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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월드컵의 꿈 이룬 문태종에 찾아온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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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 대표팀의 문태종 (사진=KBL 사진 공동취재단)

 


문태종(39·창원 LG)이 남자농구 대표팀에 합류한 지난 5월23일, 그는 뒤늦게 합류한 자신도 강도높은 훈련 대열에 포함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문태종은 묵묵히 훈련을 소화했다. 잠시 숨을 돌릴 때는 누구보다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호각 소리가 들리면 어느 젊은 선수 못지 않게 열심히 뛰었다. 대표팀 동료들 사이에서 "역시 잘한다"는 감탄이 수 차례 나왔다.

문태종은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자메이카에서 2주간 머물다 한국을 찾았다.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외국에서 오래 프로 생활을 한 선수들에게 5월 말은 보통 휴식기다. 문태종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육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첫 날 훈련이 모두 끝나고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문태종에게 "20살처럼 보인다"는 농담을 건넸다. 그만큼 열심히 훈련을 했다는 뜻이다. 문태종은 웃었다. 한숨도 섞였다. "지금은 괜찮아도 내일이 되면 엄청 힘들 것 같다"며 앞날을 걱정(?)했다.

그래도 견뎠다. 문태종은 훈련 기간 내내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렸다. 동기 부여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올해 소집된 대표팀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뿐만 아니라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도 목표로 삼았다.

농구 월드컵. 유럽에서 '제로드 스티븐슨'이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떨쳤던 문태종조차 그동안 꿈꾸지 못했던 무대다. 미국 출신의 문태종이 기라성 같은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을 제치고 대표팀에 포함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기회가 없었다.

문태종은 "농구 월드컵에서 뛰는 것은 영광이다. 한국을 대표해 처음으로 월드컵에 나가는 것은 굉장한 영광이다. 잘하는 국가들과 붙을 수 있는 것도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영광(honour)'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농구 공을 잡은지도 어느덧 30년째. 마침내 세계 무대를 밟았다. 문태종은 지난 달 30일 스페인 그린 카나리아에서 열린 대회 D조 조별리그 앙골라와의 첫 경기를 통해 농구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불혹의 나이에 처음 밟아본 세계 무대였다.

문태종은 앙골라전에서 8점을 올렸다. 영양가는 높았다. 전반까지 18-36으로 뒤진 대표팀의 3쿼터 반격을 이끌었다.

문태종이 있고 없고에 따른 대표팀의 화력 차이는 분명했다. 8월31일 호주전에서는 아예 주전으로 나섰다.

그러나 악재가 생겼다. 문태종은 2쿼터 초반 벤치로 물러나더니 더 이상 경기에 뛰지 않았다. 왼쪽 팔꿈치에 아이싱을 한 채 경기를 지켜봤다. 갑자기 찾아온 부상 때문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문태종이 원래 왼쪽 팔꿈치 부위에 물주머니가 있었다. 그게 터졌다. 트레이너 말로는 쉬면 나아질 것이라고는 했는데 이게 잘못하면 나중에 수술할 수도 있는 부위라고 한다. 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더라. 이번 대회에는 더 이상 못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국은 아직 3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슬로베니아와 리투아니아, 멕시코와의 경기가 남아있다. 이미 2연패를 당한 한국이 유럽의 강호 슬로베니아와 리투아니아를 잡을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다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멕시코를 상대로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다.

유재학 감독의 말처럼 잔여 경기 출전이 어렵다면 대표팀에게는 크나큰 악재다.

문태종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경기력을 발휘한 선수 중 한 명이다. 과감하게 슛 기회를 노렸고 2대2 공격에서도 여유있게 패스를 전달하며 베테랑의 가치를 보여줬다. 호주전에서는 높이 뛰지 않고도 타이밍 만으로 상대의 레이업을 블록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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