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여름 휴가철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는 '비만'이다. 노출이 많은 여름이다 보니 스스로를 비만이라 여기거나 날씬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이런 사회풍조 속에서 여름이 다가오면 살을 빼려는 노력들이 벌어지고 TV에서는 '휴가철이 다가오는데 그 몸으로 어쩌려고 그러고 있느냐'는 내용의 상품광고들도 쏟아져 나온다. 비만을 원하는 사람은 없으나 비만인 사람은 자꾸 늘어난다. 이 문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그것은 비만의 성격규정에 따라 달라진다.
비만은 일종의 사회적 전염병이다. 최근 보도된 미국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보고서에서는 부모의 비만보다 형제의 비만이 더 결정적 요인이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부모가 비만이면 그 자녀의 비만위험은 정상체중 부모의 자녀보다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형제 중에 비만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위험이 5.5배 정도로 늘어났다. 결국 생활 속 습성과 문화, 인간관계가 비만을 불러온다는 것이고, 누군가 감기에 걸리면 가까이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 전염되듯이 비만 역시 감기처럼 옆 사람에게로 옮겨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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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만은 전염병이다
왜 비만은 개인의 식탐과 게으름 탓이 아니고 전염병인가? 우리가 먹는 음식, 담배와 술, 세제, 플라스틱, 배기가스 등에는 사람의 내분비계를 혼란시키는 물질들이 잔뜩 들어있다. 이런 유해한 화학물질은 지방세포가 만들어지는 걸 돕고 우리의 자제력을 무너뜨린다. 예를 들어 임신부가 나쁜 물질에 오염되면 신생아는 비만의 몸구조를 갖고 태어난다. 대표적인 것이 담배이다. 살을 빼려고 담배를 피운다지만 임신부의 흡연은 저체중 신생아의 확률을 높인다. 저체중 신생아는 자라서 비만과 대사증후군의 걸릴 위험이 높다. 담배는 결국 어른의 살을 빼는데는 도움을 주는지 모르겠으나 비만 아동을 사회에 퍼뜨리는 요인이다. 아기가 엄마 또는 엄마 될 사람의 흡연을 막아낼 방법은 없다. 아저씨의 담배연기로부터 엄마를 보호할 수도 없다.
패스트푸드도 마찬가지이다. 1주일에 패스트푸드점을 2번 찾는 아이라면 비만위험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60% 정도 증가하고 3번 찾는 아이라면 300% 급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것이 아이와 부모만의 책임일까? 패스트푸드점 1인분의 양은 자꾸 많아지고 열량도 늘어난다. 햄버거·피자 광고는 넘쳐난다. 사회적 규제가 아니면 낮출 방법이 없다.
천식과 비만, 당뇨…이 3가지 질병은 함께 무리지어 다닌다. 특히 교통밀집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대기 속 오염물질로 인해 내분비계가 흔들리며 이 질병들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개인이 어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비만에 영향을 끼치는 성분 중 과당도 있다. 과당은 분유, 설탕, 콜라 등 곳곳에 들어 있다. 아기가 분유를 바꿔 달라 할 수도 없고 부모도 과당 없는 분유를 먹일 능력이 없다. 국가와 사회가 공중보건관리의 차원에서 담배와 지방, 과당 과다사용에 개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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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캔 음료 1개에 비만세 30원을 걷고 있고 영국도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헝가리는 '햄버거법'을 만들어 소금·설탕·지방이 많이 든 가공식품에 부가가치세를 더 얹고 있다. 덴마크도 식품에 포화지방이 과다할 경우 세금을 물리고, 수입되는 술과 청량음료에 관세를 더 붙인다.
식생활은 개인이 책임질 문제인 듯 보이지만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 건강정책, 기업규제, 미디어의 광고 등에 의해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건 좋으나 문제를 회피하려는 의도로는 곤란하다. 콜레라도 소아마비도 개인의 불행이고 교통사고도 개인의 책임이 크지만,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우리가 해결에 함께 나선다. 이제 비만도 마찬가지이다.
◈ 맘껏 먹는다고? 양껏 먹여지는 것이다 세계 의학계는 20세기 후반에 들이닥친 인류의 적은 AIDS였지만 21세기 인류의 적은 '비만'이라고 이야기 한다. WHO추정으로 2015년이면 지구촌 인구 중 15억, 1/4이 비만상태가 된다고 한다. 미국은 1990년만 해도 지역별 주민 비만율의 '최고치'가 14%였다. 그런데 2014년은 지역별 비만율의 최고치 아닌 '최저치'가 20%다. 대부분 지역이 비만율 25%를 넘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아비만이 10년에 2배 정도로 늘었다. 이런 결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7월 17일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고 비만을 미리 묶어두지 못하면 그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뻔하다.
비만의 문제는 지구촌 전체로는 불평등 및 굶주림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식량의 공급은 과잉이다. 지구촌 모두가 먹고도 남을 만큼 생산된다. 지구촌 필요량의 150% 정도가 생산된다고 추산한다. 그러나 굶주리는 사람들은 하루 한 끼나 두 끼밖에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그렇다면 반대편 누군가는 필요한 양의 2배 이상을 먹고 있거나 음식을 헤프게 버리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의 비만은 정치, 경제, 사회, 생태 등 여러 분야가 힘을 모아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할 과제이다. 그 책임은 나부터 짊어져야 한다. 비만에서 탈출할 의지를 갖고 방법을 찾자. 내 아이들을 비만에서 보호할 방책을 마련하자. 우리는 맘껏 먹는 것이 아니라 양껏 먹여지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 한 쪽은 비만으로부터 건강을 되찾고 다른 한 쪽은 굶주림을 해결하고 건강해 질 수 있도록 세상을 건강하게 바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