신 신부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국법으로 처벌해 국가 백년대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교황 방한 끝나자 종교 지도자 수사?전북경찰청 보안수사대는 박 신부 뿐 아니라 한상렬 목사에 대한 수사도 함께 벌이고 있다.
한 목사는 2010년 6월 정부의 허가 없이 북한에 들어가 70일간 머문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형을 마치고 지난해 8월 출소했다. 하지만 보안관찰 처분대상자인 한 목사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거주지 신고 의무 등을 거부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밤 11시께 한 목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한 목사는 다음날 석방됐다.
기자회견에 나선 진보단체 회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 마무리되자 경찰이 종교 지도자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고 박 신부와 한 목사의 사례를 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경찰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두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석종 전북지방경찰청장은 "수사 절차에 따라 진행된 사안일 뿐 의도적으로 시기를 택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 청장은 "박 신부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세 차례 출석 요구를 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검찰과 협의해 조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