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정부가 해마다 6월이면 '전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도 공공기관의 재무상태와 인력운용,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최고 S부터 A~E까지 6등급으로 나눠 성적표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영평가가 등급에 상관없이 최하위 E등급 기관까지 내부성과급이 지급되면서 결국 예산잔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틀에 한 번씩 발생하는 열차사고와 노조파업, 부채증가 등으로 경영평가 꼴찌 등급을 받은 코레일 마저 올해 내부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 공공기관 경영평가 강화…구색 맞추기 불과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국내 117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고, A등급은 2개 기관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C등급 이상 기관은 87개로 지난해 보다 8개나 줄었다.
이에 반해, D등급과 E등급 기관은 코레일과 석탄공사, 선박안전기술공단 등 30개로 늘어났다.
기재부는 이들 D등급과 E등급 판정을 받은 공공기관에 대해선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모든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차원에서 일벌백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실제 뒤에서는 낙제점수를 받은 공공기관마저 성과급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가 보여주기 식 땜질처방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 문제투성이 코레일…전 직원에 내부성과급 지급코레일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지난 2012년 C등급에서 2013년엔 최하위 E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최장기 노조파업과 부채증가, 여기에 계속된 열차사고까지 뭐하나 정상적인 게 없었기 때문이다.
E등급을 받은 코레일의 최연혜 사장은 당연히 해임건의 대상이지만, 기관장 임명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는 제외한다는 예외조항 덕분에 해임에서 살아났다.
이런 코레일이 최근 임원급 간부를 제외한 전 직원 2만여 명에게 내부성과급 200%를 지급했다. 성과급만 1천억 원 규모다.
지난해 4조 3,3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부채가 17조 원이 넘는 부실 공기업 코레일이 내부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내부성과급은 당초 연봉에 책정돼 있었던 당연히 줄 돈"이라며 "예비비 성격의 경영평가 성과급과는 달리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공공기관 평가, '눈 가리고 아웅'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잘한 기관에 대해선 당근은 줄지언정 잘못한 기관에 대해선 채찍은 가하지 않는 '이중 성과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경영평가 성과급은 공공기관별로 기본급의 500%를 적립하게 되는데, 이 가운데 300%는 정부 승인을 받은 예비비 성격의 자금이다. 나머지 200%는 직원들의 전체 임금에서 별도로 떼어낸 일종의 내부적립금이다 .
정부가 말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은 예비비 300%를 받느냐 못 받느냐의 문제이다.
다시말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점수를 잘 받은 기관의 임직원은 본인들이 적립한 200%와 예비비 성과금 300%까지 다 가져가고, D등급과 E등급 기관은 직원들 임금에서 적립한 200%만 받아가는 구조이다.
따라서 방만 경영에다 안전관리를 잘못해 E등급 판정을 받으면, 예비비 300%의 성과급만 받지 못할뿐이지 해당 기관의 임직원들은 직접적인 금전피해를 입지 않는다.
이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이 꼴찌에 대한 징벌적 조치가 아닌, 잘한 기관에 대한 성과급 잔치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주면 좋고 안줘도 손해 볼게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성과급제를 도입한 취지가 일을 잘 하도록 동기부여 차원"이라며 "내부성과급을 주든 안주든 그것은 공공기관 각자가 알아서 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부성과급도 경영평가성과급과 같이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불이익을 주지 않는 성과급제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인적, 물적 비용을 들여서 경영평가를 할 필요가 없고, 결국은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