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7일(현지시간) 서부 아프리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과 확산 방지를 위한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PHEIC)의 선포 여부를 결정할 긴급위원회 이틀째 회의를 열었다.
아프리카 우간다 보건장관 출신인 샘 자람바 박사를 위원장, 스위스 취리히대학 로버트 스테판 교수를 부위원장으로 한 에볼라 긴급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20여명의 면역 및 백신 전문가들과 에볼라 바이러스의 국가 간 전파 가능성과 확산 방지 대책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볼라 긴급위원회는 8일 오전 회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만일 에볼라 바이러스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전파될 우려가 크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면 PHEIC를 선언하고 여행 자제를 비롯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에게 권고안을 제시하게 된다.
WHO 긴급위원회는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확산됐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사람과 사람 간에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증거가 없어 PHEIC를 선언할 단계는 아니라고 결정했지만 파키스탄 등의 야생 소아마비 바이러스 때에는 전파를 막도록 예방접종 의무화 등 강력 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WHO는 이에 앞서 6일 공식 발표를 통해 아프리카 서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에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108건의 새로운 감염 사례가 확인됐으며 45명이 숨져 지난 2월 이후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건수는 1천711건, 사망 932명이라고 발표했다.
라이베리아에서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고 군인들이 서부 에볼라 발병지역 주민들이 수도 몬로비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설치했고, 시에라리온에서도 동부 발병지역의 주민 이동을 차단하고 나서는 등 사태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엘렌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9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언한 뒤 "우기가 겹쳐 에볼라는 물론 말라리아와 장티푸스 등 다른 질병까지 확산될 우려가 있다"면서 "이런 특단의 조치는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이웃 국가 시에라리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시에라리온 경찰 총책임자는 "필수적인 음식과 약품 등의 수요를 제외하고 어떤 차량이나 사람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도록 경찰과 군이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 보건당국은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발생 이후 처음으로 에볼라 경보를 최고 단계인 '레벨1'으로 격상했다. 레벨 1은 1∼6단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레벨 1 수준으로 경보가 격상됨에 따라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더 많은 보건인력과 물자가 투입되게 된다.
스페인은 라이베리아에서 선교활동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국 신부를 방역장치를 갖춘 비행기를 보내 본국으로 귀환시켰다. 이 항공기에는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치료를 위해 격리됐던 스페인 수녀도 함께 탔으며 이들은 마드리드에 있는 열대병 치료 전문 카를로스 3세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게 된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후 유럽 지역 내에서 감염자가 치료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WHO는 아직 검증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에볼라의 치료를 위해 아직 실험단계인 치료제를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다음 주 초 의료 윤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논란은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와 선교사에게 '지맵'(ZMapp)이라는 실험단계의 치료제가 투여돼 효과를 보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50여개 아프리카 국가 간의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실험용 치료제를 진원지인 서아프리카 국가에 공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미국 정부는 일본 후지필름이 개발한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단계의 치료제를 조기 사용할 수 있도록 동물실험이 끝나면 신속 승인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