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현장 인근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고형석 기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31일 충남 태안의 백사장해수욕장 인근.
썰물로 물이 어느 정도 빠지자 남성 2명이 바다로 보트를 끌고 들어가 물놀이를 즐겼다.
남성들이 지나간 갯벌 곳곳에는 갯골로 추정되는 골짜기가 모습을 드러냈고 곳곳에 모래를 파낸 것으로 보이는 흔적도 발견됐다.
이곳은 지난해 여름 5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현장 인근.
당시 공주사대부고 학생 80여 명은 "안전하니 여기까지 들어오라"는 무자격 교관의 지시에 구명조끼도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5명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어른들의 무책임과 관리부실이 맺은 최악의 사고로 손꼽힌다.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현장 인근 해변 길에 인명사고 현장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고형석 기자)
남성들이 한창 물놀이를 즐긴 시간이 10여 분이 흘렀을까, 멀리서 노란 옷을 입은 여성 안전요원이 확성기를 통해 "물에서 나오라"며 소리쳤다.
태안군이 배치한 안전요원인데 관광객들이 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현장을 지키거나 안내를 하지만, 수상 구조요원은 아니다.
남성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그제야 보트를 끌고 물 밖으로 나와 안전요원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자리를 떠났다.
안전요원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번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이 튜브를 가지고 현장에 나타났다.
같은 시각 안전요원은 인근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 먹고 있었다.
가족에게 다가가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가 났던 위험지역임을 아는지 물어봤다.
"방송에서 사고가 났다고는 본 것 같은데 이곳이 그곳인지는 몰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근을 지나는 피서객들의 대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들 "몰랐다"거나 "이곳이 그곳이냐?"며 되물어오는 피서객도 있었다.
해수욕장 측과 태안군은 해수욕장을 절반 정도로 갈라 좌측은 물놀이 가능 구간, 우측은 물놀이 불가 구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설명한 표지판은 해상이 아닌 차가 다니는 해변 길에 위치해 있어 가까이 가지 않으면 이를 알 수 없었다.
대부분 피서객이 물놀이 가능 구간에 머물기는 했지만, 불가 구간에도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냈다.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현장의 물놀이 불가 구간에 속하는 숲 안에서 피서객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고형석 기자)
불가 구간에 속하는 숲 안에서 캠핑하는 피서객도 여럿 목격됐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물놀이를 온 피서객들이 사고현장임을 인지하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다.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음에도 여전히 부실한 관리 속에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태안군 관계자는 "해수욕장 주변에 아예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사고현장 인근에 인명사고가 났던 곳임을 알리는 현수막을 거는 등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