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걸그룹 2NE1의 멤버 박봄 (자료사진)
유명 걸그룹 2NE1 멤버인 박봄 씨의 '암페타민'(마약류로 분류 - 식약처) 밀반입 문제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검찰에서는 4년 전의 일로 당시 수사과정에서 치료목적이었던 사실이 확인돼 형사입건하지 않고 '입건유예' 처분을 했다는 입장이지만 언론에서는 법적용의 형평성을 잃은 특혜라며 연일 속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검찰은 왜 가수 박봄의 마약 밀반입을 봐줬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검찰이 박봄 씨를 봐준 건가?
= 봐준 건 맞다.
검찰 여러 관계자들에게 확인해보니 일치된 의견은 "입건유예는 형사사건화 할 수 있는 일인데 입건을 하지 않았으니까 확실히 봐준 것"이라고 말한다.
형사사건에 있어서 죄가 되지 않는 무혐의가 있고 혐의가 있지만 입건하지 않는 입건유예가 있다. 또 입건은 했지만 재판에 회부하지 않는 기소유예가 있고 불구속기소가 있으며 구속기소가 있다.
입건유예는 죄(혐의)가 있지만 형사사건화 하지 않는 것이므로 분명한 특혜인 것이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입건유예는 사건화 자체를 안하는 것으로 어떤 면에서는 무혐의보다 더 가벼운 처벌로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무혐의라는 건 죄가 없다는 얘긴데 그러기 위해서는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일반인의 경우 당연히 무혐의가 맞지만 연예인이나 공인의 경우는 조사받았다는 사실자체가 알려지는 게 문제이므로 오히려 무혐의보다 문제된 사안이 알려지지 않는 입건유예가 유리한 결정일 수 있다는 얘기다.
▶ 그렇다면 왜 봐준 거냐?= 검찰의 입장은 분명하다. "봐줄만 하니까 봐줬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100% 치료목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으니까 봐준 것"이라면서 "당시 수사팀이 봐줄만하니 봐준 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검찰의 한 관계자도 "치료목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처벌의 실익이 없어서 입건유예 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박봄 씨가 미국에서 처방전을 받았으면 식약처에 신고해서 들여오면 되는 건데 그 절차를 못 지킨 절차위반"이라면서 "당시 상황을 확인한 결과 투명한 결정으로 문제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도 "허가되지 않은 약품의 경우 자가치료목적용으로 신고해서 들여올 수 있다"고 말했다.
▶ 봐줄만해서 봐준 거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검찰의 설명대로라면 그렇다. 그리고 형사사법에 있어서도 온정이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이해가 가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몇 가지 의문과 문제가 드러난다.
일단 박봄 씨의 위법사실이 가볍냐 하는 문제다.
박봄 씨는 암페타민을 처방받기 위해 대리처방을 받았다. 이는 미국에서도 불법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불법이다.
미국 마약단속청(DEA)은 암페타민 각성제를 마약류이지만,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처방토록 하는 '2종 규제약물(control2)'로 지정하고 있다. 미국 규제약물법(Controlled Substance Act) 829조 A항에는 2종 규제약물은 반드시 의사가 복용자에게 직접 처방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미 약물을 수령한 처방전으로 재차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특송 항공화물기를 이용해 암페타민을 밀수입했다. 이는 전형적인 마약류 밀수수법이다. 그리고 이 또한 명백한 불법이다.
박봄 씨의 마약류 밀반입 문제를 처음 제기한 세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박씨가 밀반입한 '암페타민'은 2010년 10월 12일 국제 항공특송업체인 페덱스의 항공기에 실려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왔다. 당시 암페타민 각성제는 편지봉투 절반 크기의 소포 상자 속에 젤리 형태의 사탕과 함께 담겨 있었다. 포장 박스 겉면에도 '젤리류'라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에서는 이를 부인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
검찰은 박봄 씨 사건 직전인 2010년 8월 삼성전자 직원 A 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를 한다. A 씨는 암페타민 29정을 국제 항공특송업체인 페덱스의 항공기로 밀반입한 혐의다. 암페타민 밀반입이 얼마나 무거운 혐의냐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두 달여 뒤에 박봄 씨가 같은 수법으로 암페타민 82정을 들여오다 적발됐다. 그런데 박봄 씨는 아예 사건화조차 되지 않고 입건유예했다.
검찰에서는 "마약사범의 경우 수사에 협조하거나 그럴 경우 입건유예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박봄 씨의 경우 마약사범 전과자도 아니고 수사에 협조한 경우도 아니다.
검찰관계자에게 두 사건의 법적용이 왜 형평성을 잃었냐고 물었더니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검찰관계자의 주장은 "A 씨의 경우 치료목적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약을 들여오는 수법이 책을 들여오는 것처럼 위장해서 책 안을 파내고 그 속에 암페타민을 숨겨 들여왔다"는 것이다. 암페타민을 들여오는 것이 불법임을 알고 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박봄씨의 경우는 어떤가? 검찰에서는 "위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여왔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세계일보의 보도에는 "편지봉투 절반 크기의 소포 상자 속에 젤리 형태의 사탕과 함께 담겨져 있었고 포장 박스 겉면에도 '젤리류'라고 적혀 있었다"는 것인데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두 사건은 크게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이 두 사건을 동일한 검찰청에서 동일한 검사가 수사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너무나 다른 결정을 한 것이다.
또하나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는데 박봄 씨는 밀반입한 암페타민 82정 중 2정을 복용했고 2정은 분실했다고 했는데 박봄 씨의 소변검사결과 '음성'으로 나왔는데도 검찰이 사건을 서둘러 덮었다는 것이다.
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도 의문이다.
검찰은 지난 6월, 국정원 직원 K 씨가 국제우편물로 마약성분이 함유된 식물 뿌리가루를 반입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는데 K 씨의 아들이 ADHD(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다는 점, K 씨의 신체에서 마약류의 성분이 검출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 하는 과정에서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했다. 나름대로 투명한 절차를 거쳤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박봄사건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통상적인 결재라인만 거쳐서 결정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박봄 씨 사건의 경우 통상적인 결재라인을 거쳤다"라고 확인했다. 유명 연예인이다 보니 시민위원회를 거치면 공개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투명한 결정이었냐 하는 점에서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래서 박봄 씨가 법무부 법질서 홍보대사란 점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그런 의문이 제기된다. 법무부는 2010년 9월 28일 박봄 씨를 포함한 걸그룹 2NE1을 법질서 홍보대사로 위촉했고 지금도 홍보대사로 활동중이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 4년이 지난 사건인데 왜 지금에서 문제가 되는 거냐?= 사실 그 점도 궁금하다. 왜 지금에서야 이 문제가 부각됐냐 하는 점인데 검찰에서는 세계일보의 보도에 의도성이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의혹을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계일보의 한 기자가 'KBS 황수경 아나운서와 최윤수 검사 부부의 파경설'이라는 허위 사실을 정보지에 흘린 혐의로 구속됐는데 이에 대한 보복성으로 검찰 흠집 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
검찰이 공식적으로는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지만 사적으로는 그런 의문을 제기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4년 전 사건을 끄집어내서 보도하더라도 2~3일 보도하면 되는 문제지 보름간이나 끌고 갈 사안이냐"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관계자는 "죽을 일을 한 것도 아닌데 해도 너무한다"라고 말한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검사가 사건을 봐주고 금품을 받았다거나 에이미 검사 때처럼 이성 관계나 엄청난 비리가 있는 사건이라면 비판해야 하겠지만, 치료 목적으로 들여온 것인데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세계일보의 입장은 다르다.
검찰이 박봄 씨를 입건유예 했다는 결정문을 입수했는데 법적용의 형평성 문제가 너무도 명확해서 보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관계자는 "어떤 언론사건 유명 연예인을 봐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보도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하면서 "검찰이 입건유예로 숨겼던 사건인데 보도하지 않을 수 없는 일 아니냐?"라고 말했다.
세계일보에서는 2010년 당시 3개월 사이에 암페타민을 밀반입한 사건이 3건 발생했는데 모두 인천지검 소관이었다. 그런데 29정을 밀반입한 사람은 구속기소하고 82정을 밀반입한 박봄은 입건유예 했으며, 178정을 들여온 미국국적의 사람은 추방을 조건으로 기소 유예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검찰이 당시 상황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지 않고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검찰에서는 당시 사건은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수사관도 없고 지휘부도 없고 결정권자는 다른데 갔다면서 4년 전 사건이라고만 할 뿐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는 제대로 해명하거나 언급하지 않고 세계일보가 검찰에 보복하는 것이라고 물타기한다"면서 "진실을 규명하는 차원에서라도 보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세계일보의 입장이다.
세계일보는 또 박봄의 소속사인 YG의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당사자인 박봄 씨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YG 양현석 사장의 일방적인 해명만 있을 뿐 YG관계자 누구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YG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의 확인 요청에도 "양현석 사장의 글이 공식입장이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한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재수사해야 한다는 여론과 기소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원리원칙대로라면 재수사해서 사실관계에 따라 입건하고 사건의 경중이나 치료목적 소명, 과거 병력 등을 감안해서 기소유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입건을 유예했지만 사건처리의 형평성, 사회적 관심고조 등을 감안하면 기소하는 것이 법적용의 원칙적 사안"이라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알려진 만큼 이대로 두는 것은 박봄 씨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 상태로는 박봄 씨가 공식적인 활동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검찰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사법정의 차원이나 박봄 씨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서 당시 검찰의 결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견 법조인도 "이 상태로는 의혹만 커지고 박봄 씨도 상처를 입을 것"이라면서 "박봄 씨가 직접 해명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오히려 해명은 의혹을 더 부풀릴 수 있으므로 입건해서 기소하고 재판결과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2NE1 박봄 마약밀수사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주제로 인터넷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사진=네이트Q 홈페이지 캡처)
포털사이트 네이트Q는 지난 11일부터 '2NE1 박봄, 마약 밀수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52,649명이 참여한 해당 조사에서 76%(39,805표)의 응답자가 박봄의 혐의에 대해 '전면 재수사, 해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2010년 사건 종결, 이미 지난 일'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3%(12,275표)였으며 나머지 1%(569표)는 '기타' 의견이었다.
▶ 박봄 씨가 밀반입한 암페타민이 어떤 성분의 약이냐?= 백과사전에 암페타민은 "가벼운 우울증 치료에 유용하며 정신장애를 수반하는 중증의 우울증 치료에도 사용된다. 식전에 복용하면 식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으므로 체중감소를 위해 음식물을 제한하는 보조제로 널리 사용되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부작용도 있는데 불안정, 불면증 등 과다자극상태와 중독성 정신병이 가장 흔한 것이고 오심과 구토를 수반하는 복부경련 및 설사도 일어날 수 있으며 많은 양을 복용하면 의식불명이나 사망에 이르게 한다고 한다.
한 정신과전문의는 "암페타민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때 군부대 내 노동자들 잠 안 재우고 일 시키려고 썼던 것으로, 각성제고 분명한 마약"이라면서 "미국에서도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처방한다. 그마저 점점 처방하지 않는 추세다. 만약에 박봄이 암페타민을 처방할 정도의 ADHD였다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